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빌러비드-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을 때까지.

by 책이랑 2019. 7. 25.


“누구인가? "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역을 맡은 김영철씨의 대사이다. 아, 과연 나는 누구인가? 라고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아니고, 신하들을 추궁하는 장면이다.

어쨌던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를 설명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에서, ~의 아들 딸로 태어나 ~학교를 다니고, ~ 일을 하고, ~를 좋아하는  등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설명하려면  자기가 지나온 이력을 설명하게 된다. 그렇다면 만일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다면 어떨까?

미국의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는 불과 2분전도 기억하지 못하는 뱃사람  지미가 소개되어 있다. 그는 전쟁이 끝난 1945년 이후의 기억은 하나도 만들지 못하는데 알콜에 의해 기억을 저장하는 부분인 유두체에 변성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미는 화학원소를 비교할 수 있고 숫자계산도 잘 하고, 교회에 가서 영혼을 다해 기도를 할수는 있지만 기억이 저장되지 못해서 결정적으로  다른 사람과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 나오는 세서, 덴버, 폴D, 빌러비드도 기억에 문제가 좀 있다. 이들은 지난 과거의 특정 어느때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머리속에 그 기억에 담긴 방이 있다면 그 문을 열지 못하고 늘 그 주변만을 맴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세서는 자기 과거의 어떤 한 때를 없는 셈 치고 살았는데, 과거의 인물인 폴D가 나타나고, 세서와 폴D 사이에 애정이 싹트려 할 무렵, 세서의 과거 한때와 깊이 연관되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빌러비디가 나타난다.

그리고 유령이 설치던 124번지에서 세서, 덴버,폴D는 유령이 나타나넌 때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세서는 자기가 빌러비드를 살해한 기억과 자기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기억과 마주했다. 덴버는 어머니로부터의 공포를 마주하고 공동체에서 배제당했던 기억과 마주하며,  폴디는 인간이 아님을 부정당했던 수많은 기억과,  빌러비드는 어머니에게 살해당했던 기억을 마주한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세서의 시어머니인 베이비 석스, 흑인 공동체의  여성들 많은 인물들 모두가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과  다시 대면한다. 또한 그 기억속에는 등장인물이 직접겪은 일만 있지는 않다.  거슬러 올라가서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동안에 희생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참혹한 경험이 모두 꺼내어진다.  


빌러비드 (반양장) - 10점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문학동네


현대에는 영아살해와 유아살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모에 의해 저질러 진다고 간주되지만, 인류의 역사로 볼 때는 영아살해, 유아살해는 보편적이고 오래된 일이라 한다.  모성애는 산모가 처한 환경에 따라 만들어지는 옵션이기에 아기를 낳은 그 여성의 삶의 조건이  촘혹할 때 일어난다.  아이를 제손으로 죽인 세스는 비난받아야 마땅하겠지만 이 책에 서술된 많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게 하는 노예제가 더 끔찍한 요소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