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폐허를 응시하라 A Paradise Built in Hell: The Extraordinary Communities That Arise in Disaster (2010) 레베카 솔닛 지음, 정해영 옮김/펜타그램 |
99년 동안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발생한 다섯 건의 대형 재난(-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핼리팩스 폭발, 멕시코시티 대지진, 9/11, 허리케인 카트리나)을 심도 있게 연구 조사하여, 대재난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보인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독특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책이다.
지은이는 재난의 역사를 더듬고, 관련 학자들의 주장을 검토하고, 수많은 재난 경험자의 육성을 들어본 뒤, 재난에 대한 기존의 통념에 도전하는 파격적인 주장을 제시한다. 재난 속에서 많은 이들이 강렬한 ‘기쁨’과 사랑, 연대의식을 경험하며, 그러한 경험은 재난이 일어나기 전 사회가 가지고 있던 문제와 약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난은 지옥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믿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이 지옥은 유토피아를 향해 열린 문을 우리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코로나19대유행, 기후변화, 경제위기로 나날의 생활이 재난인 시대에 우리에게 펼쳐질 세상에서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밝혀준다.
헬리펙스 폭발은 매우 끔찍한 재난인 동시에 이성을 넘어서는 관대함을 보여주는 확실한 사례였다. 분명 우리 일상 속에도 생각보다 더 상호적인 도움과 이타적인 도움이 존재한다. 우리가 해야 할 진짜 질문은 왜 이런 짧은 상호부조와 이타주의의 천국이 나타나는지가 아니라, 왜 평소에는 그런 천국이 다른 세계의 질서에 묻혀버리는가이다. 물론 그런 세계가 완전히 뿌리 뽑히거나 조용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절에도 그런 특별한 순간을 그리워하며 삭막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재난의 순간은 사회적 격동의 순간인 동시에 전통적인 믿음과 역할의 족쇄가 풀리고 다양한 가능성이 열리는 순간이다. (pp. 150-151 )
말하자면 재난은 하나의 끝이요, 파괴와 죽음의 절정인 동시에 시작이요, 개방이요, 다시 시작할 기회이기도 하다. (261p)
현재 전 세계적 경기침체는 그 자체로 거대한 재난이다. 물론 경제위기는 가혹하지만, 분권화와 민주화, 시민의 참여, 새로운 조직들과 대응 방식을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이런 것들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평소에 재난 준비를 더 심도 있게 한다면, 우리 사회는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가는 재난 유토피아의 사회, 다시 말해 더 유연하면서 즉흥적이고, 평등주의적이고 위계적이지 않으며, 모든 구성원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기여할 여지가 많아지고 소속감이 커지는 사회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pp. 457~45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