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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배우는 학생을 만드는 가르치지 않는 수업

by 책이랑 2017. 5. 19.
스스로 배우는 학생을 만드는 가르치지 않는 수업 - 10점
야마모토 다카오 지음, 정현옥 옮김/솔빛길

교사가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잘 배운다'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같은 선생님에게 배웠는데 내 친구와 나의 성적은 달랐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많이 달랐던지 아이들의 성적을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세우기 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 사람들은 잘 가르치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잘 배우게 할 것인가가 촛점이라고 한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라고 한다. 나는 이전에도 이런 내용의 책도 여러권 읽어 보았다. 그렇다면 나는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이 왜 또 읽고 싶었을까. 그건 이 책에는 실제 수업에서 그런 걸 해보고 성공한 구체적 사례가 나와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또 그 실제 사례가 학교교육방식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수업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방식의 변화였다.  이전에는 한명의 교사와 학생다수라는 한 방향의 단조로운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다수학습자간의 배움의 네트웍안에서 다양하게 훨씬 더 많은 횟수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교과서는 없다. 교사의 설명도 없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만 있다.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서 문법도 배우고 긴 문장의 뜻도 배운다. 배워야 할 내용이 모듬을 이룬 친구의 머리속에 있기에 이제 잘 배우려면  친구들과 잘 협력해야 한다.

자가 수업방식을 바꾸게 된 계기는  2011년 3월 11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이었다. 모든 것이 다 무너진 상황, 아무것도 없는 상황. 그때 저자는 " 인간에게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온다. 교사 없이도 학습할 수 있는 학생을 길러내야 한다." 라는 자각을 했다고 한다. 인간, 지식, 잘산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관이 변했기에 수업이 변했다.

변화해야 한다고 느꼈을 때, 저자가 눈을 돌린 것은 집단의 지적능력이며 협력에 대한 필요성이다.  
고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는 '집단지성'의 힘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잘 설명해주는 예가 있다. 영국의 과학자이며 우생학(eugenics)의 창시자인 골턴이 여행 중에 시골의 가축 품평회 행사를 보게 되었다. 그 행사에는 소의 무게를 알아맞히는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표를 사서 자기가 생각하는 소의 무게를 적어서 투표함에 넣는 것고 소의 무게를 달아서 가장 근접한 무게를 써 넣은 사람에게 소를 상품으로 주는 행사였다. 정확하게 맞힌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800개의 표중 숫자를 판독하기 어려운13장을 제외한 787개의 표에 적힌무게를 평균했더니 1,197 파운드.  실제로 측정한 소의 무게는 1,198파운드였다. (p.17,담론)

수업방식이 이렇게 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사회에 필요한 능력은 기존의 필기시험으로는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수업에서는 지식만을 구했다면 이제는 수업에서는 지식도 얻어야 하고 지식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또 어떠한 사실 뿐 아니라 문제해결을 목표로하여 심층적인 사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수 있어야 한다. 또 그 모든 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수업에서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저자도 말하듯이 학교수업이 바뀌려면 먼저 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입시에서 평가요소가 무엇을 알고 모르고에서 끝나지 않고 심층적,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 얼만큼 잘 협력할 수 있는가가 포함되는 것으로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입시에서 수시전형으로 하는 입학정원을 늘리고 있고, 수능에서 영어를 절대평가로 하는 것 등으로 입시제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의 변화에 한참 뒤쳐지는 것이기에 매우 답답하기는 하다.


시험없는 중학교 1학년을 보내고, 2학년에 들어서 5개과목의 지필고사로 중간고사를 치른 아들아이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한참. 실망스럽다. 그 동안 공부는 공부하는 사람의 동기와 의지가 없으면 옆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헛수고일 뿐이라 생각해서 크게 다그치지 않았는데 잘못했나보다. 대입에서 수시전형의 비중이 크고,  그 중심이 되는 것이 고등학교 내신성적이라는 생각까지 하면 뉘우치는 마음이 커긴다. 진작 좀 다그칠 걸 싶다.  하지만 이 책을 펼치고 나는 마음을 다잡는다. 공부할 마음은 우러나오는 것이지, 다그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조급해 할 수록 관계가 나빠질 뿐이고, 관계가 나빠지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 


말로 다그칠게 아니고 몸으로 가르쳐 줄 수 밖에 없다. 공부에는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교과서에 있지 않다는 것, 협력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본을 보여주며 알려줘야 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제시한 자녀와 교환일기쓰기 등을 하다면 그 효과가 좀 더 좋을 것 같다. 


성적이 중요하다. 입시가 중요하다. 19세에 받은 성적이 평생을 따라다녔던 우리나라이기에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런데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싶다. 신영복 선생님이 예를 드신 소의 무게를 알아맞춘 사람들의 힘을 떠올리면서, 아이안에 있는 힘에 중심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가 살아나갈 인생은 학교성적보다 매우 크고 인간의 삶의 질은 학교성적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더 넓고 깊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일본의 한 교사가 바꾼 영어수업방식에 관한 책이지만, 책이 시사하는 내용은 그것보다 더 크고 깊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중간고사 성적에 괴로와 하고 있는 나와 같은 학부모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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