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스로 배우는 학생을 만드는 가르치지 않는 수업 - ![]() 야마모토 다카오 지음, 정현옥 옮김/솔빛길 |
교사가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잘 배운다'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같은 선생님에게 배웠는데 내 친구와 나의 성적은 달랐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많이 달랐던지 아이들의 성적을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세우기 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 사람들은 잘 가르치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잘 배우게 할 것인가가 촛점이라고 한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라고 한다. 나는 이전에도 이런 내용의 책도 여러권 읽어 보았다. 그렇다면 나는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이 왜 또 읽고 싶었을까. 그건 이 책에는 실제 수업에서 그런 걸 해보고 성공한 구체적 사례가 나와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또 그 실제 사례가 학교교육방식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저자가 수업방식을 바꾸게 된 계기는 2011년 3월 11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이었다. 모든 것이 다 무너진 상황, 아무것도 없는 상황. 그때 저자는 " 인간에게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온다. 교사 없이도 학습할 수 있는 학생을 길러내야 한다." 라는 자각을 했다고 한다. 인간, 지식, 잘산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관이 변했기에 수업이 변했다.
변화해야 한다고 느꼈을 때, 저자가 눈을 돌린 것은 집단의 지적능력이며 협력에 대한 필요성이다. 고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는 '집단지성'의 힘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잘 설명해주는 예가 있다. 영국의 과학자이며 우생학(eugenics)의 창시자인 골턴이 여행 중에 시골의 가축 품평회 행사를 보게 되었다. 그 행사에는 소의 무게를 알아맞히는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표를 사서 자기가 생각하는 소의 무게를 적어서 투표함에 넣는 것고 소의 무게를 달아서 가장 근접한 무게를 써 넣은 사람에게 소를 상품으로 주는 행사였다. 정확하게 맞힌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800개의 표중 숫자를 판독하기 어려운13장을 제외한 787개의 표에 적힌무게를 평균했더니 1,197 파운드. 실제로 측정한 소의 무게는 1,198파운드였다. (p.17,담론)
수업방식이 이렇게 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사회에 필요한 능력은 기존의 필기시험으로는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수업에서는 지식만을 구했다면 이제는 수업에서는 지식도 얻어야 하고 지식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또 어떠한 사실 뿐 아니라 문제해결을 목표로하여 심층적인 사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수 있어야 한다. 또 그 모든 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수업에서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저자도 말하듯이 학교수업이 바뀌려면 먼저 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입시에서 평가요소가 무엇을 알고 모르고에서 끝나지 않고 심층적,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 얼만큼 잘 협력할 수 있는가가 포함되는 것으로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입시에서 수시전형으로 하는 입학정원을 늘리고 있고, 수능에서 영어를 절대평가로 하는 것 등으로 입시제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의 변화에 한참 뒤쳐지는 것이기에 매우 답답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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