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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 이전과 선진 시기의 유가철학적 입장과 이이 이후 조선성리학의 흐름

by 책이랑 2017. 6. 12.


동양적 사유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 10점
김경호.한국국학진흥원 지음/글항아리



이렇게 보면 이 책은 고대 중국적 사유로부터 시작하여 유가철학의 대강을 검토하고, 이기를 통해서 한국유학을 다시 독해한 셈이다. 『시경詩經』에서 『신기통神氣通』에 이르는 총 42종의 저술(한국 25, 중국 17)과 공자에서 전우에 이르는 30명의 인물(한국 21, 중국 9), 총 132항목 195개의 원문이 그 대상이다. 이기와 관련한 다채로운 사유를 원문을 통해 확인하고 해설을 덧붙여 모은 것이 이 책이다. 


저자는 유가철학의 전체적인 경관이나 철학적 문제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담으려고 했다. 그리고 원전의 내용들을 개념적 은유 이론을 통해 자연주의적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보았다. 다만 18세기 조선의 실학자들이 제안했던 이기 개념과 중국의 청대 학자들이 논의했던 이기 개념을 싣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다. 

이 책에서 제시된 네 가지 주요한 관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와 기 개념은 일상세계의 자연적(물리적) 경험이 추상화 과정을 거쳐서 의미가 확장된 것으로 본다. 하늘-공간에 대한 추상적 사유도 신체화된 공간의 확장과 연결되어 있다. 


둘째, 이와 기 개념을 전유한 사람들은 규범의 원천적 근거를 수립하고자 목적지향적인 성향을 보인다. 송대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은 사유와 규범의 토대를 인간의 내면이나 외면에 정초시키려 한다. 


셋째, 한국유학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여겨졌던 ‘주리’ ‘주기’의 구분법과는 다른 국면이 발견된다. 성리학자들에게 주리나 주기보다도 더 근원적인 철학적 문제의식은 규범의 원천과 윤리적 실천성 여부에 달려 있다. 그것은 ‘성’과 ‘심’의 문제로 나타난다. 


넷째, 이황과 이이의 철학적 문제의식은 주희철학의 균열 지점과 연결되어 있다. 주희는 맹자적 관점(내재적-주관적)과 순자적 관점(외재적-객관적)의 학술적 통합을 시도했으나 이것은 분열되고 만다. 분열의 두 지점이 이황과 이이의 철학적 분기점이다. 다섯째, 퇴율의 후예들은 학파를 이루면서 대립하고 경쟁적 관계를 보이지만 ‘다르면서도 같음’을 공유한다. 그들은 퇴율의 사유와 철학적 문제의식을 수용과 배제의 방식을 통해 조정하면서 변형시킨다. 여기에는 상호 교류도 포함된다.


저자는 오래 전 박사학위 논문에서 ‘주희로부터 이이’에 이르는 유가철학의 흐름을 정리한 이 분야 전문 학자다. 박사 논문에서는 송대 이전과 선진 시기의 유가철학적 입장과 이이 이후 조선성리학의 흐름은 다루지 못했는데, 지난 3년간의 연구와 탐구 끝에 이번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나는 공부의 한계를 확인했고, 그럴 때마다 포기하는 마음으로 원고를 파기했다. 그러한 시기에 나는 ‘이라고 하는 것은 알기가 어렵다理字難知’고 한 이황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또다시 봉착한 장애는 ‘삶의 한계’로 다가왔고 자괴감에 빠져 있을 무렵, 이이가 말한 ‘백척간두’의 의미와 ‘이기에 투철해야 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동력은 그러한 자성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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