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통령의 욕조 - ![]() 이흥환 지음/삼인 |
미국의 국가 기록 시스템을 들여다보다
2009년 3월, 워싱턴에서 열린 내셔널 아카이브(National Archives) 설립 75주년 전시회장. 네 명은 너끈히 들어갈 만한 커다란 욕조와 빛바랜 편지 한 장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대형 욕조는 180센티미터에 달하는 키에 몸무게가 150킬로그램이나 되어 거구로 이름을 날린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의 것이다. 파나마 운하에 타고 갈 노스캐롤라이나 호 안에 설치했던 대통령의 욕조와, 그 욕조의 제작을 요청하는 주문서다. 무려 100년 동안 빛바랜 문서를 하찮게 여기지 않고 잘 보관한 나라, 그 나라가 바로 가장 많은 정부 기록을 남기는 나라 미국이다.
미국은 이렇게 아주 사소한 것까지 기록으로 남기는 나라다. 그들은 기록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정부가 한 일을 써 놓은 게 국가 기록이다. 국가가 기록을 남겨 놓지 않으면, 즉 정부가 한 일을 적어 놓지 않으면, 정부가 한 일을 국민이 점검(inspect)할 방법이 없다. 그 이야기를 남겨 놓지 않으면, 관료나 기관이 자기네가 한 일을 검토해 볼(review)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재임 기간에 남긴 기록을 대량으로 파기하는 우리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이번에 도서출판 삼인에서 나온 책『대통령의 욕조: 국가는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는 기록(記錄)을 주제로 다룬다. 여러 종류의 기록 중에서도 국가 기록이다. 학술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한 주제인데,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책으로 엮었다. 237세밖에 되지 않은 젊디젊은 나라지만 국가 기록에 관한 한 어른 노릇을 하고 있는 미국을 그 견본으로 삼는다. 미국의 국가 문서 창고인 내셔널 아카이브(National Archives) 이야기다. 저자가 10년 넘게 내셔널 아카이브를 들락거리면서 얻어듣고 넘겨다보고 뒤져 본 것들을 한데 모았다.
마인들이 남긴 문서에만 집중하던 역사학계의 관행에서 벗어나 비석, 화폐와 같은 유물들을 중시하면서 로마사 연구의 새로운 체계를 뿌리내리게 한다. 금석학의 경우 몸젠이 거의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5] 몸젠이 생전에 수집한 여러 비석들은 오늘날도 베를린 아카데미에 보관되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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