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길의 세계

by 책이랑 2018. 12. 31.
길의 세계를 동경하는  아녜스의 독백
-밀란 쿤데라의.<불멸>
"여드레 전부터, 나의 반장화는

길의 돌멩이들에 찢겨 있었다……
랭보는 그렇게 적었다.

길, 그것은 사람들이 걸어가는 대지의 띠다. 도로는 비단 사람들이 그 위를 자동차로 달려간다는 점뿐만 아니라, 한 지점을 다른 한 지점과 연결하는 하나의 단순한 선이라는 점에서도 길과는 구분된다. 도로 그 자체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 그저 두 지점을 연결해 준다는 의미 뿐이다. 길은 공간에 대한 정의다. 길 한 토막 한 토막 그자체에 하나의 의미가 있어, 우리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러나 도로는 의기양양하게 공간의 가치를  떨어트려, 오늘날 사람들에게 공간이란 그저 이동의 한 장애요 시간 손실일 뿐, 다른 그 무엇도 아니다.

길들은 풍경에서 사라지기에 앞서, 먼저 인간의 마음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제 인간은 걷고자 하는 욕망을 느끼지 않고, 걷는 데서 기쁨을 맛보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 역시, 인간은 길처럼 보지 않고 도로처럼 본다. 한 지점에서 다른 한 지점으로 이어지는 선처럼, 육군 소위에서 장군으로, 부인에서 미망으로 이어지는 선처럼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삶의 시간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극복해야 하는 하나의 장애가 되어 버렸다. –p336~33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