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by 책이랑 2019. 3. 12.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10점
탕누어 지음, 김태성.김영화 옮김/글항아리


우리는 탐욕스럽게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한다. 자신의 음식물이 될 만한 책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구입하는 것이다. 오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책을 읽을생각이 없어도 기어코 사고야 만다. 하지만 다음 주나 다음 달 혹은 내년이 되어야 그 책을 읽게 될지도 모른다. 도대체 언제쯤 문득 읽고 싶어질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렇더라도 배고픔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자신의 서가를 무성한 숲처럼 꾸며놓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창고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내가 아는 대부분의 독서가는 다 읽지도 않은 책을 전부 소장하고있다. 독서 기계로 불렸던 발터 벤야민도 마찬가지다. 책을 미련할 정도로 사랑한 벤야민은 어느 누가 집에 모셔둔 귀중한 도자기를 매일 다 꺼내서 만져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마르케스의 서재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미로 속의 장군』을 프리즘 삼아 독서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대만과 컬럼비아, 독자와 혁명가, 독서론과 소설,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은 이 책을 중심에 놓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미로 속의 장군』을 이 책의 길잡이로 삼은 것은 완전히 우연이었습니다. 사실 보르헤스나 체호프, 그린 같은 작가의 작품으로 바꿔도 무방하지요. 문체가 풍부하기만 하면 됩니다. 제가 이런 방법을 취하는 것은 하나의 시야, ‘먼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야가 나와 함께하면서 수시로 소리를 내고 대화를 만들어 내 사유를 이끌어내고 느낄 수 있는 진실의 세계로 돌려보내주거든요.쓰기가 긴 터널 같은 자기에의 몰입이나 혼잣말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겁니다. 


책을 읽으면서독서란 마냥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니고 오히려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은 에너지와 지속할 의지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즐겁기도 하고요작가님께는 독서의 즐거움이란 어떤 것인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일본 여자 바둑 기사 오다와 도모코에게 사람들이 “프로 기사들은 바둑을 두면서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단 말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오다와 도모코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나서 “재미가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재미는 아닙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저는 그녀의 대답이 매우 진실하며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서에도 분명 재미가 있지만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때로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로 안정적이고빼곡하며충만하고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그런 기분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지 못하고그들은 어떻게 자기 삶의 방향이나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특별히 다른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단지 저 자신은 제 생명이 실제적이고 실체적으로 대지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 느낌을 느끼면서 이를 통해 제 삶이 진실한 것처럼 느끼고생을 낭비하지 않았다고 느끼며 이런 것을 좋아합니다특히 지금 이 나이까지 살다보니 적지 않은 희로애락을 경험하면서 점점 더 이러한 것이 사실 제가 경험했던 춥고덥고맑아지고비가 내리는 하늘의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이런 것이 모두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하지만 동시에 이런 것들이 아주 빠르게 사라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저는 생명 자체는 더욱더 실재적이며연속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마치 먼지 같은희로애락이 조용히 흐르는 강과 같이 사람도 이곳으로 흘러와서 이곳에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책 읽기는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이곳에서 계속 진행되는 일이며기쁨과 노여움이 모두 무겁지 않습니다.

http://news.kyobobook.co.kr/people/writerView.ink?sntn_id=1305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