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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by 책이랑 2019. 3. 17.
 카롤린스카 병원의 병리사가 군나르 크론베르그라고 자기이름을 밝힌다. 그의 말투도 장의사의 말투처럼 느릿느릿하다.
내가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하자 그가 대답한다. 무슨 말씀인지 압니다. 하지만 이미 장의사에게 말한 것처럼, 그건 별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아니네요. 그 얘기는 저도 들었습니다만이유가 뭡니까? 선생님 부인은 상황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병리사가 대답한다. 카린의 상태가 어떤지는 저도 압니다. 카린이TICC에 입원했을 때도, 카린이 숨을 거둘 때도 제가 옆에 있었으니까요. 선생님이 TICC에서 보셨을 때보다 시신의 상태가 훨씬 더 좋지 않습니다. 그건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네요가
 내가 대답한다. 성함이 톰, 맞습니까? 네. 톰, 제가 알기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피부의 상당 부분이 시신에서 떨어져 나왔습니다. 피와 악취를 풍기는 체액이 배어 나오고 있고요. 그러니까 시신을 감싼 비닐을 잘라서 여는 순간 위생 문제가 발생합니다. 카린을 비닐로 싸놓았다고요? 그것이 일반적인 절차입니다. 병리사가 대답한다. 시신을 냉동고에 넣어두지 않았나요? 냉동고에 있습니다만, 미생물들에 의한 부패 과정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보기에 별로 좋지 않아요. 선생님이 기억하고 싶은 모습은 아닐 겁니다. 보기에 좋든 말든 그런 건 상관없어요. 난 그저 아내에게 작별의 키스를 하고 싶을뿐입니다. 톰, 부인에게는 이제 입술이 남아 있지 않아요.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비닐을 제거한다면 균이 퍼질 위험도 있습니다. 악취도 무시무시할 거고요. 제 경험상 에크모를 달고 있다가 숨진 환자들의 경우 미생물의 활동이 특히 활발한 것 같습니다. 카린은 이제 막 숨을 거뒀는데요. 네, 부패 과정이 아주빨리 진행됐습니다.  좋아요, 좋습니다. 이해했어요. 더 이상 귀 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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