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을의 철학 - ![]() 송수진 지음/한빛비즈 |
P. 97 동양철학에서는 삶과 우울을 분리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유리되지 않고 공명한다. 《동의보감》 은 더 단순하게 말한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존재 자체가 질병이라고, 삶은 누구나 아픈 채로 가는 거라고. ‘생로병사’가 한 단어인 것처럼 말이다. 특정 인간관을 설정하는 게 싫었다. 각종 설문지로 분석이라는 과정을 거쳐 마치 정답인 양 나를 대하는 게 싫었다. 몇 가지 항목 이상이면 당신은 우울증 초기 증상이니 말기 증상이니 하는 것들이 답답했다. 감정을 과학으로 대하는 게 어색했다. 그래서 더욱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헷갈리면 나를 가까이 읽자〉
P. 139 우리는 마트에서 ‘당근 천 원’, ‘수박 만 원’이라고 쓰인 것을 보며 당근은 1천 원의 가치밖에 없고 수박은 1만 원의 가치가 있으니 수박이 더 귀한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당근과 수박 모두 어떤 이의 땀이 들어간 노동의 결과물이다. 우리의 교육은 왜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가. 마르크스 말처럼 노동과 생산의 직접적인 관계를 고찰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의 본질 안에 있는 가치를 철저히 은폐한 것이다. - 〈나는 도대체 무슨 공부를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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