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문학

번역은 "한국어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

by 책이랑 2019. 6. 23.
27년간 200여 권을 번역하며 그가 번역에 대해 품은 질문과 고민을 담은 책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에는 "번역가의 과제는 완전한 '번역'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언어'에 이르는 것"이라는 그의 번역관과 "번역은 기본적으로 타자와 매우 긴밀하게 관계를 맺는 행위이며, 그렇기 때문에 번역에는 번역가가 한 인간으로서 타자와 관계를 맺는 일반적 방식이 반영된다"는 번역가로서의 기본자세를 담았다.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 10점
정영목 지음/문학동네

번역을 두고 제기되는 ‘직역이냐 의역이냐’ 같은 문제는 그에게는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가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에서 반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번역다운 번역은 번역 같지 않은 번역'이라는 모순적 인식이 지배하는 현 상황이다. 그는 번역을 판단하는 기준이 이런 식으로 획일화되면 ‘번역 냄새가 나지 않는, 매끄럽게 잘 읽히는 가독성 높은 글'로 번역이 규격화되고 보수화될 것이라 걱정한다.

그렇다면 번역가가 추구해야 하는 번역은 뭘까. 그는 번역이 모국어와 외국어 사이에서 제3의 언어, 회색의 언어를 생성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번역의 중요한 역할이란 곧, 번역된 작가가 한국의 독자들이 읽는 문학에 전에 없던 새로운 목소리를 보태도록 하는 것이라 말한다. “외국어 번역의 충격으로 등장한 제3의 언어, 회색의 언어가 기존 한국어의 변경에 자리를 잡으면서 한국어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번역이 할 수 있는 중요한 기여라는 것이다. “어색하고 낯설고 생경한 면을 통해 우리의 현실 속에 어떤 것이 없음을 알려주고, 또 바깥에서 온 언어가 우리의 현실과 어딘가 어긋나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번역의 역할이라고 할 수도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