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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학

제인 오스틴의 글쓰기

by 책이랑 2019. 6. 23.
제인 오스틴의 여성적 글쓰기 - 10점
조선정 지음/민음사

여성 소설가가 예술적 열망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본것을 그대로 말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순도 높은 진정성을 품어야 한다. 의도적으로 남성처럼 써서도 또 남성처럼 쓰지 않아서도 안 된다. 기준이 남성이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성이란 결국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쓸 때에만 보장되는 것이다. 제인 오스틴이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거의 유일한 경우다. (94쪽)  


기존의 이분법적이고 위계적인 남녀 관계의 틀로 성을 사고 하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통해서 ˝실재˝와 접촉하는 언어를 창조해 내는 것이 여성 작가의 임무이다. 여성 문학의 요체는 여성이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데에 있다. ‘자기‘를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정의하는 데 머물지 말고 하나의 ˝실재˝롤 끌어올릴 때 여성 소설가의 작품은 위대한 문학으로 도약할 수 있다. 울프가 전망하는 여성 문학의 미래는 ˝실재˝의 세계를 담아낸다는 위대한 문학의 미래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109쪽)  

엘리자베스가 원하는 것은 막연하게 자신을 궁핍에서 구제해 줄 것이라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남성이 아니라 ˝판단력과 지식과 세상에 대한 식견˝으로 보통 여자들이 누리지 못하는 어떤 사회적 중요성을 자신의 삶에 부여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동반자이다. 자신에게 맞는 남성을 만날 때까지 오스틴의 여주인공들은 거절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키지 않는 청혼은 당당하게 거절하며, 남성의 호의와 관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즐길 만큼 즐기면서 선택을 고민한다. 217쪽

오스틴은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없는 시대를 살았고 그 시대적 한계 안에서 오직 자신의 ˝진정성˝으로 여성적 삶의 ˝실재˝를 생생하게 그려 냈다. 오스틴은 분노와 저항에 매몰되지 않고 ˝실재˝를 향해 걸어갔던, ˝갖지 않은 것은 원하지 않던˝, 그저 자신이고자 했던 소설가다. (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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