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다른 사람 대신에 살아남았기 때문에 부끄러운가? 특히, 나보다 더 관대하고, 더 섬세하고,
더 현명하고, 더 쓸모 있고, 더 자격 있는 사람 대신에?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라거(강제수용소)의 구조된 자들은 최고의 사람들, 선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 메시지의 전달자들이 아니었다. 내가 본 것은 그와는 정반대임을 증명해 주었다. 오히려 최악의 사람들,
이기주의자들, 폭력자들, 무감각한 자들, 회색지대의 협력자들이 살아남았다. 나는 물론 내가 무죄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구조된 사람들 무리에 어쩌다 섞여 들어간 것처럼 느꼈다.
적자適者들이 생존했다. 최고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반복하지만 진짜 증인들은 우리 생존자가 아니다. 우리는 권력 남용이나 수완이나 행운 덕분에 바닥을 치지 않은 사람들이다. 바닥을 친 사람들, 고르곤을 본 사람들은 증언하러 돌아오지 못했고, 아니면 벙어리로 돌아왔다. 그들이 바로 가라앉은 자들', 완전한 증인들이다. 그들이 원칙이고 우리는 예외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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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사람들은 설령 종이와 펜이 있었다.
하더라도 증언하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죽음은 육신의죽음에 앞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죽기 수주, 또는 수개월 전에 그들은 이미 관찰하고, 기억하고, 가늠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잃었다.
그들 대신, 대리인으로서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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