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람이 열나게 싸웠다. 사실은 싸웠다기 보다 한 사람이 오랫동안 일방적으로 당해왔다. 그런데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글도 최근에 익혀서 글쓰기에 서툰데다가 항상 해야 하는 일이 많많아서 그 싸움에 대한 기록을 제대로 남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한사람만이 기록을 남겼다면 그걸 얼마나 믿을만 할까?
데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 <레베카>에서 남자 주인공 맥심은 새로운 아내에게 자기가 죽인 전부인인 레베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한다. 그에 의하면 그녀는 "사악하고 역겹고, 썩을 대로 썩" 었으며 "괴물"이었고, 남들 앞에서는 천사인 척 했지만 사실은 "동물" 이었다고 말한다. 레베카의 입장을 들어보고 싶지만 이미 죽어버려서 들을 수가 없다. 여성문학에 대해 찾아보다가 다음의 글귀를 만났다.
"70년대 초반, 파리 7 대학에서 처음으로 개설된 프랑스의 여성사 강의는 “여성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미셸 페로에 의하면 이것은 여성이 “재생산의 침묵, 일상적인 임무의 영원한 반복, 결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성별 분리 속에 갇혀있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가사와 육아 등, 불변적인 삶의 형태를 반복하는 존재들로 간주되었으며 따라서 역사학보다는 차라리 인류학에 속하는 대상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16)
왜 여성문학사가 필요한가? Pourquoi faut-il créer une histoire de la littérature féminine?이봉지 한국프랑스학회 / 한국프랑스학논집 제64집2008.11 179 - 198 (20 pages)
그랬다. 어쩌면 죽기전에도 레베카는 맨들리를 돌보느라 너무 바빠서 기록을 남기지 못했을수도 있다. 그리고 남기려고 했는데 제대로 읽어줄 것 같지 않아서, 자기가 써도 다들 모른 척해서 남기지 않은 걸 수도 있겠다.
"난 그 여자를 증오했소. 우리 결혼은 처음부터 어릿광대극이었지. 사악하고 역겹고 썩을 대로 썩은 여자였소. 단 한 순간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고 행복하지 않았지, 레베카는 사랑도, 품격도, 다정함도 모르는 사람이었소 정신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지." [...] "물론 영리하긴 했소. 너무 영리했지. 그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자비롭고 재능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여러 부류의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훤히 꿰뚤고 있었소. 그 여자가 당신을 만났다면 [...] 당신도 남들처럼 그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을 테고, 아니, 그 발밑에 엎드려 찬양하게 되었을 지도 모르지." [...] "그 여자와 결혼하게 되었을 때 모두들 내가 세상에서 운 좋은 남자라고 하더군.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며 재능 많은 아내를 얻었다고, 제일 까다로운 사람인 할머니마저도 첫눈에 레베카를 좋아했소. 그리고 내게 말씀하셨지. '레베카는 아내에게 중요한 세 가지를 다 갖췄다. 혈통과 두뇌, 그리고 미모지.' 난 그말을 믿었소. 아니, 믿으려 했는지도 모르오. 하지만 그때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감이 있었소. 그 여자의 눈빛에는 무언가가 있었거든....." [...] "결혼한 지 닷새째 되는 날 결국 그 여자의 정체를 알았소 몬테카를로 언덕 위 [...] 그 여자는 거기 앉아깔깔 웃어댔지. [...] 자기 얘기를 늘어놓았지. 도저히 입에 담지 못할 만큼 추악한 얘기였소. 그제야 난 내가 무슨일을 저질렀는지, 어떤 괴물과 결혼한 것인지 알았소, 혈통과 두뇌, 미모라고? 오 맙소사!" [...] "그 절벽 위에서 그 여자는 거래를 제안하더군, '내가 저택을 관리해 주죠. 당신의 그 소중한 맨덜리를 가꿔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만들어주겠어요. 사림들이 찾아와 우리를 부러워하며 말하겠죠. 영국을 통틀어 가장 부유하고 행복하며 멋진 부부라고 말이에요. 얼마나 신나는 장난이에요, 맥스! 완벽한 게임이죠!' 라고 말하면서.. 깔깔대고 웃으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꽃잎을 갈기갈기 찢으면서 말이오." [...] "그 여자와 내가 얼마나 거짓투성이 삶을 살았는지. 얼마나 너절하고 지저분한 연극을 했는지, 친구나 진척. 하인들, 심지어는 그토록 진실하고 충성스러운 프리스 앞에서까지도 모두들 그 여자를 사랑하고 존경했지 등뒤에서 자기들을 비웃고 업신여긴다는 건 꿈에도 모르고 말이오. 이곳은 늘 파티며 공연으로 북적거렸지. 내 팔짱을 끼고 천사 같은 미소를 피며 걸어 들이가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 그다음 날이면 그 여자는 새벽같이 차를 몰고 런던으로 가 강변의 아파트로 숨어들었소. 시궁장으로 숨어드는 동물처럼. 그렇게 이루 형언 못 할 닷새를 보내고 난 후 주말에 다시 돌아오는 식이었소. 난 거래에 충실했소. 그 여자의 다른 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않았지. 오늘과 같은 맨덜리를 만든 건 바로 그 여자 취향이오. [...] 내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 [...]는 버려진황무지였다오. [...] 레베카가 아니었다면 나도 아마 그냥 내버려두었을 거요. 지금 저택에서 보는 물건 중 절반 정도는 본래 없던 것들이오. [...] 지금 보는 아름다운 맨덜리, 사람들이 동경하고 사진과 그림으로 간직하는 맨덜리는 모두 레베카가 만들었다고 할 수 있소." (p. 422-42.7) |
레베카에 대한 맥심의 말을 읽노라니 작년에 들은 성폭행을 피해자의 말이 생각난다. 그분은 대학 부설 교육기관의 부책임자 였는데 남자인 원장이 자기에게 성폭행을 여러번 시도했다고 한다. 그걸 대학에 고발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해고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같은 일을 겪은 피해자 30명의 경험을 종합해 볼 때, 가해자들이 성폭행을 가하는 이유는 결코 성적인 동기에서 아니라 한다. 1인자인 남자는 유능한 여자가 2인자일 때, 안과 공포를 느끼고 1인자는 자기라는 것을 각인 시키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폭력으로서 성폭행을 시도하는 거라는 분석을 하게 되았다고 한다.
미셸 페로는 “남녀관계와 그들 사이의 차이는 [여성사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34)라고 단 언하였다. 문학의 경우, 이는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문학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사랑이며, 사랑이란 대체로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사랑은 이중창 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주로 테너 파트만 들어왔다. 여성문학사는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함께 들으려는 시도이다. 왜 여성문학사가 필요한가?
왜 여성문학사가 필요한가? Pourquoi faut-il créer une histoire de la littérature féminine?이봉지 한국프랑스학회 / 한국프랑스학논집 제64집2008.11 179 - 198 (20 pages)
이제는 이중창인 노래를 소프라노는 없었던 것처럼부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만 하는 악바친 테너의 목소리가 맥심의 말이 아닐까 한다.
맥심과 레베카의 대화는 사실 노래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싸움인데, 싸움의 녹취인데, 레베카의 말이 delete되었을 것이다. 레베카가 무슨말을 했기에 맥심은 저리 열받았을까. 레베카는 런던의 아파트에서 실제로 무얼했을까. 이런 생각으로 읽어보니 레베카의 부도덕함보다는 맥심의 무지막지한 비뚤어짐이 더 눈에 들어온다.
"난 그 여자를 증오했소. 우리 결혼은 처음부터 어릿광대극이었지. 사악하고 역겹고 썩을 대로 썩은 여자였소. 단 한 순간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고 행복하지 않았지, 레베카는 사랑도, 품격도, 다정함도 모르는 사람이었소 정신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지." [...] "물론 영리하긴 했소. 너무 영리했지. 그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자비롭고 재능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여러 부류의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훤히 꿰뚤고 있었소. 그 여자가 당신을 만났다면 [...] 당신도 남들처럼 그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을 테고, 아니, 그 발밑에 엎드려 찬양하게 되었을 지도 모르지." [...] "그 여자와 결혼하게 되었을 때 모두들 내가 세상에서 운 좋은 남자라고 하더군.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며 재능 많은 아내를 얻었다고, 제일 까다로운 사람인 할머니마저도 첫눈에 레베카를 좋아했소. 그리고 내게 말씀하셨지. '레베카는 아내에게 중요한 세 가지를 다 갖췄다. 혈통과 두뇌, 그리고 미모지.' 난 그말을 믿었소. 아니, 믿으려 했는지도 모르오. 하지만 그때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감이 있었소. 그 여자의 눈빛에는 무언가가 있었거든....." [...] "결혼한 지 닷새째 되는 날 결국 그 여자의 정체를 알았소 몬테카를로 언덕 위 [...] 그 여자는 거기 앉아깔깔 웃어댔지. [...] 자기 얘기를 늘어놓았지. 도저히 입에 담지 못할 만큼 추악한 얘기였소. 그제야 난 내가 무슨일을 저질렀는지, 어떤 괴물과 결혼한 것인지 알았소, 혈통과 두뇌, 미모라고? 오 맙소사!" 결혼한 지 닷새째 되는 날, 나는 나의 과거에 대해 맥심에게 얘기했죠. 맥심은 놀라더군요. 입에 담지 못할 추악한 얘기라고. 맥심이 그걸 그런 얘기로 해석할 줄 몰랐어요.......그에대한 그순간 믿음은 무너졌어요. [...] "그 절벽 위에서 그 여자는 거래를 제안하더군, '내가 저택을 관리해 주죠. 당신의 그 소중한 맨덜리를 가꿔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만들어주겠어요. 사림들이 찾아와 우리를 부러워하며 말하겠죠. 영국을 통틀어 가장 부유하고 행복하며 멋진 부부라고 말이에요. 얼마나 신나는 장난이에요, 맥스! 완벽한 게임이죠!' 라고 말하면서.. 깔깔대고 웃으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꽃잎을 갈기갈기 찢으면서 말이오." 내가 물러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도 내가 필요하고 나도 아직 결심이 서지 않았ㄱ요. 꽃잎을 찢으며 위악을 떨었지만 내 마음이 찢겨 나가는 것 같았죠. [...] "그 여자와 내가 얼마나 거짓투성이 삶을 살았는지. 얼마나 너절하고 지저분한 연극을 했는지, 친구나 진척. 하인들, 심지어는 그토록 진실하고 충성스러운 프리스 앞에서까지도 모두들 그 여자를 사랑하고 존경했지 등뒤에서 자기들을 비웃고 업신여긴다는 건 꿈에도 모르고 말이오. 이곳은 늘 파티며 공연으로 북적거렸지. 내 팔짱을 끼고 천사 같은 미소를 피며 걸어 들이가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 그다음 날이면 그 여자는 새벽같이 차를 몰고 런던으로 가 강변의 아파트로 숨어들었소. 시궁장으로 숨어드는 동물처럼. 그렇게 이루 형언 못 할 닷새를 보내고 난 후 주말에 다시 돌아오는 식이었소. 난 거래에 충실했소. 그 여자의 다른 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않았지. 오늘과 같은 맨덜리를 만든 건 바로 그 여자 취향이오. 하지만 그건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누구보다 유능하게 잘 해냈지만 그런 일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서 있을 힘도 없었어요. 맨덜리는 휴식할 수 없는 공간이었기에 그곳을 떠나 원래의 나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 내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 [...]는 버려진황무지였다오. [...] 레베카가 아니었다면 나도 아마 그냥 내버려두었을 거요. 지금 저택에서 보는 물건 중 절반 정도는 본래 없던 것들이오. [...] 지금 보는 아름다운 맨덜리, 사람들이 동경하고 사진과 그림으로 간직하는 맨덜리는 모두 레베카가 만들었다고 할 수 있소." (p. 422-42.7) 맨덜리. 떠나야 했다고 생각해요. 맥심을 조롱했다고 하지만, 그러느라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나 갔어요. 자기 인생을 땔깜으로 쓰지 마세요. 부디 여러분들은 맨덜리에서 탈출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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