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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진화

by 책이랑 2019. 9. 4.

느낌의 진화 - 10점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임지원 외 옮김, 박한선 감수/arte(아르테)

2부 「문화적 마음의 형성」에서는 인간의 지성을 가능하게 했던 신경계와 뇌의 작용을 주로 다룬다. 항상성의 작용이 지능을 만나면, 다양한 자극의 특징을 지도화한 뇌 작용의 결과물을 토대로 이미지를 창조하고 ‘마음’을 구성하게 된다. 다마지오는 신경계가 하는 수많은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지도 만들기’라고 주장한다. 전통적으로 신경계가 시각이나 사고 과정을 처리하듯 느낌을 처리한다는 가정이 우세했지만, 우리의 몸과 신경계는 분리할 수 없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고 그 복잡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지도가 곧 마음이라는 것이다. 감정이 일어나는 순서도 순차적이지 않다. 박한선의 해제를 빌리면, 감정은 단순히 “뇌의 상태만이 아니라 표정과 자세, 근육의 긴장도, 심장의 맥박, 다양한 내분비 활동 등의 신체적 변화가 통합”되어 나타난다. 그렇게 “환경적 맥락과 과거의 기억, 여러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나타나면서 복잡다단한 감정을 유발한다.”


문화의 위기 상황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희망과 비관의 두 세계 사이에서 찾은 가장 종합적인 사고!
-  현재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인 인지과학·인지신경과학·인공지능 등이 지나치게 인지 능력과 합리성에 기대어 왔다는 다마지오의 비판을 보자. 그는 인지과학계가 마음과 문화의 진화 역사에서 감정이 한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 합리적 문제 해결, 창조적 지능, 발명, 예측, 언어와 같은 능력만 강조해 왔다고 본다. 특히, 유기체를 알고리즘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는 사고에 내재된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 사고의 배경에 기질과 환경이 별개라는 생각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신경과학자로서 다마지오는 오늘날 느끼는 문화적 위기, “그 어떤 때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정보들을 판단하고 해석할 수 있는 시간이나 도구가 없는 대중”, “정보를 통제하고 대중에게 알려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기업과 정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위험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문화적 위기에 ‘생물학’이 있는지, 즉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지 묻는다. 흥미롭게도 생물학적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실패가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기본적 항상성의 생리학적 근거와 주요 관심은 항상성의 경계 안에 있는 유기체의 생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역적인 성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명 차원의 아주 큰 집단에서는 항상성이 자연발생적으로 작용할 수 없다. 우리는 종종 사회, 문화, 문명을 유기체에 비유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통합과 유리한 환경의 혜택을 목표로 한 문명의 단호한 노력이라는 반대 방향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문화적 ‘유기체’들은 한 덩어리로 합쳐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노력이 생물학의 영역과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현재의 문화적 위기에 대한 해결 방법이나 그 실행들은 그 생물학적 기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의도는 시시포스의 신화와 같이 늘 좌절을 겪을지라도 늘 그랬듯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이 부여한 생명 조절 법칙으로 고통과 쾌락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절되는 세계”와 “생명을 영위하기 위해 문화적 형태를 발명해 기본적인 다양성을 보충함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들을 변화시키는 세계”.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더 적절한 상태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한선에 따르면 “의사이자 연구자이며 교육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우려와 조언은 “더 나은 인간 존재를 향한 그의 그치지 않는 따뜻한 의지”로서 “코나투스의 가장 좋은 본보기”라고도 할 수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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