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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물리학의 양자역학과 불교 중도이론 놀랄만큼 닮았어요”

by 책이랑 2019. 10. 31.

이론물리학 박사인 김 교수가 보는 불교의 매력은? “불교의 선법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팔정도(석가모니가 말한 열반의 길)는 사람이 사는 법을 바르게 가르칩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철학과 종교가 나왔어요. 4대 성인의 공통점은 바른 마음 갖고 바른 말을 하고 바르게 살아간 것이죠. 인의예지가 공통 가르침입니다. 불교는 여기에 생사의 문제와 우주운행의 원리까지 설명해요. 불교의 연기법은 정말 진리입니다.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론, 진화론, 복잡계 이론, 정보 이론 등 현대 과학이론이 연기법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기독교는 이 모든 것의 원인이 신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좋아요. 훌륭한 신앙이죠. 하지만 저한테는 연기법이 진리입니다.”


김 교수의 최근 저술은 왜 불교가 아인슈타인이 말한 ‘미래의 종교’ 1순위 후보인지를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가 보기에 양자역학과 불교의 중도이론은 놀랄만큼 닮았다. 그는 붓다가 말한 중도를 상대성원리와 조화의 원리, 불이의 원리로 분류한 뒤 이 셋이 양자역학의 물질관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양자역학 공부로 불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도 한다. “원자가 양립하기 어렵다고 본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거나 소립자와 같은 미시세계 상태가 중첩되는 있는 모습은 ‘존재와 비존재의 구분을 떠난다’는 중도 원리와 맞아떨어집니다. 현대물리학이 존재가 아니라 사건을 중심에 두는 것도 불교의 무아론(과정으로서 자아)과 일치해요.”

이런 말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진리를 찾는 것은 이성적 사유가 아니라 종교적 감정’이라고 했어요. 이성적 사유로 도달할 수 있는 진리가 분명 있어요. 하지만 그 진리는 궁극적 진리일 수 없어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보면 어떤 공리체계든 그 체계만으로 진리를 판별할 수 없는 명제가 꼭 하나 있어요. 또 어떤 공리체계가 완전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선 더 큰 공리체계가 필요하다고 해요. 이건 수학이지만 과학에도 적용된다고 봐야죠. 진리 판별이 안 되는 그 명제의 진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직관입니다. 바로 종교적 감정이죠.”


그는 바른 앎이 있어야 행복에 이른다는 말도 했다. “계가 없으면 바른 앎에 이를 수 없어요. 계는 윤리 도덕적으로 올바른 생활을 말하죠. 윤리 도덕이 없으면 마음의 안정이 안 됩니다. 맑은 마음이 없으면 지혜가 싹트지 않아요. 마음이 흔들리면 진리를 왜곡시키죠. 이성적 사유로 도달할 수 없는 진리에 이르려면 마음이 맑아야 합니다. 그래야 직관적 지혜를 기를 수 있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수행법 하나를 추천한다면? “가장 쉬운 게 호흡 수련이죠. 통제하는 호흡이 아니라 자연스런 호흡입니다. 호흡을 10번 한 뒤 조금 쉬고 다시 반복합니다. 이걸 아침 저녁으로 10분 동안 하는 거죠. 호흡이 거칠거나 느려도 내버려두고, 내 호흡이 그렇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그는 요즘 <금강경>을 현대과학적으로 풀이한 글을 틈틈이 쓰고 있다고 했다. 수원에 있는 집엔 한달에 한 번 들린다. “보통 금요일에 수원에 와서 토요일은 과학사상연구회 독회 모임에 가고 일요일엔 제 강의 수강자 가운데 불교 과학을 연구하는 이들과 만나 토론을 합니다.”

김성구 교수.           강성만 선임기자
김성구 교수. 강성만 선임기자

과학계가 불교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에 대해 물었다. “쿼크 모델의 창안자인 머리 겔만(196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교수는 ‘단순계는 불교의 인과법이고 복잡계는 불교의 연기법이다’고 했죠. 불교에 흥미를 느낀 과학자들이 많아요. 미국의 산타 크루즈 캘리포니아 대학은 ‘물리학과 의식의 만남’에 대한 교양강좌도 열였어요. 특히 뇌과학자 중 불교에 흥미를 느낀 분들이 많아요. 국내는 물리학자인 서강대 박영재 교수와 고려대 양형진 교수가 좌선 모임을 이끌거나 불교 강의를 하고 있죠.”

요즘 불교계의 실망스런 모습을 들추자 김 교수는 “나쁜 일이 있으면 계를 더 지켜야 한다는 자각이 싹틀 것”이라고 받았다. ‘인생의 책’이 뭐냐는 질문에 <법구경>을 꼽았다. “아침 저녁마다 5분씩이라도 읽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870277.html#csidx9577c6c4ae5148b87125f9d8b2ebf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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