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는 컨텍스트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영어사전에서 'context를 찾아보면 '맥락, 문맥, (전후)상황'이라고 풀이해 놓았는데요. 이 풀이로는 충분하지 않아서인지 보통 외래어 그대로 '컨텍스트'라고 씁니다. 글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문맥, 행간 등을 의미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쓰이는 '컨텍스트'라는 용어는 이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컨텍스트를 사전적 의미보다 더 넓게 보면 어떤 문제, 작품, 사물, 문장 등 어떤 것이 처한 환경이나 그 배경이 되는 요소들간의 관계까지 포함합니다. 만일 ‘A’라는 비즈니스의 컨텍스트’라고 하면 그 비즈니스가 놓인 환경이나 목적, 계획 등을 포괄합니다.
그럼 이해를 돕기 위해 컨텍스트를 '맥락'이라고 번역해 놓고 ’맥락'이란 무얼 말하는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다음의 예를 봅시다. "차문이 열려 있잖아."라는 텍스트는 말 그대로 창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말이 다음과 같은 상황일 때는 의미가 달라집니다.
상황 1) A가 무리 중에서 B를 옆방으로 몰래 불러내 비밀스러운 얘기를 나눈다. 이때 B가 A에게 "창문이 열려 있잖아."라고 말한다.
상황 2) A가 방 안에서 춥다고 이불을 덮어쓰고 있다. 때마침 방문을 열고 들어온 임마가 A에게 말한다. "창문이 열려 있잖아."
어떤가요? "창문이 열려 있잖아." 라는 동일한 텍스트가 쓰여진 상황과 배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지요. 상황 1)에서는 "누가 우리 얘기를 들을 수 있으니 소리를 낮춰 말해."라는 뜻이고, 상황 2)에서는 "날씨가 추우니 창문을 닫아." 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텍스트는 컨텍스트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텍스트를 둘러싼 배경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합니다. 또한 많은 경우, 전체 텍스트에서 한 문장이나 단락을 따로 떼어 읽게 되면 그 문장 혹은 단락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컨텍스트에 대한 이해 없이 텍스트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컨텍스트는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단순히 말이나 문장에만 아닙니다. 우리의 생각이 다루고 있는 문제들은 모두 역사 정치 ·사회·문화적 배경 등 여러 측면의 배경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배경들을 살피고 무엇이 중요한지 따져 보는 것은 어떤 문제에 대해 제대로 사고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중의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컨텍스트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나 생각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한국사 국정교과서로의 전환’ 이라는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나 글을 정리한다고 해 봅시다. 이때 일차적으로는 국정교과서일 때와 검인정교과서일 때의 장점과 단점을 따져 볼 것입니다. 하지만 깊이 있는 사고를 위해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동안 역사적으로 교과서를 둘러싸고 어떤 논쟁이 있어 왔는지, 정치적 배경은 무엇인지, 지금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등 다루고 있는 문제를 둘러싼 여러 측면의 컨텍스트를 다각도로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텍스트와 컨텍스트>>
청소년이 알아야 할 인뮌학 키워드 30 -<조곤조곤 엄마의 인문학 수업> p. 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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