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방식, 교 육, 성, 정치, 그리고 계급 등으로 인해 차단당한 삶의 영역들
작가 레싱도 마사 퀘스트(Martha Quest)의 일생을 다룬 5부작 폭력의 아이들( Children of Violence )2을 1952년부터 1969년까지 무려 17년의 긴 시간동안 주인공의 일생을 쪼개고 나누어 5편의 소설을 출간한다. 또한 아르고스의 카노프스( Canopus in Argos )3도 5부작이 며, 폭력의 아이들처럼 연대기 순으로 된 것은 아니지만 5권이 하나가 되는 공상과학 시리즈로 5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레싱의 숫자 ‘5’에 대한 사랑은 각 별해서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엿보이는데, 황금 노트북 또한 「자유로운 여자 들」5부로 이루어지고, 검정, 빨강, 노랑, 파랑, 황금색의 5권의 노트북이 등장 한다. 아마도 이슬람교의 신비주의 분파인 수피즘에 빠져 있던 레싱이 천지의 조화를 상징하고, 우주의 이치가 담겨 있는 신비롭고 완벽한 숫자 ‘5’를 통해 통일성과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했던 것 같다. 일생동안 레싱은 작품을 통해 완 벽한 소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작가임을 보여주고 있다. 「자유로운 여자들」 2부에서 안나는 토미(몰리와 리차드의 아들
안나에게 토미는 “만일 어떤 상황이 혼돈이라면 그게 바로 실체”(247) 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제시
카니발은 금기와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의 향연을 의미하며, 바흐친의 카니발 이론은 기존의 질서를 뒤집고 권위를 조롱하는 것으 로, 대립적인 것들이 공존하고 무질서가 난무하지만 상생의 공존이라는 긍정적 인 의미도 제시한다. 안나의 목소리들이 나누고 쪼개지고 서로에게 대화하는 것 은 또 다른 공존을 모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나가 자신의 노트북 분류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자, 안나의 자아들이 밖으 로 나오며 분열과 꿈의 환상세계가 펼쳐진다. 「자유로운 여자들」 3부의 파란 노트북은 안나와 정신분석가와의 상담내용으로 꿈과 무질서한 세계를 표현하 고 있다. 안나가 자신을 스스로 객관화하고 관찰하려는 목적으로 나누었던 분 류과정을 통해, 안나의 내면세계는 붕괴되고 안나의 자아와 외부세계의 경계가 무너진다. 「자유로운 여자들」4부의 파란 노트북은 3부의 환상세계와 연장선에 있어서 다중인격의 정신병을 앓고 있는 소울을 만나 분열 증세가 가중된다. 3 부까지의 파란 노트북은 개인적인 기록으로서 일기쓰기를 중단하고 꼼꼼하게 날짜를 기록하고 신문에서 오려붙인 기사들과 시, 영화각본, 일기의 형태로 몽 타주와 꼴라주 기법을 쓰고 있다. 그러나 4부에서는 안나 스스로가 오려붙여 지고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나는 스스로 자신이 “붕괴 (breakdown)되고 산산조각으로 쪼개지는 것(cracking up)”(564)을 지켜본
안나가 노트북을 분류하고 단순하게 나눈 것처럼, 그녀의 인생과 경험을 나 누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명제였다. 안나는 자신의 경험과 자아를 노트북 처럼 하나의 틀 속에서 세분화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안나는 검정 노트북에는 작가 안나 울프와 관련된 일만 사실적으로 쓴다고 했지만, 아프리 카에서의 인종차별과 공산당 가입 그리고 작가의 문제까지 녹아있다. 역시 빨 간 노트북에는 정치에 관련된 일 즉 공산당원으로서 그들의 위선적이고 부도 덕한 모습에 회의와 환멸만 적은 것이 아니라, 사랑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노란 노트북은 소설 속의 소설로 경험으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 자신을 객관화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또 다른 안나가 똑같은 고민에 싸여 여 성으로서의 사회생활과 작가로서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파란 노트북은 객관적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 뉴스까지 인용하지만, 그 속에는 명확 히 나눌 수 없는 또 다른 안나를 보게 될 뿐만 아니라 사실이 아님에 경악한다.
이와 같이 작가와 인물과의 관계를 오히려 독자들에게 노출시킴으로써, 황 금 노트북은 기존의 리얼리즘 소설과는 확연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자 의적 소설기법인 메타픽션(metafiction)은 픽션과 현실사이의 경계에서 글쓰기 에 대한 반성을 의미한다. 메타픽션은 픽션과 리얼리티 사이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가 하나의 인공물임을 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 속 주인공 안나는 자신의 소설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를 노란 노트북에 쓰다가 갑자기 “만일 또다시 패스티시(pastiche)로 되돌아 간 거라면, 이젠 그 만둘 때이다”(475)라고 언급하며 노란 노트북을 끝내기까지 한다. 패스티시는 다른 작품으로부터 내용이나 양식을 빌려와 기존 작품을 모방한다는 점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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