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 서현숙.허보영 지음/(주)학교도서관저널 |
이 책에 나오는 학교는 학생들의 ‘활동적 삶’의 공간이다. 학생들이 활발하게 말문을 열고 다른 학생들과 활동에 참여한다는 점에 나는 감탄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학생의 말문을 여는 데 가장 고생한다. 어떤 일에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다른 의견과 토론을 벌이며 세계를 만들어가는, 그런 말문을 여는 게
쉽지 않다.
말문이 열리지 않으면 그가 무슨 일을 해도 활동이 아니라 수행에 불과하다. 활동과 수행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말이다. 수행은 말 없는 행위 혹은 이미 존재하는 상투어로 구성된 행위라 할 수 있다. 말이 없거나 상투어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행은 그저 반복적이며 그 어떤 새로움도 탄생하지 않는다. 대학에서도 팀플레이를 하라고 하면 학생들은 협업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분업해 적당한 결과물을 생산해낸다. 그러니 기쁨이 있을 수 없다. 학생들의 팀플레이 혐오는 상상을 초월할 때가 많다.
아렌트는 “말 없는 행위는, 행위하는 주체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 행위가 아니다. 행위자는 그가 동시에 말의 화자일 경우에만 행위자일 수 있다”라며 “말을 통해서만 행위는 적절한 것이 된다”라고 말한다. 말만이 “자신의 고유한 인격적 정체성”을 “타인들과 함께 존재하는” 세계에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말과 행위는 떨어질 수 없으며 말과 행위로 사람은 자기 자신과 세계 모두를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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