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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좌파 사상가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새 책 <어셈블리>(2017)가 새로 나왔다. 부제는 ‘21세기 새로운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제언’. <제국>(2000), <다중>(2004), <공통체>(2009)와 소책자로 발표한 <선언>(2012)의 논의를 새로운 현실에 맞게 진전시켰다.
네그리와 그의 제자인 하트는 <제국>에서 세계화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정치 질서인 ‘제국’의 개념을 환기했다. 이들은 유엔(UN),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와 다국적 기업들이 형성하는 세계를 제국으로 불렀다. 정치·경제·군사 네트워크인 이들 절대 권력의 전 세계적 행위를 분석한 <제국>은 21세기 정치·경제·산업질서를 읽는 새로운 정치경제학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중>은 제국의 시대에 새로운 정치 주체인 ‘다중(multitude)’을 규정했다. 인민(people)이나 대중(masse)과 구별되는 다중은 제국의 지배를 끝내고 새로운 삶, 민주적 세상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주체들이다. <공통체>에선 공기와 물, 토지 등 물질세계의 공통적인 부를 비롯해 사회 관계까지 포괄하는 ‘공통적인 것(the common)’을 제시한다. 네그리와 하트는 최근의 사회적 투쟁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부터 ‘공통적인 것’을 지켜내려는 열망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오늘날 세계의 대안과 그것을 현실화할 정치적 주체의 창출로서 ‘다중의 군주 되기’를 얘기한다.
최신작 <어셈블리>는 최근 전 지구적으로 이어진 중앙집중적 리더가 없는 사회운동들이 아직까지는 오래 지속되는 대안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지도자와 다중의 역할의 전도가 필요하고, 나아가 그것을 장기적 안목에서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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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적으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앞서 ‘보장소득’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재난기본소득과 당신들의 보장소득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위기가 보장소득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또한 재난기본소득이라는 것은 투쟁이랑 괴리된, 권력이 자발적으로 분배하는 돈입니다. 당신들의 보장소득 제도화 요구와 어느 정도 일치하고 어느 정도 상충한다고 보십니까.
=이 시기 여러 나라들에서 실험되는 다양한 형태의 재난기본소득은 (우리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제안한 것과 같은) ‘무조건적인 보편적 기본소득의 보장’을 상상하는 길을 여는 일이 가능할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판데믹은 인구 대부분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에 한 줄기 빛을 드리웁니다. 이들은 판데믹 이전에 이미 불안정하고 취약했으며 앞으로 오랫동안 그럴 것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기본소득의 최초의 경험이 미래의 영구적이고 보편적인 미래의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길을 열 것이라고 희망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편적 기본소득의 수립을 혁명적 변화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해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정당하고 인도적인 개혁이며,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발생하는 욕구와 부조리에 대응할수 있는 하나의 개혁입니다. 이러한 개혁들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궁극적 열망은 보다 더 높은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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