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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학

연년세세

by 책이랑 2020. 12. 13.



1. 가족, 사회, 친구, 국가 등 여러 관계 안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세계에 대한 질문이 담긴 이 책에 대한 소감은?
2. 이순일 혹은 순자
3. 어머니와 딸
   1) 이순일과 한영진 
2) 이순일과 한세진  3) 하미영과 어머니
4. ‘더러운 거짓말'
5.  한영진-한세진
6.  인물들
  1) 한상언
  2) 한만수
  3) 김원상
  4) 하미영
7. 안나와 노먼
8.  Zeoro ground- 안산생명문화공원
9. 소나무와 아까시 나무


 “양육자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남아보다 여아가 발달된 경우가 많아, 정서적 유대가 더욱 깊게 형성되면서 장녀라는 역할에 몰두하게 된다”

노인 부양 책임을 사회가 부담하지 않고 가족의 역할로 남겨뒀기 때문에 장녀, 특히 비혼 장녀에게 부담이 가는 거죠. 이제 사회의 돌봄 정책이 바뀔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 맡는 기능이 너무 많아요.”(차유주씨·24)

맏이에게 지어졌던 부담과 함께 여성에게 강요되는 역할까지 추가

 주로 부모를 부양할 책임도 지면서 '여자답게' 살가운 모습으로 부모를 대해야 한다는 정서적인 측면까지 추가된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의 가족은 여전히 강력한 '시가 중심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시가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인 관계가 중심이 되는 가족 안에서 아내와 남편은 평등한 의사소통을 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아이가 태어나면 '주 양육자'의 임무는 대부분 여성에게만 지워진다.

결국 엄마로서 살기를 강요받는 여성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남편 대신 딸과 더 내밀하게 자신의 감정을 나눈다. 때로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들이 대신 이뤄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부모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장녀들은 이 꿈과 욕망이 가장 잘 투사되는 대상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딸들은 어머니의 상처를 무의식으로 동일시하게 되고, 어머니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가족 안에서 더 많은 중재 역할과 책임을 떠안게 된다. 특히, 장녀들은 특유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발휘에 이런 역할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어머니가 투사한 꿈을 이루기 위해 애를 쓴다.

또한, 어릴 때부터 '누나니까 동생에게 양보해라', '외출한 사이 동생을 잘 챙겨라'라는 말을 들어온 탓에 다른 가족 구성원의 '돌봄'에도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게다가 돌봄은 여성의 것이라는 시각이 강한 한국문화 속에서 돌봄의 역할은 장남보다 장녀에게 더 크게 부과된다.  

남동생을 하나 둔 30대 K-장녀 이웃의 말은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어릴 때부터 매일 들은 말이 누나니까 동생한테 잘해라, 양보해라 이런 거였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반대로 내가 동생이고 동생이 오빠였으면 안 그랬을 것 같아요. 아마도 장남이니까 더 식구들이 맞춰주지 않았을까." 

장녀들이 '나다움'을 회복할 때 

결국 K-장녀들의 호소는 한국의 가부장제와 첫째 아이의 심리적 특성이 맞물린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마음, 책임감과 성실함이 가부장 문화와 만나 가족의 높은 기대와 돌봄 요구에 부응하는 쪽으로 기운 것이다. 때문에 K-장녀들의 어려움은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는 여성에게 돌봄을 전가하는 가부장 문화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의식주를 챙기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돌봄을 가족 구성원 각자가 스스로 할 수 있을 때 어머니나 장녀에게 집중되는 돌봄에 대한 책임도 줄어들 것이다.

영유아기나 노년기, 투병기 등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 시기에 있는 가족 구성원에게 사회가 적절한 돌봄 체계를 제공한다면, '돌봄'을 이유로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자기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면, 장녀에게 자신의 감정과 꿈을 투사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장녀들 역시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장녀들은 '첫째 아이'의 특징을 '장점'으로 발휘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제도적, 문화적인 변화가 자리잡는 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제 장녀들이 먼저 나서보면 어떨까? 장녀 특유의 실행력을 발휘해 가족들과 적당히 선을 긋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여기서"황정은 연작소설. 이 소설은 다음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이순일이 차녀 한세진과 함께 철원군의 외조부의 묘를 없애는 이야기 <파묘>,
장녀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백화점 판매원 한영진의 이야기 <하고 싶은 말>,
어릴 적 '순자'라고 불리던 이순일의 피란과 고난, 친구 순자와 얽힌 옛 이야기 <무명>,
시나리오 작가인 한세진이 북페스티벌 참가를 위해 뉴욕을 방문하며 이순일의 이모 '윤부경'의 아들 노먼을 만나는 이야기 <다가오는 것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가족 이야기로 읽을까?"라고 썼다.

P. 53 한영진은 그걸 두번 세번 읽은 뒤에야 자기가 불신한 것이 외국인이나 그의 말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외국인, 그는 불순한 의도를 숨기려고 거짓말을 했을 수도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그의 의도 같은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나였어, 하고 한영진은 생각했다. 내가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불신한 건 그 외국인이나 그의 말이아니고 나였어… 네가 그 정도로 매력 있을 리가 없잖아. 그게 김원상의 생각인 것 같았고 한영진 자신의 생각이기도 한 것 같았다. 더러운 거짓말.  

P. 73 길 때마다 모멸감을 느꼈다. 한영진은 그 아기가 낯설었다. 바뀐 것 아니냐고 다른 사람의 아기가 아니냐고 간호사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아기가 젖꼭지를 제대로 물지 못해 빨갛게 질려 울어대고 그게 산모의 문제인 것처럼 간호사들이 한마디씩 충고할 때마다 한영진은 좌절했고 다시 분노했으며 죄책감을 느꼈다. 모든 게끔찍했는데 그중에 아기가, 품에 안은 아기가 가장 끔찍했다. 그 맹목성, 연약함, 끈질김 같은 것들이. 내 삶을독차지하려고 나타나 당장 다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타인  

P. 173 처음에 한세진은 풀pool 이라기보다는 워터폴waterfall 이라고 생각했다가 이것은 풀이라고 고쳐 생각했다. 이 구조물을 설계한 사람은 끝없이 물이 흘러내려도 채워지지 않는 이 영원한 구멍을 모두가 영원히 목격하게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 거라고, 그러므로 그것은 풀이었다.
수천수만 톤의 물로도 채워지지 않는, 억겁의 시간으로도 완성되지 않는, 고요해지지 않는,
누구도 그 바닥을 모르고, 알 수는 없는,

P. 83 한영진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이순일에게 묻고 싶은 오랜 질문이. 왜 나를 당신의 밥상 앞에 붙들어두었는가.

P. 138 나는 내 아이들이 잘 살기를 바랐다. 끔찍한 일을 겪지않고 무사히 어른이 되기를,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랐어.
잘 모르면서 내가 그 꿈을 꾸었다. 잘 모르면서

생각이란 안간힘같은 것이었다. 어떤 생각이 든다고 그 생각을 말이나행동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고 버텨보는 것. 말하고 싶고하고 싶다고 바로 말하거나 하지 않고 버텨보는 것. 그는 그것을 덜 할 뿐이었고 그게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 -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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