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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단지 강남 ‘빗장 도시’ 돼 양극화 심화…아파트 이름이 계층 상징 됐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9년간 재임하면서 낡은 아파트의 재건축을 철저히 틀어막은 서울에서는 모두가 바라는 ‘역세권 신축 대단지’ 아파트의 공급이 거의 끊겼다. 박인석 교수는 "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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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단 좁은 땅을 활용하는데 아파트 단지가 효율적이라는 점에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공감한다. “대단지 아파트는 사실 공공에서 마련해야 하는 놀이터, 어린이집, 경로당 등까지 떠맡고 주차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인프라 측면에서 좋을 수밖에 없다”(강인호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 “구매자는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고, 공급자는 단독주택을 여러 채 짓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드는데 분양도 잘되니 이득이고, 정책 입안자는 단기간에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으니 만족”(최윤경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최선은 아니지만 주차장·놀이터·녹지 등 일반 주거지의 환경이 워낙 나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기”(박인석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 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강인호 교수는 “골목길은 사라지고 큰 도로만 남으면서 도시를 구성하는 알갱이가 너무 커진다”고 말했다. 우리 몸으로 따지면 동맥·정맥만 남고 실핏줄은 다 사라지는 셈이다. 강 교수는 “단독주택을 다 헐고 아파트를 짓기는 쉽지만, 한번 지은 아파트를 다시 주택지로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며 “도시가 굉장히 드라이해지고 동맥경화에 걸려, 장기적으로 인구나 산업 여건의 변화에 따른 기능적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인석 교수는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은 점점 커지는데 갈 만한 주거 공간은 아파트 단지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제는 아파트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 안에서 고급 아파트 단지, 중급 아파트 단지, 저급 아파트 단지 이렇게 계층화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결국 시민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문제가 될 테고, 더 이상 시민 공동체라는 건 유지할 수 없다. 박 교수는 “계속 다가구주택 동네, 단독주택 동네를 방치하면 몽땅 아파트 단지로 갈 수밖에 없다”며 “더 늦기 전에 일반 주택지구도 아파트 단지 못지않은 살만한 수준으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고, 사회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제해성 교수는 “아파트 공화국이라 나는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이 아파트 단지를 좋아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아파트나 고층 빌딩에 사는 것 자체가 못사는 것이라고 낙인이 찍혀있는데 우리는 반대다. 제 교수는 “아파트를 막을게 아니라 단독이나 빌라촌에 부족한 부분, 예를 들어 공영 주차장, 어린이집, 공원을 정부에서 지어주는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상황이 이어지는 한 아파트를 향한 열망을 누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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