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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2024.4)

by 책이랑 2024. 4. 11.

 

4월 토론도서는 클레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예약줄이 길게 늘어서 있기에 책을 구하기가 어렵지만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었는데요, 다만 읽고 나서의 여운이 긴 책인 것 같습니다. 

독자들이 남긴 발췌문을 페이지 순서로 정리해보니, 주인공 펄롱의 갈등과 고민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수녀원에서 아이를 발견하기 전부터 펼롱은 자신의 삷에 대해 고민했다는 것이 뚜렸하네요.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40대라는 나이 때문인지 펄롱은 삶의 의미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라를 두고 온 자신의 행동에 대해 괴로워 했습니다.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 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ㅡ그 아이가 부탁한 단 한 가지 일인데ㅡ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미시즈 윌슨과 네드 등의 인물에 의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 후, 그아이 세라를 데리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 나날을, 수십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그리고 대가를 치르게 될테지만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을 평생 지고 살아가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지만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작가가 직접 선정했다는 표지그림에 대한 해설기사에 보면 더 큰 그림중의 일부가 표지로 선택된 것인데, 선택된 부분 바로 밑에는 어깨에 땔감을 지고 가는 사람이 나온다고 하지요. 그리고 프레임 바깥에서 도전한 사람들이 있어왔다..는 구절로 기사를 끝맺습니다.

왜 이 소설이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라는 말에 현실과 대비되는 이야기라서 라는 말도 나누었지요.   인생에서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는 인물이  프레임에 도전하며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이야기로라도 경험하고 싶어서...라고요. 펄롱이 아웃사이더로 성장하지 않았으면 하지 않을 행동인데, 그걸 극복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겠지요. 미시즈 윌슨과 네드, 어머니덕분이기도 할 텐데요, 이야기가 끝난 후에 펄롱, 세라, 펄퐁의 가족이 부디 잘 지냈기를 바라게 됩니다.

짧아서 오래 기억하게 될 이야기였습니다.

 

목차

    이처럼 사소한 것들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존적 고민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과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키건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냈다. 저자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킬리언 머피는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있으며 현재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다산책방

     

    ■ 이런저런 항목

    □ 번역에 대한 필자의 언급

    - 임신하고 물에 뛰어들어 죽은 여자를 암시하고자 했고 가능하다면 그런 뉘앙스가 번역문에도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헐벗다‘. ‘벗기다‘, ‘가라앉다‘, ‘북슬북슬하다‘, ‘끈‘, ‘흑맥주‘, ‘불다‘ 등의 단어를 써서 임신하고 물에 뛰어들어 죽은 여자를 암시하고자 했고 가능하다면 그런 뉘앙스가 번역문에도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설가 존 맥가헌은 좋은 글은 전부 암시이고 나쁜 글은 전부 진술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가 물에 빠져 죽은 시신의 암시를 의식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저는 좋은 이야기의 기준 가운대 하나는 독자가 이야기를 다 읽고 첫장으로 돌아왔을 때, 도입 부분이 전체 서사의 일부로 느껴지고 이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그 뒤에 이어질 내용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표지의 그림

    다른 사람이 겨울스포츠를 즐기는 동안 땔감을 어깨에 지고 운반하고 있는  인물

    표지로 채택된 부분의 바깥에 있는 땔감 운반하는 사람의 존재...

     

    Bruegel and the cover of 'Small Things Like These' — Julian Girdham

    재킷 커버 선택 바로 아래에는 다리를 건너는 인물이 있고 그 혹은 그녀의 어깨 위에는 땔나무가지 더미가 있습니다. 즉, 다른 사람들이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동안 누군가가는 연료를 제공하고(펄롱처럼),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실제로 클레어 키건(Claire Keegan)의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에서) 나머지 사람들이 지루하게 걸어가는 동안 끔찍한 고통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

    그러나 소설은 연료 상인 펄롱이 아마도 엄청난 개인적 희생을 치르면서도 자신이 목격한 고통을 어떻게 외면 하지 않았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 품위 있는 아버지이자 남편이자 고용주인 그는 모든 사람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으며, 필요할 때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책임을 졌습니다. 분명 지금은 잊혀진 우리 역사의 어둠에 대항하여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도전적으로 행동한 훌륭한 사람들이 또 있었을 것입니다.

     

    ■ 인상 깊은 구절 

    P. 29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P. 36
    곧 펄롱은 정신을 다잡고는 한번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각자에게 나날과 기회가 주어지고 지나가면 돌이킬 수가 없는 거라고. 게다가 여기에서 이렇게 지나간 날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비록 기분이 심란해지기는 해도 다행이 아닌가 싶었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일과를 머릿속으로 돌려보고 실제로 닥칠지 아닐지 모르는 문제를 고민하느니보다는.
    P. 37이듬해 펄롱이 맞춤법 대회에서 1등을 하고 부상으로 밀어서 여는 뚜껑을 자로도 쓸 수 있는 나무 필통을 받았을 때, 미시즈 윌슨은 마치 자기 자식인 양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렴.˝ 미시즈 윌슨이 말했다. 그날 종일, 그 뒤로도 얼마간 펄롱은 키가 한 뼘은 자란 기분으로 자기가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소중한 존재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돌아다녔다.

     

    P. 44일 그리고 끝없는 걱정. 캄캄할 때 일어나서 작업장으로 출근해 날마다 하루 종일 배달하고 캄캄할 때 집에 돌아와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뜬금없이, 기술학교에서 나와 여름에 버섯공장에서 일하던 때가 떠올랐다. 출근 첫날, 최선을 다해 부지런히 버섯을 땄음에도 손이 더뎌 다른 사람들 작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마침내 라인 끝에 다다랐을 때는 땀이 흐르고있었다. 잠시 멈춰 작업을 시작한 지점을 돌아보았는데, 거기에서 벌써 새끼버섯이 배양토를 뚫고 올라오는 걸 보고 가슴이 쿵 내려 앉았다.

     

    P. 51여자들은 펄롱을 보자 불에 데기라도 한 듯 놀랐다. 그저 카멜 수녀가어디 있는지 물어보러 왔을 뿐인데? 그들 중에 신발을 신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검은 양말에 끔찍한 회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한 아이는 눈에 흉측한 다래끼가 났고 또다른 아이는 머리카락이 누군가 눈먼 사람이 커다란 가위로 벤 것처럼 엉망으로 깎여 있었다.

     

    P. 52˝저한테는 아무도 없어요. 그냥 물에 빠져 죽고 싶어요.
    P. 53펄롱은 트럭에 올라타자마자 문을 닫고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 달리다가, 길을 잘못 들었으며 최고 속도로 엉뚱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음을 깨닫고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가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바닥에서 기어다니며걸레질을 해서 마루에 윤을 내던 아이들, 그 아이들의 모습이 계속 생각났다. 또 수녀를 따라 예배당에서 나올 때 과수원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문이 안쪼에서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는 사실, 수녀원과 그 옆 세인트마거릿 학교 사이에 있는 높은 담벼락 꼭대기에 깨진 유리조각이 죽 박혀 있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또 수녀가 석탄대금을 치르러 잠깐 나오면서도 현관문을 열쇠로 잠그던 것도.

     

    P. 54구불구불한 도로에 차를 돌릴 만한 공간이 없어서 펄롱은 우회전을 해서 샛길로 들어갔다. 그 길로 가다가 또 우회전했더니 길이 더 좁아졌다. 또 한 번 우회전을 해서 전에 지나간 적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 않은 건초 창고를 지나다가 짧은 목끈을 질질 끌며 돌아다니는 숫염소 한 마리를 보았고 곧이어 조끼를 입은 노인이 길가에 죽은 엉겅퀴를 낫으로 쳐내는 모습이 보였다.

    "이 길로 가면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이 길?" 노인은 낫으로 땅을 짚고 손잡이를 기댄 채 펄롱을 빤히 보았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P. 56˝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 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있는 거야. 그래야 계속 살지.˝
    P. 56강한 타격은 아니었으나, 그때까지 아일린과 같이 살면서 그런 말을 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 뭔가 작지만 단단한것이 목구멍에 맺혔고 애를 써보았지만 그걸 말로 꺼낼 수도 삼킬 수도 없었다. 끝내 펄롱은 두 사람 사이에 생긴 것을 그냥 넘기지도 말로 풀어내지도 못했다

     

    P. 57하고 척지지 않고 부지런히 살면 우리 딸들이 그 애들이 겪는 일들을 겪을 일은 없어. 거기 있는 애들은 세상에 돌봐줄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그런 거야. 그 애들 부모는 애들을 멋대로 풀어놨다가, 문제가 생기니까 모른 척 등을 돌려버렸겠지. 자식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무심해서는 안 되는 건데.˝

     

    P. 61날개를 접고 성큼성큼 돌아다니면서 땅바닥과 주위를 살피는 모습이 뒷짐을 지고 시내를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젊은 보좌신부와 닮아 보였다.
    P. 66차가 수녀원에 가까워지면서 창문으로 비치는 트럭 헤드라이트 불빛 때문에 펄롱은 마치 자기 자신을 만나러 가는듯한 기분이었다. 최대한 조용히 현관문 앞을 지난 다음 후진으로 건물 옆을 따라 석탄 광까지 가서 시동을 껐다. 펄롱은 졸린 상태로 차에서 내려 멀리 주목과 산울타리, 성모상이 있는 작은 동굴을 보았다. 성모는 발치에 놓인 조화가 실망스럽다는 듯 눈을 내리 깔고 있었다.
    P. 67이 위는 이렇게 고요한데 왜 평화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걸까?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고 펄롱은 검게 반짝이는 강을 내려다보았다. 강 표면에 불 켜진 마을이 똑같은 모습으로 반사되었다.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면 훨씬 좋아 보이는게 참 많았다. 펄롱은 마을의 모습과 물에 비친 그림자 중에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다.
     P. 68자기는 마냥 문간에서 기다려야 하는 신세인 건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면서 그 많은 시간을 이집 저집 문 앞에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보냈으니.
    P. 89그날 미사는 길게 느껴졌다. 펄롱은 딱히 열심히 참여하지 않고 멍하니 한 귀로 들으며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보았다. 강론 동안에는 눈으로 십자가의 길」성화를 훑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가다가쓰러지고, 성모와 예루살렘의 여인들을 만나고, 두 번 넘어지고 옷이 벗겨지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무덤에 묻히는 그림들, 축성이 끝나고 앞으로 나개 영성체를 받아야 할 때가 되었으나 펄롱은 벽에 붙어 서서 고집스럽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P. 93일요일이 너무나 공허하고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왜 펄롱은 다른 남자들처럼 미사 마치고 맥주 한두 잔 마시면서 쉬고 즐기고저녁 배부르게 먹고 불가에서 신문을 보다가 잠들 수 없는걸까? 

     

    P. 99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 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ㅡ그 아이가부탁한 단 한 가지 일인데ㅡ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P. 102주고받는 것을 적절하게 맞추어 균형 잡을 줄 알아야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람들하고 잘 지낼 수 있단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특권임을 알았고 왜 어떤 집에서 받은사탕 따위 선물을 다른 더 가난한 집 사람들에게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러듯 크리스마스는 사람들한테서 가장 좋은면과 가장 나쁜면 둘 다를 끌어냈다.

     

    P. 111 밤늦은 시간까지 불가에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던 것을 생각하며 그게 무슨 의미일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그게사실이라면, 펄롱으로 하여금 자기가 더 나은 혈통 출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서, 그 세월 내내 펄롱의 곁에서 변함없이 지켜보았던 네드의 행동이, 바로 나날의 은총이 아니었다. 펄롱의 구두를 닦아주고 구두끈을 매주고 첫 면도기를 사주고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던 사람이다. 왜 가장 가까이 있는게 가장 보기 어려운 걸까?
    P. 116˝나랑 같이 집으로 가자, 세라.˝ 
    P. 117펄롱은 어렵지 않게 아이를 데리고 진입로를 따라 나와언덕을 내려가 부잣집들을 지나 다리를 향해 갔다. 강을 건널 때 검게 흘러가는 흑맥주처럼 짙은 물에 다시 시선이갔다. 배로강이 자기가 갈 길을 안다는 것, 너무나 쉽게 자기 고집대로 흘러 드넓은 바다로 자유롭게 간다는 사실이부럽기도 했다. 외투가 없어서 추위가 더 선뜩했다. 펄롱은 자기보호 본능과 용기가 서로 싸우는 걸 느꼈고 다시한번 아이를 사제관으로 데려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펄롱은 이미 여러 차례 머리속으로 그곳에 가서 신부님을 만나는 상상을 해봤고 그들도 이미 다 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시즈 케호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다 한통속이야.
    P. 119˝귀여워요.˝ 아이가 말했다.
    "이제 거의 다 왔어."펄롱이 기운을 돋궜다. "조금만 더 가면 집이야.."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나날을, 수십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아이를 데리고 걸으면서 펄롱은 얼마나 몸이 가볍고 당당한 느낌이었던지,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쁘이 솟았다. 펄롱의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까? 펄롱은 자신의 어떤 부분이 그걸 뭐라고 부르든 -거기 무슨 이름이 있나?ㅡ밖으로 마구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대가를 치르게 될 테지만, 그래도 변변찮은 삶에서 펄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와 견줄 만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갓난 딸들을 처음 품에 안고  우렁차고 고집스러운 울음을 들었을 때 조차도.
    P. 121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자기 집으로 가는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P. 131소설의 중심인물인 빌 펄롱의 내면에도 차마 하지 못한 사소한 일들, 쉽사리 입 밖에 내지 못한 모호한 말들이 꽉차서 목구멍으로 차오르는 지경이다. 수녀원으로 대표되는 세상은 너무 크고, 그 안의 어떤 존재들은 너무 작기 때문에, 어쩌면 자기가 너무 작은 존재라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펄롱에게 뒤에서 작고 소박한 사랑밖에 줄 수 없었던 네드처럼, 겉으로 드러난 것은 보잘 것 없지만, 화려하거나 열렬하거나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것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클 수 있다는 것을, 클레어 키건의 조용한 글이 낮은 소리로 들려준다. 춥고 어두운 겨울밤에 따스한 슬픔의 불빛이 켜진다. 

     

    ■ 토론논제

     우리가 만든 사회/현재의 여성혐오와 두려움, 우리 세대의 비겁과 침묵, 변태와 생존 전술에 대해 질문하고 비판한다.

    - 아웃사이더로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 가족의 의무가 어떻게 충족되고 동시에 억압될 수 있는가,
    - 강력한 기관이 완전히 실패할 수 있는 가능성

    - 우리가 특권적인 삶을 영위하는 동안 우리 문앞에 끔찍한 고통이 어떻게 펼쳐질 수 있는가
    - 우리가 이웃에 대해 어떤 책임을 갖고 있는지  "가장 가까운 것들이 왜 가장 보기 어려운가?" 

    - 그리고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일어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 사랑, 친절, 의무에 대해
    1. 이 책은 작고 여운이 있습니다. 작가의 글쓰기 스타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작가는 어떻게 그렇게 작은 패키지에 이토록 강력한 이야기를 담았을까요?

    2. 주인공 펄롱은 평생 아버지가 없었고 상실감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당시로서는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성장이 이야기 의 후반부에서 그가 내리는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3. 네드가 펄롱의 아버지일까요? 그렇다면 네드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요?

    4. 에일린은 수녀원에 대한 펄롱의 보고에 대해 매우 방어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생각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나요... 생각이 하는 모든 일은 당신을 무너뜨리는 것뿐이야."

      펄롱은 그의 아내와 Kehoe 부인으로부터 수녀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말라는 경고를 듣습니다. 어떻게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수녀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을까요? 수녀원에는 왜 그렇게 많은 권한이 있었을까요?

    5. "최근에 그는 다른 곳에서의 또 다른 삶을 상상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것이 그의 피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궁금해했습니다." 펄롱의 이런 우울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6. “...서로 돕지 않고 살아도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수년, 수십 년, 일생 동안 존재하는 것에 맞서 한 번도 용기를 내지 않으면서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속의 자신을 마주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겠습니까?”
      이런 순간이 있었나요? 불편한 선택을 하게 만든 요인이 있나요?

    7. 책 끝에서 펄롱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가 있을 것임을 인정하지만 독자로서 우리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 나요?

    8. 첫 번째 서문에는 1916년 아일랜드 공화국 선언문의 한 구절이 있습니다. “…공화국은 모든 시민에게 […] 행복과 번영을 추구하기 위해 종교 및 시민의 자유,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보장합니다. 온 국민의 자녀를 평등하게 소중히 여깁니다.”
      이것은 확실히 책의 사건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아일랜드의 이상, 심지어는 우리 나라의 이상이 때때로 이런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9. 아이들에 대한 펄롱의 자부심과 마을의 일부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강조하는 구절이 있은 후 키건은 이렇게 썼습니다. "이런 어느 날 밤, 펄롱은 에일린과 함께 누워서 이와 같은 작은 일을 검토했습니다."

      '이런 작은 것'이라는 제목의 것, 그것이 어떻게 삶을 구성하는가? 당신의 삶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일들은 무엇입니까?

    10. 이 책을 읽기 전에,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의 막들렌 세탁소 와 기타 학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셨습니까 ?

     

     

    참고자료

    ⓛ  여자 전쟁 -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The War on Women (2016년)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은이),심수미 (옮긴이)

    전통적인 아일랜드 도덕 관습에 조금이라도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 누구에게나 ‘타락한 여자’라는 꼬리표를 너무나도 쉽게 붙였다. 어떤 여자들은 심지어 ‘예방 차원’에서 세탁소로 보내졌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수녀들은 외모가 특출하게 빼어난 소녀들을 ‘타락할 위험이 높다’며 세탁소로 보냈다. - 종교가 박해한 ‘타락한 여자들’ 

     

    1 가장 잔인한 칼날, 여성 할례: 감비아
    2 5월광장의 할머니들: 아르헨티나
    3 종교가 박해한 ‘타락한 여자들’: 아일랜드
    4 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 감옥: 사우디아라비아
    5 민주화를 외치는 광장에서의 성폭력: 이집트
    6 인신매매로 사라지는 소녀들: 해체된 구소련 국가들
    7 유엔 평화유지군이 지나는 자리: 보스니아와 코소보
    8 두 도시를 잇는 강제결혼 셔틀: 파키스탄과 영국
    9 명예 없는 명예살인: 파키스탄과 요르단
    10 세계에서 여자로 살기 가장 어려운 곳: 인도
    11 강간이라는 전쟁 무기: 보스니아와 콩고민주공화국
    12 제도화된 여성혐오: 영국

    ②. 아일랜드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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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역사②…노르만 침공, 영국통치의 씨앗

    아일랜드 역사③…땅도 주권도 빼앗긴 슬픈 민족

    아일랜드 역사④…굶어 죽거나 이민 떠나거나

    아일랜드 역사⑤…민족주의 대두, 거센 독립운동

    아일랜드 역사⑥…對英 전쟁. 내전, 그리고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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