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대각선으로 보이는 인왕산이 머리에 안개인지 구름인지를 얹고 있는 날.


단기 방학이라고 집에 있는 지원이와 신촌아트레온으로 영화를 보러 갔어요. 이곳은 89년인가 90년인가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본 신영극장 자리죠.ㅋ 시간이 참..^^;;,,
집은house이기도 하고 home 이기도 하고 family이기도 하죠. 자꾸 싸우는 엄마아빠 때문에 family의 위기를 겪는 하나, 멀리 지방에 일하러 간 엄마 아빠 대신 house를 지키려는 유미와 그 동생 유진이.


여태껏 여서 일곱번을 이사다녔다는 유미는 하나 언니에게 "언니, 언니는 우리 언니 해 줄거지? 우리가 이사가도 언니 해 줄거지?"라고 말해요.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족이 만들어 지는데 아이들은 거기서 약자가 되기 쉽지요. 가족을 지키려는 아이들의 힘겨움과 함께 아이들이 지닌 맑음이 돋보이는 영화였어요. 마음을 의지할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생각해봅니다.


2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을 견딘 지원이가 기특해서 이대 앞에 가서 맛있는 밥을 먹었어요. 일본 가정식을 한다는 곳. 지원이는 어린이 손님에게만 주는 써비스 웰치포도주스에 취했어요. 대만족.~~


신촌 기차역 건물 5층에 있는 신촌 메가박스에 가서 공짜 버블버블을 하고


창전 교회 쪽으로 걸어 왔어요.
오는 길에는 우산이 있길래 펴봤더니 거의 멀쩡해서 주워들고요. 신촌에서 돌아다니면서 공짜게임에 우산도 줍고 하니 왠지...뭔가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된 느낌. ㅎ..


ㅋ 작심 독서실. 3일에 한번은 오라는 얘기인가요?




학교도 방학, 태권도장도 방학이기 때문에 밖에서 더 있어도 되니까 연세대학교에 가 보기로 했어요.
100주년 기념관에서 고 마광수 교수님 유작 기증전을 하고 있네요.






책상에는 교수님의 박사논문과 육필원고가 펼쳐져 있네요. 마광수 교수님의 박사논문은 윤동주에 관해서였고 윤동주의 작품세계가 새로이 조명 되었다고 했어요.
제자들일텐데 그앞에 꽃과 담배를 가져다 놓았네요




<Love is Touch>
신이 우리에게 선물해준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아가페적 사랑이 아니라 에로스적 사랑이다.
오직 '육체적 언어(body language)'만이 사랑을전달해 준다. 비틀즈가 부른 노래 가운데 <Love>라는 것이 있는데, 그 가사 가운데 "Love is touch, Love isfeeling'이라는 대목이 있다. 나는 사랑을 이만큼 정확하게 정의한 말도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다. 따뜻한 접촉감, 포근한 안식감(安息)같은 것들이 사랑의 본질이다.
touch'는 또 '감동시키다'라는 뜻도 아울러 가지고있다. 그러니까 "어루만져 주어야만 감동 한다"는 의미가 'touch'란 단어 가운데 내포되어 있는 셈이다.
사랑의 행위에서 관념을 배제시킬 수 있을 때, 그때우리는 진정한 사랑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 『소년 광수의 발상』, 서문당, 2011. 159쪽
사랑은 사람을 신만큼 격상 시킨다
종이에 아크릴릭15.0x52.8 cm2011


나서서 뭔가를 해야 할 때도 있고 잠자코 물러나 있어야 할 때도 있다고 하죠. 교수님은 너무 많이 물러나야 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마광수 교수는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마교수님을 비난할 때면 그들은 아마도 현실에서는 더 나쁜 짓을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과연 그들이 그럴 자격이 있나.
이한열 동산을 지나오며 아이에게 열심히 설명해주고
공학관 앞에 있는 멋진 돌을 보며 웅장한 산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파도치는 바다를 보는 것 같기도 해서 멋있지만 이돌을 캐와서 이렇게 전시하는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교문을 빠져 나오려는데 사진 오른쪽 이한열 열사가 쓰러진 지점쪽에서


문재인 퇴진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예전에 집회할때 부르던 노래를 개사해서요. 그장소에서 그런 집회하는 사람 벌 받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아까 주운 우산을 나란히 쓰고 집으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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