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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동아리/보늬샘독서동아리

볼프 에를브루흐

by 책이랑 2017. 4. 18.

 볼프 에를브루흐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729512&code=11171315&cp=nv

- 그 작가 볼프 에를브루흐가 2017아스트리드 린드그렌추모상(줄여서 알마상)을 받음
- 스웨덴에서, 그녀가 타계한 직후 제정 됨
- 글 작가, 그림 작가, 스토리텔러, 독서단체 네 영역에서 단수나 복수의 수상자가 선정
-우리 돈으로 7억원 가까운 상금에 스웨덴 공주가 앞장서서 일주일 가까이 축제처럼 벌이는 시상식
-‘세계에서 가장 큰 어린이문학상’


에를브루흐의 작품 세계
-  괴테를 비롯한 다양한 작가의 글에 그림을 그린다.
본인이 직접 쓰고 그린 책도 많다.
-  신과 대면해서 우리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물음에서부터
- 개가 무서운 아이의 조마조마한 마음까지 깊고도 섬세하게 그려진다.


 ■ 이력

 1948년 독일 부퍼탈에서 태어나 에센의 폴크방 조형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사회에 나와 오랫동안 광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에스콰이어’ ‘뉴욕’ ‘슈테른’ 같은 세계적인 잡지에 그림을 그렸는데,
1985년에 제임스 애그레이의 『날고 싶지 않은 독수리』에 삽화를 그려 그림책 세상에 데뷔했어요.

위에 소개해드린 베르너 홀즈바르트 글에 삽화를 그린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가 홈런을 날려,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지요. 이 책은 유쾌하고 재미있지만,

 ■ 주요 주제
작가의 다른 그림책들, 특히 자신이 글과 그림을 도맡은 온전한 자기 책들의 주제는 상당히 심각하고 무겁답니다. 존재론적인 의미를 찾는 철학적 주제를 다룬 책이 대부분이지요.

 어린이 책의 90%는 잉여물에 불과하다고 냉정하게 비판

" 약 10~12년 전부터 출판사들은 문득, 어린이 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 뒤부터, 어린이 책들이란 돈을 버는 확실한 수단이라는 것을 주로 의미하게 됩니다. 출판사들의 책 목록을 슬쩍 보면 같은 주제들과 같은 미학들로 넘쳐납니다. 그것들은 아주 잘 팔릴 것이 확실한, 특정한 규범을 고수하지요. 그러니 당연히 엄청난 잉여물이 쏟아져 나온 겁니다. 90%는 좀 과장이겠지만, 그렇다고 지나친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좋은 어린이 책이란 무엇일까요?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이 그것을 통해 이미지를 새로이 만들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책이 좋은 어린이 책이라고 볼프 에를부르흐는 말해요. 그럼 그가 글과 그림을 모두 담당한 자신의 그림책은 어떤지 한 번 살펴볼까요? 

  『커다란 질문』
그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커다란 질문을 던지지요. 즉, “넌 왜 여기 있니? (Why are you here?)” 번역본에서는 ‘왜 태어났는지 / 왜 세상에 왔는지’로 살짝 바꾸어 놓았지만, 그렇게 되면 원문과 의미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내가 지금 현재 여기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의미로 저는 받아들이고 있거든요. 이렇게 난감한 철학적 질문은 언뜻 골치 아픈 것 같지만,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간단하고 발랄한 대답을 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형은 생일 케이크 촛불을 훅, 불어 끄면서 “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라고 말하고, 비행기 조종사는 “넌 구름과 입맞춤하려고 세상에 태어난 거야.”라고 말하지요. 새는 “너만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야!”, 빵집 주인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고”라고 하지요. (제빵사는 예로부터 힘든 직업군에 속하지요. 밤을 새워 빵을 만들어 아침에 파는, 낮밤이 뒤집어 생활하는 직업이라, 중세 때는 마을 처녀들이 제빵사와 결혼하는 것을 꺼리기도 했다네요.) 

또, 씨앗을 뿌리고 그것이 자라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봐야 하는 정원사는 참을성을 배우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지요. 그런데 인간이나 새에게만 질문하는 게 아니라 무생물에게까지 질문을 던졌다는 게 매우 독특하고 흥미롭군요. 바위와 숫자 3의 대답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리고 죽음은 무엇이라고 대답할까요? (꼭 찾아보세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독자가 직접 자신의 대답을 써 볼 수 있도록 넉넉한 빈 칸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모눈종이를 오려 붙이고, 포크 사진, 악보까지 활용해서 콜라주한 그림은 마치 우리가 매우 복잡한 임무를 완수하려고 여기 존재하는 게 아니라, 보다 단순한 이유로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최대한 간결한 외곽선으로 처리되어 있어요. 게다가 아무 무늬도 없는 옅은 색 배경은 앞으로도 에를브루흐 그림책의 특징으로 나타난답니다. 작가는 이 여백은 독자들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용도라고 말한 바 있어요. 철학적 질문과 저마다의 대답이 신선한 이 책은 2004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라가치상을 받았어요. 


  『날아라, 꼬마 지빠귀야』
삶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삶에서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요? 이 책의 주인공인 마이어 부인은 마치 걱정을 하기 위해 사는 것 같아요. 하루해가 걱정으로 떴다가 걱정으로 저무니까요. 앤서니 브라운의 『겁쟁이 빌리』에서 빌리는 걱정인형으로 그것을 해결했지만, 『날아라, 꼬마 지빠귀야』에서 마이어 부인은 어떻게 걱정을 털어내고 당당한 자기 삶을 살게 될까요?


마이어 부인은 단추가 떨어질까 봐, 케이크에 건포도를 너무 적게 넣은 건 아닌지, 정원 위로 날아다니는 비행기가 추락할까 봐…… 하루종일 걱정으로 가득했어요. 하지만 마이어 씨는 세상에 걱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지요. 어차피 인간의 뜻대로 되는 일은 없다며, 박하차를 끓여 걱정 많은 아내에게 주곤 했어요. 그렇게 나날이 새로운 걱정을 쟁여놓고 사는 마이어 부인 앞에 채 털도 제대로 나지 않은 작은 새 한 마리가 나타나 노란 주둥이를 벌리는 거예요. 

이제까지의 걱정은 쌩~ 사라져 버리고, 마이어 부인은 오로지 그 작은 새를 잘 거두기 위해 모자를 둥지 삼고 애벌레들을 먹이로 잡아다 주는 등 온갖 노력을 다 했어요. 그런데 꼬맹이 새가 식탁 가장자리에서 떨어지자, 마이어 부인은 새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할 때가 온 것을 알았지요. 그래서 나무에 올라가 팔을 파닥파닥 저어 보았지만, 꼬맹이 새는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하릴없이 둘은 막연히 앞만 보고 앉아 있었는데, 석양에 잠긴 푸른 초원, 구름 두 조각이 나란히 흘러가는 하늘을 보면서 문득 기이한 느낌이 스치고, 마이어 부인은 살그머니 날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꼬맹이도 마이어 부인을 따라 하늘을 날게 되었지요. 그래서 둘은 목장까지 날아가고,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또 날아다녔다는 이야기.

날마다 스스로 만들어 부대끼는 걱정을 떨치고 단 하나―사랑에 집중하자 환하게 열린 새로운 세상이지만, 마이어 부인과 달리 처음부터 편안했던 사람도 있지요. 남편인 마이어 씨가 그래요. 그는 볼프 아저씨와 매우 닮았어요. 마치 거울을 보고 좀 더 순하게 그린 자화상 같은 느낌을 주지요. 몸집은 풍성해도 얼굴은 걱정에 쪼그라들어 있는 아내와 달리 남편은 매사 흐뭇하고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뜨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투예요. 작가는 일본 목판화에 영감을 받았다는데, 이 책에서는 그것이 마이어 씨의 수묵화로 슬쩍 드러나고 있군요. 또한 사냥의 본성을 가진 고양이조차 이 책에서는 새에게 덤벼들기는커녕 그런 것 따위는 초연하다는 표정으로 편안히 의자에 앉아 있지요. 

마이어 부인은 매우 매력적으로 묘사되고 있어요. 다른 책에서 인물과 동물들을 뾰족뾰족하게 그린 것과 달리 작가는 마이어 부인을 얼굴은 조막만 하지만 몸집은 커다랗고 푸근한 인물로 그리지요. 엄청난 팔뚝과 불룩한 엉덩이 등 몸의 각 부분은 과장되어 있는 반면 눈은 단지 점 하나로 끝나요. 그 눈은 마이어 부인의 소심함을 은근히 드러내지요. 하지만 일로 다져진 중년의 커다란 몸집은 마치 부피가 크면 물에서 부력을 더 많이 받듯이 일단 마음이 맑아지자 공중에서 편안하게 잘 떠다닐 수 있는 역할을 하는군요. 마이어 부인이 꼬맹이 새와 함께 나뭇가지에 앉아 평온함 내지는 무념무상을 느끼는 장면을 보면 몰리 뱅의 『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이 떠오르는군요. 쏘피의 경우, 가슴 속에 차올랐던 불꽃 같은 화가 서서히 누그러지며 자연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만, 마이어 부인은 불안한 마음이 시나브로 사라지며 마음이 평온해지진답니다. 그래서 이제는 걱정으로 무거운 인간의 뼈가, 새들의 텅 빈 뼈처럼 가벼워져 날 수 있게 되었나 봐요.

 『아기 곰의 하늘나라』
그렇게 열린 새로운 삶도 죽음과 영원한 동반자라는 사실은 저버릴 수 없지요. 이 땅을 돌아다니며 천국을 찾아다니는 아기 곰을 그렸던 그는

『내가 함께 있을게』

죽음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담은 책

보통 죽음을 소재로 한 그림책들은 가까운 이와의 이별과 그로 인한 상실감과 상처를 다룬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어루만지며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고 격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죽음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향해 곧장 나아간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볼프 에를부르흐가 환갑을 앞두고 펴낸 그림책

라가치상 수상작 <커다란 질문>에서 우리가 태어나 존재하는 이유를 두루 살핀 데 이어,
이 책에서는 죽음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담았다.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루지요. 죽음은 그림책에서 그다지 반기지 않는 주제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생명체로 이루어진 세상인 한, 피해갈 수 없는 주제기도 하지요.

이 책의 원제목은 『오리, 죽음 그리고 튤립』이에요. 여기서 죽음은 일반 명사가 아니라 ‘저승사자’를 뜻하지요. 튤립은 뭐냐고요? 저승사자가 들고 다니는 검붉은 꽃이니 우리 문화로 치면 ‘흰 국화’겠지요. 문득 누가 뒤를 슬그머니 따라다니는 느낌이 들어 돌아본 오리.  해골 모양의 ‘죽음’이 검붉은 튤립 한 송이를 들고 있어 쭈뼛했지요. 이 죽음은 이미 『커다란 질문』에도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바 있어요. 왜 따라 다니냐는 물음에, 만일을 대비해서 따라다닌다는 대답을 들은 오리는, 그 만일의 의미를 생각하고 오스스 소름이 돋았어요.

그러나 둘은 함께 다니면서 점차 우정이 생겨납니다. 오리는 죽음을 데리고 연못에 데려가기도 하고, 따뜻하게 덮어주기도 하지요. 그러다 둘은 죽음의 제안으로 나무 위에 올라 연못을 내려다 봐요. 너무도 고요하고 쓸쓸한 그 모습에 오리는 자기가 죽으면 저렇게 되겠구나, 생각하지요. 하지만 죽음은 말해줘요. 네가 죽으면 연못도 없는 거라고. 그러던 어느 날, 서늘한 바람이 깃털 속에 파고들고 오리는 가만히 누워 숨을 쉬지 않게 되었어요. 죽음은 오리를 조심스레 강물 위에 띄우고 위에 튤립을 얹고 살짝 밀었어요. 그리고 천천히 걷고 있는 죽음 옆에 여우와 토끼가 뛰어가네요. 이것은 또 무슨 의미일까요?

볼프 아저씨는 이 책을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해요. 일단 죽음이란 주제를 잡은 뒤, 그것을 단순하게 가져가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되었지요. 때로는 방향을 너무 잘못 잡아 끝없이 철학적으로만 되었고, 글을 너무 길게 쓴 나머지 나중에는 읽고 싶지도 않을 정도였다고 해요. 그러다가 결국은 죽음이란 삶의 대척점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라는 메시지로 정리되었지요. 오리가 죽음과 연못에서 함께 자맥질을 하며 노는 장면이나, 죽음에게 “추워? 내가 따뜻하게 해 줄까?” 하며 오리털 이불(!)을 덮어 주는 장면은 삶에 죽음이, 죽음에 삶이 스며들어가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지요. 마지막 장면에서 활동적인 여우와 토끼가 죽음의 주위를 뛰어가는 모습은 죽음은 늘 삶과 함께 있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요? 

그의 그림은 매우 간결해요. 딱 있어야 할 것만 있지요. 이를 테면, 오리와 오리가 살아 있음을 말해 주는 수레국화, 해골로 묘사되긴 했지만 살짝 따스한 면모를 보여주는 옷을 입고 있는 죽음과 그가 들고 있는 검붉은 튤립, 연못, 나무, 까마귀, 강물, 마지막의 여우와 토끼. 그뿐이지요. 콜라주로 처리한 이 그림 외에 나머지는 모두 하얀 여백입니다. 이 여백은 살아가며 우리가 채워야 할, 혹은 채웠다가 비우게 될 삶이겠지요. 그래도 작가가 하나 더 설명해 주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부분은 강물에 떠내려가는 오리……그 후의 모습입니다. 이 책에서는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이지만, 일단 숨을 거두면 또한 그것으로 끝이라는 게 선명히 보여서 아이들이 ‘그 후’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네요. 저처럼 윤회설을 믿는 사람은 아이에게 영혼의 세계와 그 후의 태어남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주긴 하겠지만 말이지요. 그림이 차분하긴 하지만 으슬으슬 추운 느낌이 드는군요. 

『못생긴 다섯 친구』
두꺼비, 박쥐, 쥐, 거미, 나중에 하이에나가 나오지요. 여느 그림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그래도 나름 귀여운 데가 있는데, 볼프 아저씨는 예쁘게 그려 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나 봅니다. 하긴, 제목부터 ‘못생긴 다섯 친구’니까요. 못생긴 모습 때문에 자신감이 땅에 떨어진 동물 넷이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데, 하이에나가 나타나지요. 알다시피 하이에나는 동물 세계에서도 따돌림 받는 동물이지만 이 하이에나는 좀 특별하군요. 못생겨서 죄송한 게 아니라 못생기면 어떠냐, 행동만 잘하면 되는 거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색소폰을 꺼내 연주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저마다 다 재주가 있는 거예요. 쥐는 기타를 잘 치고, 거미는 노래를 잘 하고, 박쥐는 휘파람을 잘 불고…… 게다가 두꺼비는 팬케이크를 맛있게 구울 줄 아는 걸요! 그래서 이들은 음악이 있는 팬케이크 가게를 열기로 했고, 열심히 준비해서 다른 동물들에게 초대장을 나누어 주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거예요. 눈물을 글썽이며 묵묵히 앉아 있던 이들……. 그러나 명랑한 하이에나가 기죽지 말고 우리끼리 파티를 열자고 제안해서, 모두들 신 나게 음악을 연주하며 즐거운 파티를 벌였지요. 그러자 온 마을에서 토끼, 고슴도치, 까마귀, 겨울잠쥐 등 모두 몰려와 근사한 밤을 즐겼다는 이야기. 

표지에 나온 두꺼비의 표정은 잔뜩 우울해요.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자기가 구운 팬케이크를 자랑스레 들고 있는 모습은 으쓱으쓱 절로 기분이 좋아지지요. 아무리 못생겼다 해도 웃는 동물들의 모습은 환하기만 한 걸요!

펜과 크레용, 색연필로 그린 그림들은 다소 거칠어서, 언뜻 보면 그림을 웬만큼 그리는 어린이가 그린 그림 같아요. 볼프 아저씨가 동물을 그릴 때는 특이하게 주둥이, 곧 부리를 유난히 강조해서 더욱 뾰족하게 그린답니다. 이 책에서 동물들 옷을 그릴 때 나름 궁리를 했나 봐요. 일본 그림을 좋아한다더니 두꺼비에게 일본 옷을 입혀 놓았네요. 잠옷 아니냐고요? 두꺼비가 신고 있는 신발이 따그닥거리는 게다인 걸요. 게다가 부채도 들고 있으니 말이에요. 다른 동물들은 대개 양복인데, 마을의 동물들이 모두 몰려오는 장면에서 특이한 것은, 원숭이에게 어릿광대 옷을 입혀 놓았다는 것. 그리고 청소 동물인 하이에나의 특성을 살려, 양복 주머니에 손수건 대신 뼈다귀를 하나 꽂아놓고, 이를 쑤시고 있군요.

별달리 웃기거나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없고, 특별한 반전도 일어나지 않는 예측 가능한 이야기지만 이 책이 즐거운 까닭은 단순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동물들도 귀엽거나 무섭게 그려지지 않고 단순히 못생기게 그려졌고, 이야기 구조도 단순하고, 결말도 단순한, 전혀 복잡하지 않은 책이라는 것. 게다가 자신의 결점에 좌절하는 못생긴 동물들과 더불어, 함께 슬퍼졌다가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는 이야기에 금방 함께 즐거워지는 까닭은 누구나 결점을 갖지 않은 사람들은 없기에, 동물들의 고민에 감정이입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로 읽고, 결말에 안심하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목이 제목이니만치 동물들이 예쁘게 그려지진 않았지만, 볼프 아저씨는 평소에도, 동물들은 아름답지 않다는 의견을 갖고 있어요. 

동물들은 사실, 아름답지 않다. 그들은 자연스럽다. 그들은 ‘우린 원래 이래’라는 진지한 삶의 접근 방식으로 우리를 매혹시킨다. 내가 내 책에서 재창조하려 애쓰는 것은 바로 이 자연스런 면이다. 동물은 ‘다마고치화’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 들판에서 진짜 토끼를 본 아이들은 심지어 기겁하기도 한다. 그 아이들이 상상하는 토끼란 그렇게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밝은 파란색 둥근 눈을 갖고 분홍색 코를 가진 토끼들 책을 보며 키워졌다. 그러다가 이들은 이 괴물과 마주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바로 토끼들이다─커다랗고 마른 데다, 심지어는 존경을 요구하며, 절대 귀엽지 않은 엄정한 동물 말이다. 

그러니, 『못생긴 다섯 동물』에서 볼프 아저씨가 동물들을 생긴 그 모습 그대로 묘사하려고 애쓴 것은 당연하지요. 그는 손을 놀리지 않기 위해 아침 신문을 읽다가 거기에 말 뒷다리를 그려 보기도 한다네요. 뿐만 아니라 초원에서 진짜 말을 찾아보기도 하고, 동물 해부학 책을 들여다보기도 한대요.


 『아빠가 되고 싶어요』와
이밖에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예쁜 아기를 갖고 싶어 고민을 하는 커다란 곰을

■ 
 『개가 무서워요』, 
개를 무서워하던 꼬맹이가 막상 개가 되자, 꼬마 아이들을 무서워하는 내용을 담은

■ 『청어 열 마리』
팔딱거리는 청어들이 한 마리, 한 마리 줄어들다가 바다로 간 마지막 청어가 오랜 시간이 흐르자 다시 청어 열 마리가 된
 자신이 글과 그림을 모두 맡은 그림책

 『오늘 아침 올렉은 곰을 잡았다네』 등 바르트 무야르트의 글에 삽화를 그린 책들이 있는데,
그 모든 그림책들은 콜라주와 유난히 단순한 선과 넉넉한 여백이 특징이지요.

여백은 우리가 자신의 환상을 투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는 그림책마다 여백을 아낌없이 우리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함께 상상하고, 함께 생각해 보기를 유도하는 게 아닐까요?


■ 볼프 아저씨는 1997년부터는 부퍼탈에 있는 베르기슈 대학교에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기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아 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결국 그가 그린 그림책의 주제들은 독자들 뿐 아니라 자기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요?   

나는 실제로 그들을 훈련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해 줄 수 있는 단 하나는 계속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주위를 살펴 봐!” 나는 말해준다. 그들은 정보 흡수를 넓혀야만 한다고. 단지 삽화의 세계에서부터뿐 아니라, 예술, 시, 음악의 세계로부터. 그들은 독서를 많이 해야 하고, 주위를, 밖을, 자연을 돌아보아야만 한다. 결국 그들은 기다릴 수 있어야만 한다. 어느 시점에,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될 때까지. 

어린이들은 전혀 무지하지 않으며, 어린이들에게 우월감을 과시하고 싶은 어른들이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는 볼프 아저씨. 그는 어른들은 오히려 너무도 많은 제약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지적 깊이를 가늠할 능력이 없다고 말하며 끝없이 철학적 주제를 어린이들에 던집니다.

  『괴테의 숫자가 마법에 걸렸어요』 같은 책은 정말 뭐가 뭔지 몰라 그냥 덮어 버렸는 걸요.
조금만 더 친절하게 그려 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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