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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대전편-ep.2

by 책이랑 2017. 10. 29.

갑자기 쌀쌀해진 일요일 잘 보내셨는지요?
토요일인 어제 저는 대전에 갔다왔어요.
푸른 대청호를 보면서 답답한 가슴을 틔우고 싶고

그 호수를 보며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요.


그래서!
저는 토요일인 어제 아침  9시에 3호선 잠원역에 내렸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는 것은 이전과는 다르리라" 이던가요.
어제 아침 잠원역에 내렸을 때 저번에 안보이던 것들이 보였어요.
잠업에 관한 자료들이었습니다.
지난번 순성행사 갔을 때 해설사님이 말씀하신 바에 따르면
풍수가들이 누에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남산을 살리려면 뽕나무 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지요?

살펴보니 뽕나무 잎을 먹고 자란 누에들이 1령~4령까지 자라고


5령이 되면 3일동안 고치를 만들어 

고치속에서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되어서, 12일정도 지나면
짜자잔~ 누에나방이 됩니다.

남은 고치를  뜨거운 물에  넣어 가열을 하면 끈끈한 성분인 단백질,  세리신이
녹아 없어져서 고치에서 실이 잘 풀려 나옵니다.

그 고치를 살살 풀어 아래와 같은 실을 자으면

윤기가 반드르르 흐르는 실타래가 만들어집니다.

그 실을 베틀에 걸어 옷감을 만들면 그것이, 비단이지요.

비단은 언제부터 있었던 것일까요? 
자료를 보니 갑골문에 이미 蠶(누에 잠)과 桑(뽕나무 상)이 나타나고 비단 제작에 관한 다양한 글자들이 등장하는 걸로 당시에 이미 비단 생산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영어의 ‘실크(silk)'라는 말도 바로 실사 絲의 고대'음' 을 본딴 것이고 우리말의 ‘실’도 알고 보면 絲의 본딴 거래요.
-그런데 비단실은 대단히 가늘지요. 누에고치 하나에서 1백 미터정도의 실이 나오니까요.
그래서 명주 실의 모습을 본 뜬  '작을 요'자가 생겼고

- 요자에+ 力(힘 력)= 어릴 유가 되고
- 여러 개의 실이 여럿이 하나로 묶이는 모습을 본딴 系자가 만들어집니다.
 이글자는 系統(계통)이나 體系(체계) 같은 개념에 사용됩니다.
http://news.donga.com/Culture/Acad/3/0720/20040318/8041042/1#csidxd29573021ff975891a8009d08e18ee6 

와, 그렇군요.

뭐, 이렇게 저혼자 '알쓸신잡' 을 먼저 했어요.

지난 금요일에 tvN에서 새로 방영하는 쓸신잡2에도 새로운 멤버가 왔지요?
저희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참~신한, 귀염을 담당할 멤버
전지원(7세)가  새로 합류했습니다. ㅋㅋ

조금 기다리니 이진상 선배님이 오셨고
이어 이준일 선배님이 오셔서  인증샷을 찍고  대전으로 출발!


자 그럼 On Air. 채널 고정!
(길어도 다 읽기!)


추석연휴가 지난 후, 쌀쌀해지기 전까지 가을을 즐기려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고속도로는 매우 붐볐습니다.

물론 이진상 선배님, 이준일 선배님, 저 세명은 끊이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어서 지루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밀리는 가운데 운전을 하시는 이준일 선배님이 힘드실 것 같아 염려가 되었고
어린 지원이가 지루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지요.

지원이를 재미있게 해주려고 나이든 엄마인 저도 난생처음으로 어플을 깔아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봅니다.

어머, 어머. 스노우어플이 제 피부를 지원이처럼  뽀얗게 만들어주네요.
15년쯤 젊어졌어요.(.헤헤  사실을 고백하자면 15년전에도 이렇게 뽀얀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4명이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으면 좋으련만
천안까지도 차가 밀렸어요.
아니 분명, 네이버에는 2시간 가량으로 나오는데요

그래서 저희가 도착한 시간은 약 4시간후인 12시 40분! 이었어요.


대전의 하늘은 맑....은 하늘이 저희를 반겨주었습니다!

저희야 그렇다고 치고요, 
이준일 선배님, 정말  괜찮으셨던 거 맞죠?

저희가 도착한 식당은요
보리굴비집인 "남도명가"입니다.
식당에 앉아 있으려니 김상희 선배님이 오셨어요!

보리굴비가 주메뉴이고, 천연효소로 양념을 만들어 쓴다는 곳!


http://m.table.syrup.co.kr/poi/10753916?prePage=P050C02#zzim-grp


어? 근데 왜 이름이 '보리'굴비예요?

".....그렇게 덕장에서 해풍과 태양, 숯불의 열기에 마르고 밤이슬의 단맛까지 첨가돼 3개월 정도 바짝 마른 조기는 마침내 전혀 새로운 맛을 지닌 굴비로 재탄생했다. 그것이 진짜 굴비였다. 

이 굴비를 통보리 독에 보관한 것을 보리굴비라 했다. 보릿독에 굴비를 넣어둔 것은 보리 항아리 속이 늘 서늘하고 보릿겨가 굴비에서 배어 나오는 기름을 잡아줘서 굴비 원래의 맛을 유지시켜주었기 때문이다. "

아하..그렇군요

저희가 녹차물에 냠냠 밥말아 먹고 있을 때, 

제자의 결혼식에 주례를 서고 오신, 5기 강인호 선배님이 오셨습니다.
빰빠라빰.
ㅋ 5기 강인호 선배님이 오시자
왠지 중심이 잡히면서 이야기꽃이 더욱 활짝 피어 났습니다. 

저는 저번에 강인호 선배님을 뵙고 나서, 
1. 학창시절에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으신게 분명하고
2. 그중에 전공책 아닌 책이 더 많....은 것 같고
3.고등학교때 문학반을 하셔서 시화전을 하시고,
4. 대학때 한문강좌를 들으시고
5. 저번에 저에게 조지오웰의 "숨 쉬러 나가다"를 추천하신 면면을 보면
= 적성은 문과쪽이신 듯 한데


그렇다면 어떠한 경로로 건축을 전공하게 되신 걸까? 궁금했더랬습니다.

ㅎㅎ
선배님은 고1에서 고2로 올라갈 때 당연히 "문과"를 지망하셨대요.

별 의심 없이 그렇게 했는데, 서울대 토목과에 진학한 동네 형이 
"야, 너희집 부자야? 문과를 가게?" 그렇게 말을 하는 바람에..
흠..그래? 그렇다면...이과로  바꾸자! 라고 생각하셔서
담임에게 가서 "저는 이과로 바꾸겠습니다!"라고 했대요.
담임이 "안돼! 교과서도 다 배포되었고, 다른 애들도 다 결정됐어. 바꿀 수 없어!.".
불가하다는 답변이죠.


ㅎㅎ 그러나 바로 옆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어 왔으니
옆자리 짝궁이 "야, 내가 바꿔 줄게. 너랑 나랑 교과서 바꾸자.
나 이과 지망했는데, 어차피 나는 공부 안하니깐
문과나 이과나 똑같애."

어머, 어머. 고마워라.  다행입니다. 


그 짝궁 덕분에 우리나라의 건물들과 도시에 깊이 있는 인문학적 식견이 보태지게 되었네요.

ㅎ 물론, 그 이후에도 우여곡절을 겪으셨대요.
이과에 가서 공부하고 있는데, 수학과목 담당이었던 고2담임이 "너 이 성적 유지하려면 나한테 과외해라!" 라고 했대요.

"선생님, 저는 과외할 필요성은 전혀 느끼지 못했구요,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형편도 안됩니다!"

라고 마음에 있는 그대로 대답하는 바람에

그 선생님에게 엄청 시달림을 받고 학교에 전혀 흥미를 잃으셨다고 하더군요.
특히 수학에요.
흠..그래서 성적이 떨어진 선배님은 연대에 오시게 되었어요. 호호

우리에겐 다행이죠?
그 이후 대학에 와서도  이상한 수학강사를 만나 고전을 했는데
대학교 2학년때 공업수학 시험날 아침, 도서관에서 수학과 O은O 선배에게 3시간의 과외를 받은 후,

시험을 치러, 한학기 동안 머리속에 자욱하던 흐릿함을 걷어내고,  결국 A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선배님, A 맞죠?


그리고 후배에게 이런 놀라운 가르침을 펴신
 O은O  선배님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도 말씀해 주셨는데
ㅎㅎ 이건 강인호 선배님께 직접 문의하세요.


자 여기서 퀴즈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분이 말씀하셨어요.
"난 "증명"사진도 싫어해요.
~를 증명하라. 너무 싫어요." 

아이고 배야.

ㅎㅎ 과연 이건 누구의 멘트 일까요?

이렇게 하하, 호호 웃다가 한밭식물원에 가보자! 라고 결정한 후 식당을 나왔습니다.

저쪽에 엑스포 관련 건물이 보이네요.
금빛에 뾰족한 것이, 우주인이 지구로 올 때 이용할 것 같아요.



저희는 대전을 흐르는 가장 큰 강인 갑천에 놓인 다리를 건너  저희는 한밭수목원에 갔습니다.


한밭수목원

http://www.daejeon.go.kr/gar/index.do
 우리나라 최대의 인공 수목원으로 한밭수목원은 대전광역시 서구 만년동에 있다.
2009년 5월 9일에 정식 개원다.. 크게 서원, 동원, 열대식물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1500여 종류의 식물이 심겨져 있다.
서원: 야생화원, 무궁화원, 관목원 등 14개원
동원: 목련원, 약용식물원, 암석원 등 19개의 주제원,
열대식물원: 야자원, 맹그로브원, 열대화목원, 열대우림원으로 4개원이 있다.


지원이와 저는 열대식물원을 둘러 보았습니다. 오래 차에 앉아 있었고, 방안에도 오래 있었던 지원이는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신이 났어요. 엄마 여기 와 바...15분정도 이지만 후끈한 공기속에서 기분전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열대식물원 옆 건물 2층에 있는 힐링카페 '숲이랑'에  선배님들에게 갔습니다.


말씀 나누시는 걸 들으면서  장난끼가 생겨
스노우 어플을 가동해 보았습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아까 식당에서 강인호 선배님께서는 잔잔한 톤으로
화가로 활동하시는 부인과 지내시는 얘기를 하시면서
현재는 "순종"에 매우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한 30년 걸렸다...고 하셨었지요.

그리고 이준일 선배님께는 중국에 대한 말을 들을 수 있었어요.
공산주의는 배고플 때 옳은 가치판단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형편이 나아진 어느 시점부터는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았다는 것이지요. 13억명중에  
1/12인 9000만이 공산당원이고, 말자자면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수 있겠죠. '대국'이란 사회구성원 전체의 의식이 어느 수준에 오른 나라인데,  지금처럼 이 사람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알아서 먼저 복종하는 행동을 계속 한다면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겁니다.
단지 중국뿐 아니라 한국사회가 지나온 길이기도 하고, 지금도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20년째 열심히 일하고 계신 김상희 선배님께서는, 일이 많았던 어떤 날, 청사에 마당쓰는 아저씨가 부러우셨대요.  "아휴.. 몸쓰는 일 하면 속은 편하겠다." 라는 생각이 드셨대요.  

저는 그 말을 듣고 남편이 직장에서 하루치인 12000 단어를 다 소비하고 오는데 , 집에는 30000개의 단어을 거의  쓰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아내가 있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그러니까 선배님도, No more 글씨 & 공부! 

하실 때가 많은 거죠?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고가는 가운데,
저는 조금 지루해 하는 지원이와 함께 참새에게 다가가 보았어요.
참새들이 허브가 심겨 있는 화단과 높다랗게 설치되어 있는 하얀 새집 사이를
포르르, 포르르 왔다 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시가 생각났어요.
정호승 시인의 "참새"입니다.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다.
참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새한테 말했다.
참새가 되어야 한다고.

귀엽죠?

그냥 가긴 서운하니까, 가운데에 있는 연못이 크고,
그 사이에 구부러진 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동쪽 정원을 산책
해 보려고 까페를 나섰습니다.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어요.
차가와지는 날씨속에 나무잎의 초록색이 없어지고 노랑, 빨강색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원 입구에서 기념사진 찰칵!

그리고 저녁을 향해 지는 해를 하늘에 두고

연못 가운데길을 나란히 걸었어요.



엇, 흰 새! 는 모형이고요  ㅎㅎ

보라와 초록의 라벤더

가을엔 국화(담요)!

맨드라미 아니고 금....뭐.화 인데.. 흠.. 생각이 안나고요

버드나무 아래에서 담소,


동원의 동쪽이었나봐요. 저쪽에 건물들이 보이고 해가 빛나길래 사진을 찍었어요.


강인호 선배님께서 말씀하시길 대전 8경중 하나인 "계족산 낙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름이 특히하죠? 계족산(鷄足山)은  닭의 다리라는 뜻으로 산의 모양이 닭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닭발산 혹은 닭다리산이라고 불려온 거래요. 또 한편으로는 송촌 일대에 지네가 많아서 지네와 천적인 닭을 빌어 지네를 없애기 위해 계족산이라 불렸다고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고속도로에서 대전으로 들어올 때 길 옆에 표지판이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계족산의 황톳길이 제일 유명하대요. 14.5㎞의 길을 맨발로 걷거나 뛸 수도 있고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돗가도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매년 5월에  계족산 맨발축제가 열립니다.

계족산 맨발축제 바로가기

또 산성이 있는데요 계족산성은 대전에 있는 30여개의 산성 중 가장 큰 산성으로서 계족산 정상에 능선을 따라 축조된 테뫼식으로 1,037m의 둘레로 길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 예부터 전국 산수가 수려한 곳은 팔경(八景)이라 하여 시적으로 그 비경을 지정하였다. 옛날의 조선환여승람에 명시된 대전팔경은
계족소우
(鷄足疎雨 : 계족산에 성근비),
보문초월(寶文礎月:보문산의 초생달),
구봉촉석
(九峯矗石:구봉산에 내려앚은 뽀족 쌓인 돌),
갑천낙안(甲川落雁:갑천에 내려앉은 
기러기 때),
유성모연(儒城暮煙:유성의 저녁 연기),
초강어화(楚江漁火:대청호의 
고기 잡는 횃불),
식장반조(食藏返照:식장산에 반사하는 해 비침),
고산효종(高山曉鐘:
고산사의 새벽 종소리)라 하였다. 

1996년도에 대전광역시에서 주민의 설문조사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오늘날의 대전팔경을 선정하였다. 오늘날의 대전 팔경은
식장산 자연생태림,
보문산
녹음,
구봉산 단풍,
장태산 휴양림,
유성 온천,
엑스포 과학공원,
계족산 저녁 노을,
대청
호수이다." 



그러는 사이에 해는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산책하는 사이에도 어두워져 갔어요.

시시각각 하늘도 금빛

 붉은 빛을 선보이다가 마침내 어두워졌습니다.

대전 한밭 수목원 하늘에는
둥근달을 칼로 반 뚝 가른 것 같은 반달이 떴어요.


풀과 꽃과 나무로 가득차 있는 수목원을 뒤로 하고 오면서 지칠 때 마음 속에 떠올릴 공간을 하나 더 얻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제가 다니는 요가원도 충주에 아쉬람(자연속에 있는 수행공간)이 있어요. 수련하는 가장 큰 공간에서 문을 열면 앞쪽으로 큰 나무가 보입니다. 요가의 나무자세는 똑바로 선 다음에 한쪽다리를 다른 한쪽에 대고, 한다리로 선 다음 두손을 가슴앞에 모았다가, 합장한 그대로의 두손을 위쪽으로 쭉 뻗어 그대로 유지하는 자세힙니다.


서울의 수련장에서도 그 자세를 할 때면, 충주 아쉬람의 큰 나무를 떠올리곤 해요. 나무는 눈에 보이는 것만큼 의 길이가 땅 밑에  복사되어 있다고 하지요. 나도 나무처럼 깊이를 가져야 겠다. 나도 나무처럼 굳건해야 겠다. 그 아쉬람의 이름은 "내안의 뜰"입니다. 김상희 선배님이 자주 산책하시는 이 한밭 수목원이 저에게도 "내안의 뜰"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에너지로 가득찬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제....흠...
빠빠빠, 빠빠빠. 빠빠빠빠빠빠빠, 빠빠빠, 빠~빠빠빠~.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그렇게 바로 서울로 가려했는데
선배님들이 음식이 맛있는 중국집이 있다고 하셔서
"어머, 휴게소도 음식 맛있는데..." 하면서도 
ㅎㅎ 못이기는 척,  Go, Go! 동천홍!


월평동 동천홍 
중독이 되는 묘한 음식 사천탕면으로 유명한 집. 매운 굴 짬뽕이다. 뽀얀 국물이 맵지 않아 보이지만 입속으로 매운 기운이 확 스며드는 맛이 일품. 굴 소스를 많이 쓰는 게 특징. 
3시-5시30분 브레이크 타임 사천탕면8천5백원 482-6267  대전시 서구 월평동279 5층 

도착해보니 바로 앞에 선사유적지가 있었어요.
그 옛날 사람들은 큰 강인 갑천이 가까우니까 이곳에 터를 잡았셨을까요?

저희는 탕슉, 이집의 시그너쳐 군만두(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님)
짜장면, 그리고 사천탕면을 

냠냠. 먹었습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헤어졌어요.

떠나기 전, 강인호 선배님께서
"분기에 한번 내려 와" 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ㅋㅎㅎ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그리고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도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았어요.

(음..여자 평균이 3만단어이고, 남자 평균이 1만 2천 단어라고 하면
어제의 탑승자들의 말 주머니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단어가 들어 있슴에 틀림 없습니다.
우리는 한...5..만?)

어제 오가는 차에서 나눈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남들 보이게 '잘 나간다는 것'은 동시에  '개인의 자유'는 극도로 축소된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잘나가는 극단적 정점이지만 자유가 없어진 사람들이 
쾌락을 얻기 위해 도박, 마약, 여자에 빠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저마다 자기 명과 그릇이 있는데 
그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릇이 깨질 정도로 무언가를 가득 담지 말자.



그냥 건강하게 지내는데 필요한 돈의 양을 가늠하고,
체력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촛점이다. 하는 것이었죠.
하나마나한 말인것 같지만 지키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쵸?


서울에 와서는 먼저 이진상 선배님이 내리시고 


지원이와 저는 아침에 출발했던 잠원역 4번출구에 내렸어요.
주차를 길게 할 수 없어 빨리 빨리 내리는 바람에
모여서 인증샷을 찍지 못해 아쉬웠지만. 찰칵!


아까 대전에서 저녁먹을 때, 좀 힘들어 하던 지원이는
끙끙 소리를 냈더라도 차에서  한잠 잔 덕분인지
아니면 멀미방지용으로 먹었던 청심환 덕분인지
잠원역에 내릴  때부터 쌩쌩해졌어요.

그리고 전철역에서 걸어오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까 대전에서 봤던 꼿꼿히 서있던 반달이 지금은 
조각배처럼 좀 누웠어요.
하지만 이 달은 분명 아까 대전에서 봤던 그 달이겠지요.

씩씩하게 우리 아파트 출구로 들어가는 지원이의 모습입니다.
대전 갔다온 아이 같지 않죠? ㅎㅎ

바닥에 지원이 그림자가 보이네요.


문득, 동시가 하나 생각났습니다.
치과의사 하다가 시인이자 출판인으로 활동하시는 신형건 님의 <그림자>라는  시입니다.
그 시에 따르면 
지원이옆 그림자는 대전에서 바뀌어서 온 그림자입니다.
지원이에게 읽어보라고 했어요.
(플레이를 누르면 재생됩니다.
아니 이렇게 또박 또박 잘 읽는 아이는
대체 누구 아들입니꽈~~~~! ㅎㅎ)



그림자

                신형건

친구야,우리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함께 노래하며 걸을 때

작은 내 키만큼 낮은 니 목소리와

큰 네 키만큼 높은 내 목소리

곱게 섞이어 푸른 하늘로 울려 퍼지고


니 뒤를 따라다니는 긴 그림자와

내 뒤에 붙어다니는 짧은 그림자가

하나로 포개어지는 걸

넌 본 적이 있니?


친구야,그렇게 포개어진 그림자가

우리 손을 흔들며 헤어질 때

서로 바뀌어

내 그림자를 너희 집으로

니 그림자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는 걸 알고 있니?


떨어져 있어 보고픈 동안

우린 서로 바뀐 그림자를 가진다는 걸

난 오늘에야 알았단다

그러면, 다음에 만나
바뀌어 데려온 그림자를 다시 바꿀 때까지
즐겁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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