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 마리 루티 지음, 김명주 옮김/동녘사이언스 |
진화심리학자들의 근거 없는 이론은 남성우월주의를 지지하는 형태로 사회의 저변에서 계속 확산 중이다. 저자는 여성이 사회구조적, 경제적, 문화적인 측면에서 남성에 비해 그 부각이 덜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주목하지 않는 점을 비판하면서, 진화심리학자들이 과학이라는 미명 아래 사회적 클리셰를 팔고 있음을 주장한다. 진화심리학은 여전히 빅토리아 시대적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진화심리학자들이 제시하는 모범 답안의 허점이 여러 방향에서 갈수록 공격받는 것 같지만, 그들이 미치는 사회적 여파는 여전히 막대하다. 2000년 이래로 과학 학술지들은 남녀 차이에 관한 논문을 3만 편 넘게 게재했고, 신경과학자들은 뇌 작동의 남녀 차이들을 추적하고 있으며, 교육 전문가들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강점이 서로 상반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성별에 따른 차별화된 학습 전략들을 고안하느라 분주하다. 저자는 이 책의 5장에서 로렌 벌렌트, 사라 아메드, 미셸 푸코, 안토니오 그람시,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로라 키프니스 등 여러 이론가들의 말을 빌려 성을 사회문화적 측면으로 확산하는 방식을 정리한다. 젠더화된 각본을 토대로 사회질서가 개인의 성을 어떻게 제도로 억압하고, 이를 사회적 규율의 도구로 여기지 않게끔 내면화시키는지 지적한다.
어떤 행동이 여러 문화에서 발견된다고 해서 그것이 생물학적 본성임이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버스의 저격수 중 한 명인 행동심리학자 린다 캐포라엘Linda Caporael의 명쾌한 지적에 따르면, ˝진화한 성차이를 생물학적 진화 과정에 기반하지 않는 무수히 많은 성차이들과 구분할 방법은 없다.˝ 남성과 여성은 ˝똑같은 선호를˝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사회 구조가 성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라고 동감한다. 그리고 나는 생물학적 힘을 문화적, 사회 역사적 힘과 분리할 수 없을 때 생물학적 본성을 내세우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문화적, 사회역사적 조건화의 경우와 달리 불변성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본성도 진화하지만, 진화는 한 세대 내에 뭔가를 바꿀 만큼 빠르게 일어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에,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유전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차이가 사람의 한평생 동안에는 변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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