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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데이비드 호크니+메를로 퐁티

by 책이랑 2019. 11. 1.

데이비드 호크니, 시간의 층위와 감각적 기쁨, 그것이 회화의 존속 이유

https://news.joins.com/article/2136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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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에 따르면 호크니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의 표면을 나타내기 위해 각각의 그림에서 각기 다른 해법을 시도했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들에는 감각의 기쁨이 넘친다. 수영장 데크의 심플한 단면이 반사하는 햇빛과 열기, 수영장 물에 들어갈 때 머리는 뜨겁고 몸은 차가운 그 기묘한 느낌, 수영장 물 특유의 매끄러움과 냄새, 하늘색 혹은 터키석 빛깔 수면의 일렁임이 햇살과 만나 만드는 빛의 결까지, 모든 감각의 기억이 생생하게 다시 살아난다. 그 감각의 기억은 프루스트의 홍차 적신 마들렌처럼 수영장과 관련된 온갖 추억까지 물결처럼 몰고 온다.
 
바로 이것이 호크니가 회화라는 매체를 고집하는 이유다. 게이퍼드가 호크니와의 대담을 엮은 책 『다시 그림이다』(2011)에서 호크니는 지금이 “사진 이후의 시대”이자 “회화로 되돌아가는 시대”라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세상을) 기억과 함께 봅니다. 내 기억은 당신의 기억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같은 장소에 서 있다 하더라도 같은 것을 보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시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왼편의 현실세계는 정면에서 바라본 시점이고 오른편의 복숭아꽃 만발한 아름다운 낙원은 높은 곳에서 멀리 내려다본 시점이다. 관람자들은 이 그림을 주문한 안평대군의 꿈 속 도원 여행을 따라가며 몇 시간을 그림 속에서 노닐게 된다.


호크니의 작품도 그렇다. 특히 그가 손으로 그린 회화에는 감각의 기쁨이 충만한 게 특징이다. 호크니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인은 회화를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손과 눈과 마음입니다”라고. 마음과 연계된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것을 손으로 다시 표현해 마음이 노닐 수 있는 그림을 창조하는 것. 거기에 깃든 시간의 층위와 호크니 특유의 유쾌한 감각적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이야말로 팔순 노장에게 여전히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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