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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동아리/보늬샘독서동아리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2021.2.22)

by 책이랑 2021. 2. 22.

보늬샘1기 동아리, 일년만에 토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5인이상 사적모임금지 상태이기 때문에 아쉽지만 줌으로 토론했습니다.

수아르족이 자연을 대하는 모습 사랑, 죽음에 대한 태도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우리가 자연, 사랑, 죽음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의 내용을 점검해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매우 '정치적'인 내용이라고 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책 속의 원주민들과  코로나 대유행에서 '필수인력'들의 입장이 같다고 한 말씀이 인상깊었습니다.

토론을 하면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의 재미가 더 커졌고, 미처 느끼지 못했던 정서적인 느낌도 보충이 되었고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분위기를 잘 유지해서 다음 달에 토론하기로 한 연작소설 <올리브 키터리지>도 잘 읽어보려 합니다.  다음 모임은 3월 15일이니 금방 또 만나겠지요~.

 

목차

     

     

    루이스 세풀베다, 열린책들( Un Viejo que leia Novelas de Amor (1989)

    [1] 책 읽은 소감

    ▶ 잘 읽히는 소설이었다.  환경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아마존에 대한 묘사도 재미있었다.

    ▶ 과거에 읽고 토론했던 책인데 그때도 좋았고 이번에 다시 읽어도 좋았다.

    내용은 무겁지만 생각보다 책장이 잘 넘어갔다. 분량도 적다. 하지만 읽으면서 마음은 무거웠다. 그리고 슬프다.

    분량이 짧지만 노인의 이야기와, 그외의 그 밖의 이야기도 많다.
    -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내가 읽기 전에 딸이 소리내서 읽어주었는데 촉촉한 감성이 일깨워 지는 듯 했다. 

    ▶ 노인과 살쾡이와의 대치 상황에서 <노인과 바다> 생각이 났다.

    ▶ 요즘은 책을 읽고도 정서적인 느낌이 잘 생기지 않는다. <나무의 노래>에 딸려 있는 그 소리를 듣고서야 좀 나아졌다. 죽음에 관한 수아르족의 생각이 인상깊었다.

    나도 죽음에 관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인간의 원래 모습은 어떤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품의 배경이 새로웠다. 묘사와 설명을 참 잘 하고, 문학적이다.

     

    [2] 수아르 족이 살아가는 법 

    ▶ 우리가 모르는 아마존이 나온다. 세계를 좀 더 넓게 볼 수 있다.
    - 하지만 '문명'과 (문명이 아니라고 간주되는 부분이) 섞이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 서로 달리 사는 사람들끼리 깊이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면 쉬운 문제는 아닐 것 같다.

    ▶ 작품중간에 인물들이 "운송수단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하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생각이 났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환경이 촛점이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사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다.

     살아가는 것이 다르면 생사에 대한 세계관도 다르다.

     수아르족이 노인을 대하는 태도와,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노인에게 이별을 고하는 부분, 노인과 삵쾡이와의 마지막 부분이 인상깊었다. 너와 내가 갈이 살다가, 헤어지고,  죽고 살고를 해야 하는 것들.

     노인만이 원주민과 유일하게 소통이 된다. 그런 부분이 인상깊었다.

    ▶노인은 수아르 족에 깊숙히 들어갔지만 두번에 걸쳐 나오게 된다.
    다른 문화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은 오만한 것이 될 것이다.

     

    [3] 정글에서 살아남기

    ▶ 슬프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여러군데가 재미 있다.
     -노인이 책을 구하기 위해, 원숭이 코코야자를 이용해 생포하는 장면,
    배삸으로 앵무새 한 마리를 달라고 하자 따로 떨어지면 나머지  앵무새가  슬퍼서 죽게 된다고 하며 두마리를 모두 주며 오는 배삯으로 하자는 부분 등이다. 노인이 40년동안 수아르족과 살면서 얻은 지혜를 글로 접해서 좋았다.
    - 또 밀림에서 야영에 필요한 지식 등이 신선하고 재미 있었다.

    「읍장 각하,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한 말씀 드리겠소」노인이 그때서야 나직하게 타이르듯 말했다.
    「밀림에서 야영을 할 때는 불에 타거나 석화된 나무가 있는 곳을 골라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감시병 역할을 할 수 있는 박쥐들이 서식하고 있으니까요..

    무슨 말이냐 하면, 그놈들은 어떤 소리가 나면 정반대쪽으로 날기 때문에 그 방향에 의해 맹수의 출현이나 맹수가 있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이 말이오. 그런데 각하가 손전등까지 비췄으니 가뜩이나 소리나 빛에 극도로 민감한 박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조금이라도 위험한 징후를 느끼면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뱃속에 있는 걸 몽땅 쏟아 내고 마는 놈들이니 똥을 쌀수밖에. 내 말을 알아들었으면 어서 머리나 잘 닦으시오. 이번에는 개미가 아니라 모기들에게 물어뜯기고싶지 않으면 말이오...」한바탕 박쥐 소동을 겪은 수색대는 다시 길을 떠났다. 그사이 어둠은 이미 희끄무레한 새벽빛을 남기며 조금씩 물러나고 있었다.(p.125)

     

    [4] "사랑 그 자체를 위한 영원한 사랑"

    노인이 수아르족과 살 때 성을 공유하는 부분,  "오로지 사랑 자체를 위한 사랑"이라는 구절이 인상깊다.

    ▶ 거기에 소유도 질투도 없는 사랑이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소유'하고 싶어하는데 수아르족은 죽음, 사랑, 관계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가 수아르 족과 지낼 때는 연애 소설을 찾지 않았다. 문득 외롭다거나 여자가 그리울 때도 있었지만 수아르 족이 아니었기에그 부족에서 아내를 맞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예외의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여느때처럼 우기에그를 맞이한 한 수아르 족이 자신의 신분과 가문에 영광이라고 운을 뗀 뒤에 자신의 아내들 중에서 한 여자를 받아들여 달라고 간청했던 것이다.

      수아르 족 인디오에 의해 점지된 여자는 그를 데리고 강가로 나갔다. 그녀는 어넨트를 읊조리며 그의 몸을 씻기고 향수를 뿌려 주었다. 이어 오두막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돗자리 위에 누워서 화톳불을 향해 두 발을 든 채 서서히 몸을 녹이며 살을 섞었다. 그사이 그들 육체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쾌락의 기쁨을 노래하는 여자의 콧소리 섞인 어넨트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것은 순수한 사랑이었다. 오로지 사랑 그 자체를 위한 영원한 사랑이었다. 소유도 질투도 없는 사랑이었다. 그 순간을 누시뇨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어느 누구도 초탈의 순간에 있는 타인의 천국을 자기 것으로 삼을 수는 없지.」(pp.63-64)




    [5] 노인이 살던 사회에 대해..

    ▶ 노인은 이웃들이 아기가 생기지 않는 부부에 대한 비난을 피해 아마존으로 왔다.
    - 이웃들은 처음에는 아내가 불임이라고 흉을 봤고 나중에는 남편을 조롱했다. 이것이 '문명화'된 사회의 모습인지.
    성이라는 것은 2세를 만들기 위한 수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암살쾡이의 행동에서는 로보와 비양카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여기서는 자연의 사랑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 사랑이 인생에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 버린다.

    ▶이 작품에는 대비되는 것이 많다. 우리는 문명화, 도시화, 법률 등이 더 체계적인 것이고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그런가? 하는 질문,  쾌락이라는 것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것인데, 쾌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6]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의 책고르기와 책읽기

    ▶ 노인이 림을 걸어놓고 들여다 보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 책을 선정하는 대목에서도 뜨끔했다.

    ▶ 책읽기를 "늙음에 대한 해독제 "라고 한다. 글을 읽는 것이 무서운 독에 대한 해독제라고 말한다.

    ▶노인이 책을 고르는 방식도 남다르다.  역사학이 제외되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가 책을 구경한 것은 가져간 원숭이와 잉꼬를 판 날이었다. 그는 여선생이 보여 주는 책들을 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감동에 휩싸였다.
    대략 50여 권을 헤아리는 책들이 선반에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그는 그날부터 그 즈음 구입한 돋보기안경을 쓰고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살펴 나가기 시작했는데, 나름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결정하기까지는 그때부터 다섯 달 정도가 흐른 뒤였다. 그사이 그는 여러 책을 보며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묻고 되물었다.

    그는 기하학 책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름대로 과연 그 책이 머리를 싸매고 들여다볼 만한 책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는 그 책 속에서 아주 긴 문장 하나를 기억했는데, 그것은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은 직각의 맞은편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따금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혼자 중얼거리게 되는 말이자 나중에는 엘 이딜리오 주민들을 어리둥절하게만드는 말이 되었다. 그들에게는 기이한 욕설이나 주문처럼 들렸던 것이다역사에 관한 책은 마치 거짓말을 꾸며 놓은 것 같았다. 팔꿈치까지 올라가는 긴 장갑과 곡예사처럼 착 달라붙은 바지 차림에 잘 말려 올린머리칼이 바람에 나부끼는 그런 연약한 인물들이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그런 자들은 파리 한 마리도 죽일 수 없는 존재처럼 여겨졌다. 그리하여 역사 이야기도 그가 좋아하는 책에서 제외되었다.

    그가 엘 도라도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책은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의 소설, 특히 『사랑의 학교」였다. 그는 그 책을 거의 손에서 떼지 않은 채 눈이 아프도록 읽고 또 읽었다. 그러나 눈물을 쥐어짜며그 책을 들여다보던 그의 마음 한구석에 주인공이 겪는 불행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그 많은 불행이 한 사람에게만 들이닥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롬바르디아의 소년에게 그토록 참기 힘든 고통을 안겨 주는 내용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비겁하다는 느낌이 들자 그 책을 덮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플로렌스 바클레이의 『로사리오」를 펼쳤다. 그 책은 어쩌면 그가 진작부터 찾아 헤매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책에 담긴 것은 사랑, 온통 사랑이었다. 그 책은 등장 인물들의 아픔과 인내를 얼마나 아름다운 방법으로 묘사해 놓았는지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에 돋보기가 흥건히 젖을 정도였다.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여선생 —— 그와 독서 취향이 똑같지는 않았다 -- 의 허락을 받아 그 책을 가지고 엘 이딜리오로 돌아왔는데, 그 책은 그가 오두막의 창문 앞에서 수없이 읽고 또 읽은 텍스트가 되었다.
    그리고 그 책은 나중에 치과 의사가 가져다 준, 세월보다 더 끈질긴 사랑과 불행을 담고 있는, 다른 책들과 함께 지금처럼 마음이 착잡해진 노인이 다시 찾아 줄 때를 기다리며 다리가 긴 탁자 위를 차지하게 되었다.(pp.85-87)

     

    「흠, 그건 그렇고….」치과 의사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다는 듯 노인의 말을 막았다.
    「그 양키놈 때문에 깜박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소설책으로 두 권 가져 왔소.」
    그 순간 노인의 눈이 빛났다.
    「연애 소설인가요?」치과 의사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아픈 얘긴가요?」노인이 다시 물었다.
    「영감은 목 놓아 울고 말걸..
    치과 의사가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오나요?」「이 세상에서 어떤 연인들도 그들만큼은 사랑하지못했을 거요.」「서로가 슬픈 일을 겪는가 보군요.」「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서 차마 견딜 수 없었소.」치과 의사는 노인의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책장조차 넘기지 않았다.

    루비쿤도 로아차민은 노인이 책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자 처음에는 그저 아무거나 가져다 주면 되리라고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고통과 불행을 겪다가 결국은 행복하게 되는 내용을 원한다는 노인의 독서 취향을 듣게 되자 난감한 기분이들었다. 과야킬에 있는 서점에 들러 <연인들이 사랑으로 인해 고통을 겪지만 결국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책을 주시오>라고 말하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졌기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보나마나 그를 주책없는 노인네라고 비웃을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치과 의사의 고민은 해안에 있는 어느 창녀촌 - 그는 흑인 여자를 좋아했는데, 무엇보다 흑인여자는 녹아웃된 복싱 선수가 벌떡 일어설 만큼 독특한 말솜씨가 있고, 다음은 침대에서 섹스를 하는 동안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 에서 의외로쉽게 해결되었다. 그는 팽팽한 북 가죽처럼 매끈하고팽팽한 피부를 지닌 호세피나와 한참 시시덕거리다 우연히 서랍장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책들을 보았다.
    「너도 책 읽을 줄 알아?」치과 의사가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그럼요. 하지만 아주 천천히 읽어야 돼요.」여자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네가 좋아하는 책은 어떤 건데?
    「그야 연애 소설이죠.」
    흑인 여자는 그 이유를 묻는 치과 의사의 질문에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와 똑같은 식으로 대답했다. 그리하여 그날 이후로 호세피나는 치과 의사의 침실 파트너와 문학 비평가라는 두 가지 역할을 번갈아 가며담당했고, 6개월마다 한 번씩 나름대로 눈물 없이 볼
    수 없다고 생각되는 두 권의 연애 소설을 골랐다. 물론 그것들은 나중에 노인이 난가리트사 강 앞에 있는 그의 오두막에서 고독을 달래며 읽고 또 읽게 될 텍스트였다.

    책을 받아 든 노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두손에 쥐어진 소설책들을 살펴보았다. 내용이야 들여다 볼 겨를이 없었지만 왠지 책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그사이 누군가 그들에게 다가와 치과 의사를 찾았다. 선착장에서 선장과 승무원이 나무 궤짝을 배 위로올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뚱보가 보낸 사람이었다.
    「읍장님께서 세금 내는 것을 잊지 말라고 전하랍니다.
    치과 의사는 미리 준비한 지폐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내가 감히 누구 앞에서 세금을 떼어먹겠는가? 읍장각하에게 가거든 이 사람은 모범적인 국민이라고 말씀드리게.」잠시 후 지폐를 받아 든 읍장이 한 손을 이마 앞으로가져 가며 치과 의사에게 인사를 보냈다.
    「저 뚱보 자식은 나에게도 그런 식으로 세금을 빼앗아 가더군요.」노인이 책에서 눈길을 떼며 한마디 거들었다.
    「그랬을 거요.」
    [...] 

    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는 거기서 다시 끊어졌다. 출항을 알리는 수크레 호의 타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선착장을 떠난 수크레 호가 강줄기를 따라 차츰 멀어지고 있었다.
    노인은 천천히 강굽이를 돌아 나가던 배가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그날만큼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는 틀니를 빼내 손수건으로감싼 뒤에 두 권의 책을 가슴에 꼬옥 껴안고서 강 앞에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pp.38-43)

     

    노인이 음절하나하나를 읽어, 단어를 만들고, 단어를 만들어 대뇌이는 과정,  깊이 읽고 체감하기 위한 노력이 인상깊었다.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런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음절과 단어와 문장을 차례대로 반복하는 노인의 책읽기 방식은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장면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러기에 그에게 책을 읽을 때사용하는 돋보기가 틀니 다음으로 아끼는 물건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암살쾡이를 사냥하러 나갔을 때 사람들이 책을 읽어달라고 하던 장면, 책 내용에 대해 옥신각신 하는 장면
    그 전에 노인이 "키스를 열렬히 하다"라는 구절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조금만 더 크게 읽으면 안 될까요?
    숫돌에 칼을 갈던 동료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는지 씨익 웃으며 채근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오? 정말 관심이 있소?」「그렇다니까요. 언젠가 로하에 있는 극장에 간 적이있었죠. 멕시코 영화였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오더군요. 제기랄! 그런데 여기서 내가 울고 말았다는 애기를 꼭 해야 하나요?」「좋아. 그렇다면 처음부터 읽어 주지. 자네도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는 알아야 할 테니까.」노인은 책장을 넘겼다. 그 부분은 이미 수십 번 반복해서 읽었던 터라 보지 않아도 줄줄 외어 나갈 수 있었다.
    〈폴은 모험에 따라 나선 친구이자 공모자인 사공이다른 곳을 보는 척하는 동안 그녀에게 뜨겁게 키스했다. 그사이 부드러운 방석이 깔린 곤돌라는 베네치아의 수로를 따라 유유히 미끄러지고 있었다......
    새로운 음성이 끼어든 것은 그 순간이었다.
    「에이, 영감님도, 조금 더 천천히 읽을 수 없어요?」노인은 고개를 들었다. 이미 잠자리에 든 두 사람까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방금 읽은 글 중에서 알아듣지 못한 말이 있었거든요.」

    천천히 읽으라던 동료가 덧붙였다.
    「영감님은 무슨 말인지 다 알고 있나요?」이번에는 또 다른 동료가 물었다.
    그때서야 노인은 그들 역시 이해하지 못하는 낱말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인은 그들과 함께 그 뜻을이해하고자 천천히 이야기를 이끌기 시작했다.
    먼저 곤돌라와 곤돌라를 움직이는 사공 그리고 뜨거운 키스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거의 두 시간에 걸친 대화가 있고 난 뒤에야 대충이나마 그 뜻이 정리되었다.
    물론 이야기 도중에 간간이 끼어든 동료들의 의견이적잖은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는 소설 속에 나오는 도시와 그 도시의 사람들이 움직일 때 배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부분에서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담배를 태우거나 술을 마셔 가며 나름대로열을 올렸다.
    「생각보다 비가 많지 않을 수도 있어.」「아니면 강둑이 터졌거나.」「어쨌든 우리보다는 훨씬 더 물에 젖어 살 거야.」다들 생각해 봐. 술이나 한잔 걸치다가 오줌을 싸려고 밖으로 나갔어. 그러면 어떻게 되지? 이웃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고개를 쳐들고서 그 모습을 다 볼 게 아니냐고...[...] (pp.143-146)

     

    [7] 이별을 해야하는 암살쾡이의 선택

    ▶암살쾡이가 눈물 흘린다고 한 부분,  애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 수컷에 대해 하는 암살쾡이가 하는 행동이 인상깊었다.


    현기증을 느끼며 급히 몸을 일으킨 노인은 낫칼을 두 손으로 움켜쥔 채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며 고개를 들었다. 언덕 위에는 암살쾡이가 꼬리를 꼿꼿이 세운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노인은 마치 밀림의 미세한 소리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작은 귀를 움직이는 짐승을 향해 소리쳤다.
    「왜 주저하고 있지? 도대체 네놈이 바라는 게 뭐야?」노인은 풀밭에 떨어진 엽총을 재빨리 집어 들며 손가락을 방아쇠에 갖다 댔다. 그 정도 거리면 실패할 확률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암살쾡이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럴 생각조차 없는 것 같았다. 일순 그 짐승은 앞발을 들어 올리며 슬프고 지친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또 다른 짐승의 울음 소리가 들려 왔다. 이번에는 수컷의 울음 소리였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는 소리였다.
    수컷은 암컷보다 몸집이 작았다. 그 짐승은 커다란구멍이 뚫려 있는 통나무를 보호처로 삼아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뼈에 달라붙은 등가죽과 가죽밖으로 드러난 살점을 보고 있는 사실 자체가 가슴 아픈 일이었다.
    「네놈이 원하는 게 이거였단 말이지? 나에게 끝장을 내달라고?」그러나 암컷은 어느 틈에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상처 입은 수컷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수컷은 눈꺼풀조차 들어 올릴 힘도 없는지 인간의 손길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었다. 고통스런 짐승의 최후를 반기는 것은 늘 그렇듯 흰개미들이었다. 노인은 수컷의 가슴팍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며 중얼거렸다.
    「친구, 미안하군. 그 빌어먹을 양키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 놓고 만 거야....
    끝내 암컷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어딘가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암컷의 모습을 떠올렸다.(pp.170-171)

     

    ▶ 어떻게 애도하고 어떻게 떠나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 지인을 만났는데 코로나로 못 뵌 아버지를 사진으로 보게 되었는데 오랫만에 대면해서 많이 늙으신 모습에 힘들어하고  자녀의 진로문제로도 힘들어 했다.
    - 노인은 아마존에서 넓고 깊어진 삶을 살게 되었다. 진로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고도 볼 수 있는데 나와 깊이 관계된 사람과 여러 종류의 이별해야 할 시기가 온다.  노인처럼 시야를 넓히고 깊게 해서 나아갈 바를 잘 선택해야 할 것 같다.
    - 비소설을 읽으면 지식을 얻게 되는데 비해 소설은 나와 아예 다른 환경에 사는 인물들을 만나면서 내가 살아가야 할 삶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더 자주 읽어야 겠다.

     

    [8]  원주민들과 '필수인력'의 낮은 권력에 대하여-

    ▶ 작가는 매우 정치적인 사람으로 그런 맥락에 있었다.
    많은 사람이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라는 제목에 '낚여서' 책을 읽게 되고 예상외의 내용을 만나게 된다.
    이런 삶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정치적인 텍스트이다.
    <로마사 논고>를 읽고 있는데 모든 식민제국은 자신의 제도를 강요한다.  작품의 뚱보 읍장은 국가의 권력을 상징이다. 그는 노인이 마음에 안들지만 백인 이주민이므로 노인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
    - 그러나
    원주민은 원래 그땅에 살던 원(래의) 주민인데도 식민 권력으로 함부로 가하고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존재이다.  원주민이 스스로를 자신의 입장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하는 입장이지만 권력이 낮기 때문이다.
    - 이는 지금 코로나를 겪으면서  '필수' 인력들이 침해당하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과 같다.
    - 노인은 여기서 부조리함을 느낀다.

    [9] 토론소감

    ▶코로나로 인해 세계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런 내용을 더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 분명히 연결에 대해 알게는 되었다. 하지만 알기만 할 뿐,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하는 행동만이 있을 뿐. 설국열차와 비슷하다.

    읽어볼 책이 많이 생겼다. 한편 환경이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일텐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더 답답해졌다.
    생활하수, 세탁세제 비닐, 플라스틱류 안쓰고 살 수 있을런지?

    ▶ 재활용 철저하게 하기 등 "할 수 있는 것부터"가 중요한 것 같다. 둘째 딸이 재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운다.

    ▶ 작가가 아마존에 살지 않았으면 이렇게 쓰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존에 대해 글로 쓰면 더 알려지고 그래서 더 훼손될까봐 아마존에 대해 써서 내보내는 것에 대해 10년간을 주저했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얼마나 관심을 쏟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틀니를 꺼내 손수건으로 감쌌다. 그는 그 비극을 시작하게 만든 백인에게, 읍장에게, 금을 찾는 노다지꾼들에게, 아니 아마존의 처녀성을 유린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낫칼로 쳐낸 긴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한 채 엘 이딜리오를 향해,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 연애 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아르타토레, 유고슬라비아, 1987
    함부르크, 독일, 1988

     

     


    3월에 토론할 책입니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이 퉁명스럽고 무뚝뚝하며 차갑고 강인한 여인 올리브를 축으로 이 마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세 편의 단편에 실어 전한다. 올리브는 몇몇 단편에서는 극의 중심에 전면적으로 등장하며, 몇몇 단편에서는 조연으로 나타나거나 다른 인물에 의해 잠깐 언급되는 형태로 소설 전편에 걸쳐 등장한다.

    약국 / 밀물 / 피아노 연주자 / 작은 기쁨 / 굶주림 / 다른 길 / 겨울 음악회 / 튤립 / 여행 바구니 / 병 속의 배 / 불안 / 범죄자 / 강


    올리브 키터리지의 남편 헨리를 주인공으로 한 '약국',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는 삶과 쉽게 융화하지 못하는 케빈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밀물', 더는 예전의 다정함을 찾을 수 없는 아내에게 지쳐가는 빈둥지증후군을 앓는 노인 하먼의 이야기를 담은 '굶주림' 등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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