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초심자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동아시아)
뇌 구조부터 자아·의식의 특성·인공신경망과 딥러닝 같은 기본개념과 최신정보
탑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차이와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뇌과학이 왜 필요한지 일러준다.
저자는 뇌의 종합적인 네트워크 활동을 설명하면서 “‘뇌의 특정 부위와 특정한 기능이 일대일로 연결된다’는 오해에 따르면 뇌영상연구는 기술만 최첨단으로 바뀌었을 뿐 19세기에 유행했던 골상학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똑부러지게 비판한다. 뇌의 일반화·추상화 능력과 관련해선 “인공신경망에도 개 사진만 보여주면 개가 개인 줄을 모른다. 표상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관계에서 생겨난다. 그러므로 표상은 상대적이다. 나의 ‘이럼’은 너의 ‘그럼’ 덕분에 생겨난다”는 통찰을 제시한다.
<더 브레인>(데이비드 이글먼, 해나무) 역시 기억의 오류 가능성, 의식과 실재의 개념, 사이보그 및 미래의 인간 전망 등 ‘기본’을 친절하게 짚는다.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가 집행한 강압적 임신강요정책 때문에 고아원에 유기된 많은 아이들이 충분한 사랑과 교육을 받지 못해 뇌 활동이 극적으로 감소한 사례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풍부하다.
기억이란? 의식이란? 나는 누구?
<의식은 언제 탄생하는가?>(마르첼로 마시미니·줄리오 토노니, 한언출판사)는 정보통합이론을 통해 의식을 정의하는 정통 뇌과학서다. ‘정보란 불확정성을 줄이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이 있다면 그곳엔 의식이 있다”고 규정한다. 뇌 신경세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됐는지를 보여주느라 정보량 계산 모델을 끌어들이는 등 전문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과알못’조차도 이해한다는 느낌을 가지게 할 정도로 설명이 명쾌하다. 간질 치료를 위한 뇌 절제 수술로 ‘더 이상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없게 된 실존 인물, 헨리 몰레이슨의 삶은 개인에겐 비극이었으나 기억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뇌과학 연구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영원한 현재 HM>(수잰 코킨, 알마)은 1분 전 나눈 대화조차 기억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뇌과학 연구에 헌신적으로 참여한 몰레이슨의 인간적 삶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인코그니토>(닉 페인, 알마)
기억 저장 능력을 잃은 몰레이슨과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쳐 연구하는 편집증적 과학자가 등장하는 희곡이다. 진리를 움켜쥐려고 해도 다가갈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짚은 뛰어난 문학작품이다.
감각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할까?뇌의 복잡성을 깊이 있게 이해한다면 인간의 차이와 다양성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이 분야에서라면 ‘의학계의 계관시인’ 올리버 색스를 능가하기 어렵다. <목소리를 보았네>(알마)는 청각장애인들이 수어를 통해 지적인 능력을 폭발적으로 발달시키는 과정을 그리면서 비장애인들이 쓰는 음성 언어만큼 풍부하고 고급한 수어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설사 우리에게 취약한 부분들이 있다고 해도, 천성과 문화는 함께 힘을 모아서 생존과 초월을 위한 무한한 자원과 예상치도 못하는 힘을 주었다”는 색스의 통찰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혹독한 자연환경으로 인한 유전자 교배의 제약 때문에 선천성 색맹 인구 비율이 유달리 높은 미크로네시아 방문기
<색맹의 섬>(알마)도 추천한다. ‘컬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가 아는 명암과 농담의 범위는 흑백필름보다 더 넓다”고 말하는 장면은 “자신이 가진 것을 바탕으로 아름다움과 의미를 지닌 세계를 만들어가는” 인간(뇌)의 용기를 북돋운다.
<감각의 미래>(카라 플라토니, 흐름출판)는 트랜스휴먼, 사이보그를 제시하면서 “우리가 진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거나 아직 진화과정에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감각”을 전망한다.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는 다른가?여성 과학저술가 코델리아 파인의 <테스토스테론 렉스>(딜라일라북스)는 남성성 신화를 시원하게 격파한다. ‘종의 번식을 위해 수컷의 성적 문란함은 당연하다’는 식의 성선택이론이나, 남성에게서 많이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이 남녀 뇌의 차이를 결정한다는 주장을 뒤집는 통계적·과학적 근거를 들이민다. 그는 “성별의 영향이 뇌에 차이를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이 생식 체계를 결정할 때처럼 뇌의 발달에 근본적이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남성뇌와 여성뇌는 분류되지 않으며 특징들의 독특한 ‘모자이크’가 뇌를 이룬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