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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동아리/보늬샘독서동아리

추천도서(2022.04)

by 책이랑 2022. 4. 25.

 

목차

     

    [1] 헌등사

    3.11 이후의 정치 . 경제 . 민생 등의 문제를 다루며 일본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낯설지만 익숙한, 그리고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

    그녀의 작품 세계는 2011년 3월 11일, 즉 동일본대지진(/대진재)이라는 거대한 단층이 일어난 이후로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자신의 문학적 작업의 방향을 사회적 참여자로서 새롭게 정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 베를린 자택에서 현지 라디오와 인터넷 등을 통해 일본의 동정을 살피던 다와다 요코는, "자기만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다"라는 취지로 피난자 가족을 비난하는 글들을 보면서 '일본을 사람이 살 수 없는 오염된 장소로 만들어버리려고 하는 집단이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원자력 발전소 폭발 이후 피폐해진 도시, 병에 걸린 아이들, 건강한 노인들의 도시
    풍자를 통한 우리 모두의 모습을 담은 작가의 세계관!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표제작 <헌등사>는, 심각한 원자력발전소 폭발 이후의 닫힌 세계로서의 일본을 일본열도 내부에서 이야기해나가는 작품이다. 쇄국정책을 유지하는 일본에서 외국어가 쓰이지 않게 되고, 도쿄가 황폐화되고, 서쪽으로 이주하지 못한 사람들이 가설주택에 살며, 노인들은 마치 죽음을 빼앗긴 듯 너무나 건강하게 살아간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강 문제에 처한 아이들의 상태야말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서로가 어떻게 서로를 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매우 마음 따뜻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이처럼 초현실적인 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다와다 요코의 소설은 3.11 이후의 정치 . 경제 . 민생 등의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모두 담아내며 우리로 하여금 일본을, 그리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낯설지만 익숙한, 그리고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를 들려준다. 

     

     

     

    [2] 토성의 고리

    파괴가 일상이 된 이 시대를 성찰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정전(正典)

     

    『토성의 고리』는 독일어판에 달린 ‘영국 순례’라는 부제처럼, 고대 이스트앵글리아 왕국의 터였던 영국 동남부지방을 여행한 뒤 쓴 문화고고학적 여행기 같은 작품으로 그의 세번째 소설이다. 

    서양에서 토성은 멜랑꼴리와 시간을 상징하는 천체이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토성의 고리』는 제발트의 전작들처럼 사진이 삽입되어 있다. 작가 본인이 직접 모은 이 사진들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제발트의 글에 사실성을 강조해준다. 

    각 장마다 해당 지역의 인물과 사건, 사물에 얽힌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냉철하고 차분하게 직시하는 이 작품은 한장의 사진보다 더 강렬하고 오래 남을 풍경을 선사한다. 『토성의 고리』는 파괴가 일상이 된 이 시대를 성찰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정전(正典)이라 할 수 있다

     

     

    [3] 이민자들

    네명의 이민자 이야기를 담은 팩트와 픽션을 결합한 시적인 소설

    섬세한 감성과 시적인 문체, 때론 짓궂은 유머감각을 동원해 유럽에 고향을 두었지만 자의로든 타의로든 다른 나라로 떠난 네 이민자의 삶과 결코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치유되지 않는 고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위안 없는 삶을 절감하고 삶을 마감한다.
    네편의 공통 화자로 등장하는 나(작가의 분신)는
    -  예전에 영국에서 세들어 산 집의 주인이던 헨리 쎌윈 박사,
    - 독일 고향 마을의 초등학교 선생님이던 파울 베라이터,
    - 미국으로 이주해 은행가 가문의 집사로 지냈던 친척 할아버지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와
    - 1960년대 후반 영국으로 이주했을 당시 알게 된, 독일 출신의 유대인 화가 막스 페르버의 삶을 재구성하려 시도하면서 동시에 간접적으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 자신 또한 스무살이 갓 넘은 나이에 영국으로 이주해 이민자, 이방인으로서 살아온 인물이다. 작가는 이름도 없이 파묻힌 역사의 개별자를 기억하기 위해 그들을 알고 있는 여러 사람의 증언을 녹취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사진을 수집할 뿐만 아니라 직접 그 현장을 두루 여행한다. 그 결과로 현실과 허구를 오가며 팩트와 픽션을 절묘하게 결합한, 잘 짜인 시적 소설이 탄생한다. 특히 이 작품을 독특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편마다 삽입된 흐릿한 흑백사진이다. 이 사진들은 회상과 픽션을 놀라우리만치 정밀한 구성으로 광범위하게 뒤섞은 작품의 사실성을 강조해준다. 실재성을 증명하는 가장 뚜렷한 증거이면서 한편으로는 기억 속에서 방금 끄집어낸 듯한 사진의 흐릿함은 덧붙여진 세월의 무게와 기억의 왜곡(즉 소설적인 것)을 강렬하게 대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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