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헌등사
3.11 이후의 정치 . 경제 . 민생 등의 문제를 다루며 일본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낯설지만 익숙한, 그리고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
[2] 토성의 고리
파괴가 일상이 된 이 시대를 성찰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정전(正典)
『토성의 고리』는 독일어판에 달린 ‘영국 순례’라는 부제처럼, 고대 이스트앵글리아 왕국의 터였던 영국 동남부지방을 여행한 뒤 쓴 문화고고학적 여행기 같은 작품으로 그의 세번째 소설이다.
서양에서 토성은 멜랑꼴리와 시간을 상징하는 천체이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토성의 고리』는 제발트의 전작들처럼 사진이 삽입되어 있다. 작가 본인이 직접 모은 이 사진들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제발트의 글에 사실성을 강조해준다.
각 장마다 해당 지역의 인물과 사건, 사물에 얽힌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냉철하고 차분하게 직시하는 이 작품은 한장의 사진보다 더 강렬하고 오래 남을 풍경을 선사한다. 『토성의 고리』는 파괴가 일상이 된 이 시대를 성찰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정전(正典)이라 할 수 있다
[3] 이민자들
네명의 이민자 이야기를 담은 팩트와 픽션을 결합한 시적인 소설
섬세한 감성과 시적인 문체, 때론 짓궂은 유머감각을 동원해 유럽에 고향을 두었지만 자의로든 타의로든 다른 나라로 떠난 네 이민자의 삶과 결코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치유되지 않는 고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위안 없는 삶을 절감하고 삶을 마감한다.
네편의 공통 화자로 등장하는 나(작가의 분신)는
- 예전에 영국에서 세들어 산 집의 주인이던 헨리 쎌윈 박사,
- 독일 고향 마을의 초등학교 선생님이던 파울 베라이터,
- 미국으로 이주해 은행가 가문의 집사로 지냈던 친척 할아버지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와
- 1960년대 후반 영국으로 이주했을 당시 알게 된, 독일 출신의 유대인 화가 막스 페르버의 삶을 재구성하려 시도하면서 동시에 간접적으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 자신 또한 스무살이 갓 넘은 나이에 영국으로 이주해 이민자, 이방인으로서 살아온 인물이다. 작가는 이름도 없이 파묻힌 역사의 개별자를 기억하기 위해 그들을 알고 있는 여러 사람의 증언을 녹취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사진을 수집할 뿐만 아니라 직접 그 현장을 두루 여행한다. 그 결과로 현실과 허구를 오가며 팩트와 픽션을 절묘하게 결합한, 잘 짜인 시적 소설이 탄생한다. 특히 이 작품을 독특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편마다 삽입된 흐릿한 흑백사진이다. 이 사진들은 회상과 픽션을 놀라우리만치 정밀한 구성으로 광범위하게 뒤섞은 작품의 사실성을 강조해준다. 실재성을 증명하는 가장 뚜렷한 증거이면서 한편으로는 기억 속에서 방금 끄집어낸 듯한 사진의 흐릿함은 덧붙여진 세월의 무게와 기억의 왜곡(즉 소설적인 것)을 강렬하게 대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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