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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동아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2024.3.19?)

by 책이랑 2024. 2. 2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10점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곰출판

 

“헤더는 하고많은 사람 중에 코페르니쿠스를 예로 들었다. 그 시대 사람들이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서 움직이고 있는 게 별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그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에 관해 생각하고, 별들이 매일 밤 그들 머리 위에서 빙빙 돌고 있는 천구의 천장이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서서히 놓아버릴 수 있도록 수고스럽게 복잡한 사고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별들을 포기하면 우주를 얻게 되니까*”라고 헤더는 말했다. “그런데 물고기를 포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물고기의 반대편에 다른 뭔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물고기를 놓아주는 일은 그 결과로 또 다른 어떤 실존적 변화를 불러온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는 사람에 따라 다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들의 경우에 꼭 그랬던 것처럼. p.286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하나의 주문과 하나의 속임수,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p.263

 

 

목차

     

     

    2. 아가시의  연구  방법론/  종교적  텍스트로서의  자연의  위계질서

    아가시는  [...]  가장  먼저  빙하기  이론을  지지한  이들  중  한  사람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화석과  기반암의  긁힌  자국들을  꼼꼼하게  관찰한  후  자신만의  빙하기  가설을  세웠다.  그  결과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을  면밀히  조사하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책이  아니라  자연을  공부하라”가  그의  모토였고  학생들을  죽은  동물들과  함께  벽장에  가둬두고  “그  대상들이  담고  있는  모든진실”을  발견하기  전까지  벽장에서  나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p.79-82)

    그는  모든  종  하나하나가  “신의  생각”이며,  그  “생각들”을  올바른  순서로  배열하는  분류학의  작업은“창조주의  생각들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꼭  집어  말하자면  아가시는  자연  속에  신의  계획이  숨겨져  있다고,  신의  피조물들을  모아  위계에  따라  잘  배열하면  거기서  도덕적  가르침이  나오리라고  믿었다.  자연에  도덕률-위계,  완벽함의  사다리  혹은  “등급”-이  감춰져  있다는  이런  생각은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꼭대기에는  인간이  있고,이어서  동물과  곤충과  식물,  바위  등으로  이어지는  연속체상에  모든  생물을  하등한  생물부터  신성한 생물까지  차례로  배열할  수  있다는  “신성한  사다리”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구상했고,  후에 “스칼라  나투라이Scala  Naturae”(자연의  사다리“라는  라틴어로  번역되었다.  그리고  아가시는  생물들을 제대로  된  순서로  배열하면  신성한  창조주의  의도뿐  아니라  어쩌면  더  진보할  방법에  관한  실마리까지 알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  아가시는  “구조의  복잡성  혹은  단순성”  또는  “주변  세계와  맺는  관계의  특징”  같은  것이  생물의 객관적  척도라  믿고,  그  척도를  사용해  생물의  등급을  매겼다.  예를  들어  도마뱀은  “자손들을  더  많이 보살피기”  때문에  어류보다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한편  기생충은  모두  싸잡아  단연코  하등한  생명 체다.  기생충이  생명을  이어가는  방식을  보라.  빌붙고,  속이고,  더부살이하지  않던가.

    그러나  아가시는  가장  가치  있는  교훈은  피부  아래  감춰져  있다고  믿었다.  [...]  아가시는  신에  이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해부용  메스를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껍질을  가르고  그  내부를  들여다보라는것이다.  내부야말로  동물들의  “진짜  관계”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며,  그들의  뼛속과  연골,  내장  속이야 말로  신의  생각이  가장  잘  담겨  있는  곳이라고  했다.  (p.98-102)

    아가시가  충격적이라고  느낄  만큼  인간과  유사한  어류의  골격  구조(작은  머리,  척추골,  갈비뼈를  닮은  돌출  가시)는  ‘인간’에  대한  경고였다.  어류는  인간이  자신의  저열한  충동들에  저항하지  못하면  어디까지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는지를  상기시키는  비늘  덮인  존재였다.  [...]

    이렇게  아가시는  자연을  하나의  종교적  텍스트로  제시했다.  가장  둔한  민달팽이나  민들레조차  그것들을  들여다볼  만큼  호기심이  충분한  인간에게는  영적  ․  도덕적  안내자가  되어줄  수  있다.  그  모든  메시지를  한데  모으면  정교하고  핵심적인  신의  계획이라  부를  만한  형상을  얻게  된다.  그  모든  것의  의미에  대한  풍부한  우화로  이루어진  신의  설명,  모든  생물의  순위만이  아니라,  (복잡다단한  일련의  도덕률로  쓰인)  상승을  향해  가는  도로  지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p.103-105)

     

    [1] 진화론으로 이해하는 불교 : 다윈의 진화론은 연(緣起)의 진화론

     

    2021년1월호, 월간불교문화

    유선경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

     

    우리는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 조상이 지구라는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아 자손을 번식하고 노화하고 사멸하고, 그 자손이 다시 환경에 적응하며 다음세대를 번식하고 노화하고 사멸하는 진화의 기나긴 역사가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들에 투영되어 있다. 우리가 진화의 역사다. 현재 지구에 생존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도 그들의 조상들이 이룬 거대한 진화 과정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진화18세기까지 자연과학자들이 말하던 진화가 아닌, 1859년 찰스 다윈이 그의 저서 종의 기원에서 피력한 진화를 뜻한다. 다윈 이전 자연과학자들은 모든 생명체 안에 그것을 그것이게끔 하는 본질이 있어 이 본질은 변하거나 파괴되지 않고 영원히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믿음은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인 본질주의에 근거한다.

     

    본질은 모든 생명체에 내재하는 고정불변의 속성으로, 그에 따라 비슷한 생명체의 무리를 하나의 종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종은 그들 간의 차이로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위치가 나누어진다고 이해했다. 생명계를 마치 똑바로 세워진 사다리와 같이 생각하며, 각각의 종에 내재하는 본질에 따라 생명체 집단이 정해진 계층에 위치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계층적 사고방식은 밑의 계층에 속하는 생명체들에 비해 그 위층의 생명체들이 고등하고 우월하다는 관점을 내포했다.

     

    라마르크를 포함한 진화론자들은 나비 애벌레 안에 나비로 자라날 목적을 본질로 가지고 있기에 나비 애벌레는 나비가 되듯이, 모든 생명체는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그 안에 본질로 가지고 있다고 이해했다. 또한 이들은 자연을 구성하는 생명체들이 의도적으로 고등화하려는 목적의식을 지니고 변화한다고 생각했다. 이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인 목적론에 기반을 둔 믿음으로, 모든 생명체들은 점점 더 복잡하게 발달하고 향상되어 우월한 종으로 진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았다.

     

    다시 말하면 생명체에 내재된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해 생명체가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변형해 계층마다 향상된 형질을 가지게 되어, 결국 원시적이고 단순한 형태에서 고등하고 복잡한 형태로 향상하고 발전하다고 이해했다. 그리고 이러한 향상의 과정이 진화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진화란 최적의 완벽한 상태를 향한 향상과 발전이라는 고정된 방향성을 지닌 생명체들의 의도적 변화 과정이다. 이처럼 다윈 이전의 진화론은 보이지 않는 신의 힘에 의존하며 본질주의와 목적론에 입각한 주장이다.

     

    생명체와 환경이 상호의존하며 생성한다는 진화의 양상은 붓다의 가르침인 연기법(緣起法)을 보여준다. 연기법은 다윈의 진화론이 설명하는 생명현상을 꿰뚫는 가르침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연기의 진화론이어서생명체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영원불변의 본질 또는 자성(自性)을 부정한다. 

     

     

    다윈이 피력한 진화론은 위에서 설명한 다윈 당시까지 자연과학자들의 진화론과 그 시대의 종교관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 철학사상인 목적론적 본질주의를 한꺼번에 뒤엎는 혁명적 이론이다. 다윈의 진화란 생명체에 알 수 없는 힘의 작용으로 생명체 스스로 목적의식을 지니고 변화하는 향상 과정이 아니다. 고등하고 완벽한 생명체를 선택하는 자연의 의지가 담긴 선택도 아니다. 다윈의 진화란 생명체들 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물리적 변이(무작위 변이)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자연선택)을 통해 적응하고 살아남아 자손을 생산하고 사멸하는 지극히 순수한 물리적 변화 과정이다.

     

    다윈이 생각한 진화 과정은 우선, 굵은 줄기에서 사방팔방십방으로 불규칙하게 가지가 뻗은 나무를 연상하면 된다. 밑동에서부터 가지가 시방으로 뻗듯이, 생명체들도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유래한 여러 종들이 그들이 서식하는 환경과의 끝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생존하고 때로는 분화되어 새로운 종이 생겨나게 된다.그리고 시방으로 뻗은 가지들에서 어느 가지가 우월하고 어느 가지가 열등하다고 생각할 수 없듯이, 생명체들도 어떤 종이 다른 종들보다 고등하고 향상된 종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시방으로 뻗은 다윈의 생명의 나무를 통해, 우리는 단지 주어진 가지가 밑동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고 그리고 이 가지가 어떤 가지에서 분지되었는지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각각의 진화 과정을 거치며 어떤 생명체가 얼마나 최근에 새로 생겼고 그 생명체의 가까운 조상은 어떤 생명체였나 하는 정도이다. 이와 같이 다윈의 진화는 조상과 후손과의 관계를 표현하는 계통적인 측면으로만 이해해야 한다. ‘진화는 어떤 향상이나 발전으로의 고정된 방향성이 없는 순수한 변화의 과정이다.

     

    다윈의 진화는 생명체 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무작위 변이로 생명체들이 변하고 또 그 생명체들에 주어진 환경과 쉼 없이 상호작용하며 생존하고 번식하며 노화하고 사멸하는 과정이다. 진화라는 자연현상은 어느 생명체도 환경의 조건과 아무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여기서 환경이란 그 환경에 사는 다른 생명체들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들이 서식하는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의존하며 진화한다. 어느 한 생명체도 환경의 조건과 떨어져 생존하거나 진화할 수 없다. ‘생명체와 환경의 상호의존 관계’는 다윈의 진화론에서 가장 중요한 논지인 자연선택을 대신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생명체와 환경이 상호의존하며 생성한다는 진화의 양상은 다름 아니라 붓다의 가르침인 연기법(緣起法)을 보여준다. 연기법은 다윈의 진화론이 설명하는 생명현상을 꿰뚫는 가르침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연기의 진화론이어서 생명체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영원불변의 본질 또는 자성(自性)을 부정한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명체가 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무작위 변이들로 인해, 그리고 개체를 둘러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변하다고 설명한다. 어느 생명체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무상(無常)한 생명체에는 변하거나 파괴되지 않고 영원히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본질(自性)이 존재할 수 없다. 본질을 가진 생명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붓다의 공()의 가르침이다. 생명체는 공하다. 그들의 집합체인 종도 끊임없이 변하기에 무상해 공하다. 그리고 그들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자연현상인 진화도 고정된 방향성이 없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이어서 무상하고 공할 뿐이다.

     

    다윈의 연기의 진화론은 본질의 존재에 의해 파생되는 자연에 실재한다는 절대적인 기준이나 객관적인 표준도 거부한다. 불변하는 본질의 실재가 부정되니, 즉 생명체가 공하고 진화가 공하니, 어떤 절대적이거나 객관적인 기준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다윈이 말하는 자연에서의 적자(適者)란 자연에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어 환경과 조건에 상관없이 절대적으로 강하고 최상의 적응력을 지닌 특정한 생명체란 뜻이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다른 생명체들에 비해 좀 더 나은 적응력을 보이는 생명체, 다시 말하면 국한된 환경의 조건에 따른 생명체들 간의 상대적인 개념이 다윈의 ‘적자’이다.

     

    이와 같이 1859년 다윈이 주장하고 지금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는 진화론은 다윈이전 18세기까지 자연과학자들이 이해했던 진화가 의미하는 본질주의, 목적론, 생명체의 등급화, 생명체들의 고등화로의 방향성, 고정불변한 절대적 기준이나 법칙등 모든 전제를 부정한다. 그래서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다윈 이전까지 애용되던 “진화”라는 단어 대신에 변이에 의한 유전(descent with modification)”이라는 가치중립적 문구를 사용하는데, 그가 말하는 ‘진화’란 향상이나 발전이 아닌 순수한 변화의 과정이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인 진화 과정은 상호의존적 생성 과정으로 붓다의 가르침인 연기이다.

     

    연기하는 진화는 어떤 의지나 고정된 방향성 없는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으로 무상하고 공하다. 연기하는 진화는 무상해 공하다 .

     

    유선경 서울대학교 동물학과(현 분자생물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 대학교(Brown University)에서 세포분자생물학과 박사 과정,터프츠 대학교(Tufts University)에서 철학과 석사 과정을 수학했다. 이후 듀크 대학교(DukeUniversity) 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학 박사). 현재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맨케이토(Minnesota StateUniversity, Mankato) 철학과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생명과학과 철학의 만: 생명과학철학의 주요 쟁점들, 생명과학의 철학이 있다.

    출처: https://f-reading.tistory.com/401 [모두를 위한 북클럽:티스토리]

    https://k-buddhismandculture.blogspot.com/2021/11/1_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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