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월요일 8시 줌으로 5월 모임을 했습니다. 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작품이었는데요, 한국 근현대사의 사건들이 수록된 것 뿐 아니라, 여성의 삶과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나누었던 민담 등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부커상 최종목록에 올라가 있어서 이제 하루이틀 정도면 수상여부를 듣게 되겠습니다. 한작품에서 한국의 역사를 포괄하고 있다는 것이 선정이유이기도 했는데요, 시상식에 참가하고 있을 황석영 작가는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절필하지 않겠다고 하며 차기작"할매"라는 작품을 쓸 것이고 그 작품이 노벨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계시네요. 사람들이 다 쫒겨 나고 마을 빈터에 남은 600년된 나무 이야기라고 합니다.
작가는 훗날 자신이 “근대의 극복과 수용을 자기의 일감이나 사명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하다 죽은 사람으로 규정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해요. 노벨상을 받겠다는 것은 근대를 극복하는 것을 작품에 담아내고 그내용이 현대인에게 공유되기를 바란다는 뜻이겠지요.
책을 거의 읽지 못했지만, 토론에 참여하면서 책에 대한 이해를 넓힐수 있었습니다. 황석영 작가가 바라본 역사와 민담의 관계가 인상깊었고, 이재유라는 인물과 트로이카라는 조직법, 전혀 몰랐던 근현대의 사건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토론할 책은 <나는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입니다>입니다. 사랑하는 친형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깊은 무기력감과 상실감에 빠진 저자가 미술관에 근무하면서 삶과 죽음, 예술에 대해 깊이 사유해 나가는 과정이 유려하고도 지적인 문장으로 펼쳐진다고 합니다. 다음번에는 대면으로 만나뵈어요~
목차
철도원 삼대 - 황석영 지음/창비 |
세계적인 거장 황석영이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로 한반도 백년의 역사를 꿰뚫는다.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방대한 서사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실감나게 다루고, 사료와 옛이야기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구현해냈다.
바야흐로 남과 북을 잇고 대륙을 건너는 철도를 꿈꾸는 이 시대에 강렬한 서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린 작가 필생의 역작이기도 하다. 원고지 2천매가 넘는 압도적인 분량임에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실감을 주는 캐릭터로 황석영의 저력과 장편소설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이백만 이일철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날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백만의 증손이자 공장 노동자인 이진오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룬다. 아파트 십육층 높이의 발전소 공장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 중인 해고노동자 이진오는 페트병 다섯개에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각각 붙여주고 그들에게 말을 걸며 굴뚝 위의 시간을 견딘다.
매섭게 춥고 긴긴 밤, 증조할머니 '주안댁', 할머니 '신금이', 어릴 적 동무 '깍새', 금속노조 노동자 친구 '진기', 크레인 농성을 버텨낸 노동자 '영숙'을 불러내는 동안 진오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자신에게 전해진 삶의 의미를 곱씹는다. "그것은 아마도 삶은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지속된다는 믿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낸다."
[1] 주안댁 등의 여자인물 이야기가 나오는 것과 귀신얘기 등이 나오는 것을 어떻게 봤는지?
-소설이나 역사 얘기외에 민담등이 있는 것이 좀 의외였다.
- 그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삶을 민담과 잘 버무려 담았다.
-독립, 당권을 쥐기위한 투쟁, 좌우이념대립으로만 이 시대를 해석했는데
7~80년대 노동운동의 뿌리가 느껴졌고 이 시대에 사람들이 당차게 활동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민담 리얼리즘? - 다중적 관점, 역사에서 복원하는 민초들의 일상
Q. <손님>에서 다양한 '시점'을 내세운 이유는?
작가의 전지적 시점이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믿지 않는다고. <철도원 삼대>에서도 봤겠지만 종래 리얼리즘의 룰을 신통치 않게 생각해요. 전지적 시점이 어딨어. 관점은 등장인물이나 캐릭터에 따라서 여러 다중적 관점이 있는 거죠. 거기에 자기가 처한 입장에 따라서 각자 다른 말을 하고 있잖아 서로. 그러나 전체 큰 흐름은 알 수 있잖아요. 입장을 다르게 이야기 하면서 밝혀지잖아요. 그런 서술방식을 취한 거죠.
Q.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지.
내가 앞으로 3권에서 4권 정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운이 있으면. 한 90살까지는 써야지. 그러면 이걸 뭐라고 생각할까. 명실공히 만년문학인데 이걸 뭐라고 생각할까 그러다가 내가 역사로부터 민초들의 일상을 복원해 내야 된다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민초들의 일상을 복원해내자, 그런 소설을 써야겠다, 그런 일상을 복원해내는데 역사에서 바로 오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했고. 중간지점을 보니까 민담이란 영역이 있어요. 민초들이 자기 일상을 회상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또 자기가 겪은 이야기를 부풀려서 하기도 하고, 아주 재미있는, 입담이 좋은 사람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로 만들어서 이야기도 하고. 역사로 넘어가기 전에 민초들의 이야기, 민담이라는 그런 양식이 있구나. 그러면 내 소설을 '민담 리얼리즘'이다 하고 스스로 이름을 짓는 건 어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철도원 삼대> 이후로 쓰는 작품들은 아마 '민담 리얼리즘'으로 분류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죠.
[2] 대구 십일사건 (大邱 十一事件)
1946년 좌파 세력과 민중이 대구를 시작으로 남한 전역에서 미군정의 실정을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하며 일으킨 사건.
-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그 내용이 흡사한 것에 매우 놀랐다.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4119
[3] 최달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 못된 인물이긴 하지만 작가가 악인으로만 그리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일제시대라는 것 주변의 환경, 시대적인 여건을 고려해보게 되었다.
[4] 우리 현대사의 사건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 서사의 힘이 있으니 지금의 우리, 후대 사람들에 더 많이 전달될 수 있다.
- 그러나 레미제라블에 프랑스혁명에서 있었던 사건을 팩트로 다 담겨 있는 것처럼
이 이야기 역시 우리 근현대사의 사건이 다 담겨 있다.
그러나 남의 나라 이야기를 읽을 때와는 달리 바로 옆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꿋꿋이 살아왔다는 생각에 위로가 되기도 했고
오늘날의 우리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맥락, '숲'을 볼 수 있었다.
- p. 422의 "그런데 어째서 그런 이들이 오히려 우리를 미워하게 될까?"가 인상적이었다.
- 삶에서 상황은 저절로 바뀌지 않았고 저항한 사람들로 인해 변해온 것이기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 그 자신의 삶도 같이 끌어올려지고 있는것데 이를 깨닫지 못하고 비난하게 되는 것 같다.
부커상 선정위원회- " A sweeping and comprehensive book about a Korea"
서구에서 거의 볼 수 없는 한국에 대한 포괄적인 책으로 한 국가의 역사적 서술과 개인의 정의 추구가 혼합되어 있다. 황석영작가는 공장 굴뚝 위에 앉아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것에 항의시위를 하는 진오의 눈으로, 점령과 해방을 겪은 국가의 복잡한 역사를 조명한다.
A sweeping and comprehensive book about a Korea we rarely see in the West, blending the historical narrative of a nation with an individual’s quest for justice. Hwang highlights the political struggles of the working class with the story of a complicated national history of occupation and freedom, all seen through the lens of Jino, from his perch on top of a factory chimney, where he is staging a protest against being unfairly laid off.
https://namu.wiki/w/%EC%9D%B4%EC%9E%AC%EC%9C%A0
[5] 고공농성
- 앞으로 한걸음 나아갈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깊다.
길고 긴 시간 속에서 우리는 한 줌 먼지에 지나지 않지만
세상은 조금씩 나아질 것입니다.
- 황석영, 철도원 삼대(2020) 작가의 말
노동자가 높은 데로 올라와 사람들에게 자기 처지와 같은 입장을 알아달라고
농성하게 된 것만 해두 엄청난 사회적 변화라구.
우리 할머니는 늘 그렇게 말했어.
어쨌든 세상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져간다고.
- 황석영, 철도원 삼대(2020), 410쪽 -
[6] 이재유 라는 인물/ 활동방법
- 이재유 그룹은 이전까지의 조선공산당의 전위당 이론을 거부하고 즉각적인 당 건설에 반대하였으며 '트로이카 운동'이라는 독창적인 조직론을 만들어서 대중운동에 기반한 '조선공산당 재건운동'을 이끌었다.
- 그 시대에 그렇게 운동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트로이카 조직 등에 경탄했다. 독창적이고 뛰어나다
트로이카:
세 마리 말이 자유롭게 마차를 이끌듯이 회원 모두 저마다 자유롭게 활동하자는 의미이다.
트로이카 조직에서도 지도자는 존재한다. 그러나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고 이재유의 주장에 따르면 지도하는 동시에 지도를 받는다. 지도자는 개별적으로 각 성원들과 접촉하여 각각의 부문운동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협의한다.
트로이카 조직은 운동자들 사이에 종적 연결만 보장되고 횡적 연결이 불가능한 철저한 점조직 방식이다. 생명을 내건 비합법운동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https://namu.wiki/w/%EC%9D%B4%EC%9E%AC%EC%9C%A0
[7] 이일철 이라는 인물이 변화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사람이 나이들면 젊은 시절보다 보수적이 되게 마련인데 늦은 나이에 그런 변화가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 자녀를 어느정도 키운 여자들이 홀가분하게 느끼듯이, 가족에 대한 부담이 조금 덜어진 시기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기도하다.
[8] 인물들
- 막음이 이모의 이름이 인상적
-여성들의 삶, 행동 등
[9] 여기에 실린 민담, 노래 등에 대해
- 민중들이 겪은 바, 사실은 아닐 수 있지만 '진실'을 담고 있다.
- 민초들의 애환을 담았다고 하는 <시경>의 시는 채집하는 담당관리가 있었다고 함
- 할머니에게 들어본 적이 있는 희미한 기억이 나기도 함
[10] 토론소감
힘들었던 삶이 그려져 있었지만
그 삶을 살아낸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위안을 얻었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지만, 연약한 존재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연대를 한다면.
나이든 여성들이 많이 나오는데 니체가 말한 "늙은 여인의 지혜"라는 말이 생각 났다.
"앞날이 정해졌다면 애달캐달 하지 않고 재미있게 살려구요" 라는 구절이 있다.
'행복'을 꿈꾸기 보다 바로 앞에주어진 현실 "잘 겪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갔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져, 눈에 보이는 듯 했고 냄새가 나는 듯 했다.
치열하고 배고프고 힘들었던 그때와 지금의 삶의 모습이 대비되었다.
각각의 상황은 다르지만
지금의 현실을 불안하고 힘들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참고자료
① [역사속 경제리뷰] 미군정 초인플레이션 그리고 조선총독부 140억원 살포
② [박준성의 노동자 역사] 1930년대 혁명적 노동조합과 이재유(1903-1944)
③ 부커상 최종후보 『철도원 삼대』 황석영 인터뷰
“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약한 것들이 이기게 돼 있어”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416523479
“부지배인 동지, 고향이 어디십니까.” 평양백화점의 여성 총지배인과 인사를 나눈 뒤 백화점 안내를 맡은 부지배인과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부지배인이 옛날식 서울말과 억양을 쓰는 게 아닌가. 북한 당국의 안내로 백화점을 방문한 소설가 황석영은 부지배인에게 물었다.
“서울입니다.” 부지배인 노인은 대답했다. 예상한 대로였다. “서울 어디입니까.” 그는 다시 물었다. “영등포입니다.” 영등포는 1947년 가족이 평양을 떠나서 월남해 정착한 곳이었고, 그 자신이 고등학교 시기까지 유년기의 대부분을 보낸 곳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노인과 함께 백화점 안을 거닐면서 진열된 상품을 보기보다는 옛날 영등포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④ yes 24연재 페이지 페이지
https://ch.yes24.com/Article/List/2771
영문판 제목이기도 한 '마터 2-10'은 '마터 2형 10호'란 뜻으로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1943부터 1946년까지 운영한 증기기관차 이름입니다.
황 작가는 "'마터 2-10'은 사각형 기관차의 제작 넘버"라며 "한국전쟁 때 평양을 왔다 갔다 하며 군수 물자를 나르는 거로 활용하다가 철원 근방에서 폭파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냉전박물관 상징물로 쭉 있다가 서울시가 2000년대 초 문화재로 지정해 통일동산에서 영원히 박제됐다."고 했습니다. 철도 노동자 삼대를 다루는데 아주 적합한 제목 같았다고도 했습니다.
출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42008
다음 토론 도서-<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웅진지식하우스 |
"메트 미술관 경비원의 예술 작품과 보낸 10년의 회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패트릭 브링리의 독특하면서도 지적인 회고를 담은 에세이다.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 남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마침내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선망 받는 직장에서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가족의 죽음을 겪게 된다. 이를 계기로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은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슬픔에서 도피하듯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 브링리는 매일 다른 전시실에서 최소 여덟 시간씩 조용히 서서 경이로운 예술 작품들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거장들의 혼이 담긴 경이로운 회화와 조각부터 고대 이집트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과 오롯이 교감하고, 푸른 제복 아래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동료 경비원들과 연대하는 동안 서서히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가며 멈췄던 인생의 걸음을 다시 내딛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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