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읽자, 마음속 정서를 읽어 주자,
책의 맨앞 서문에서 저자는 비유를 하나 소개한다.
칠흑같은 밤, 한 남자가 잃어버린 열쇠를 찾고 있다. 나그네가 남자에게 뭘하고 있냐고 묻자
그는 저쪽 어두운 골목에서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쪽은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 않아
이곳, 환한 가로등 밑에서 열쇠를 찾고 있는 거라고 말한다. ^^;;누가 봐도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런데 저자는 초임교사시절, 자기가 그남자와 같은 행동을 했었다고 고백한다.
교실에 골칫거리가 생길 때 마다 학급규칙, 상점, 벌점제도 등을 더 정교화 하여 해결하려 했을뿐
당사자인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때는 깜깜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볼수 없었는데
대학원에서 배운상담심리학 배운이 환한 가로등이 되어, 학생들의 다양한 '행동' 이면에 있는
진짜 원인인 '정서'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대한민국 어느 초등학교의 6학년, 2학년,5학년 교실에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소개하면서 이 사건들에서 아이들의 마음과 정서를 읽어내는데 필요한 여러 이론들을 소개한다.
심리학 교실을 부탁해 - 양곤성 지음/우리교육 |
저자는 다툰 두 남자아이들을 성급하게 화해를 시킨 적이 있었다. 그때는 성급한지 몰랐지만. 잘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맞은 아이는 때린 아이에게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교사가 중재해서 화해는 했지만 맘이 아직 안풀린 것이다. 이 사례에서 저자는
'남에게 잘보이기 위해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한다'는 칼융의 페르소나 이론을 소개하면서 화해 과정이 있었다고 해도 겉보기에 그러 것일뿐 속마음은 아직 안풀리기가 십상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이제는 다툰 아이들을 무리하게 화해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교사인 본인이 한 학생에게 엄청나게 화가 났을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가 주장한 무의식의 세계에서 억눌린 자아개념을 떠올리며, 그 분노의 이유는 아마도 본인의 어린시절에 어머니의 엄격한 양육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진단해 보기도 한다.
또 책의 많은 부분에서 미국의 심리학자인 칼로저스의 인간주의심리학 이론을 소개하면서 아이의 감정을 수용해야 하는 이유와 구체적 방법을 알려준다. 진화심리학을 통해 남학생에게 좋은 교사가 되려면 권위를 가질 것과, 여학생에게는 친밀한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밖에 인지부조화 이론, 뇌 과학1, 교육심리학 이론을 소개하면서 다툰 아이들의 주장하는 바가 왜 서로 다른지, 공부를 잘하기를 원하면 부모와 교사가 정서적인 지지를 해주어야 함을 설명한다.
저자가 초임교사로서 아이들의 마음읽기에 서툴렀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나는 나의 대학1,2학년 때를 떠올렸다. 나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람의 감정, 사람의 의식이 무엇인지, 어떤 상호작용을 거쳐 행동으로 나오는 건지 알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다. 고등학교에서 매일 10시까지 남아 열심히 '공부'했건만 나에게는 나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나,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해매야 했다. 그 후 기초적인 동양철학과 요가철학을 배웠을때 안간의 몸과 마음에 대해, 이둘의 작용에 대해, 우주를 이루는 원리에 대해서 아주 조금 배운 것으로 머리속의 안개는 점점 걷히는 기분이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심리학 이론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대학때 그랬듯이 이런 방식의 접근법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행동이면에 놓인 심리와 정서를 염두에 두고 있으면 내가 왜 이러는지, 다른사람이 왜 그러는지 알아차리기 쉬울 것 같다. 그리고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라도 내가 모르는 점이 있을 뿐이지, 저 입장에서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 라는 포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런 내용을 대학원에 가서야 배우게 하지 말고, 제발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중에서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찌보면 사람이 산다는게 사람으로서 사람 사이에서 사는 건데, 우리나라는 아이들을 그 오랜시간을 학교와 학원에 붙잡아두면서, 사지선다에서 한개를 고르나는 조각지식은 무던히도 많이 가르치면서, 인간정신의 원리, 인간사이의 원리에 대해서 이렇게 한조각도 안가르치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희안하고 억울하다. 아이들의 싸움을 중재하시느라 피곤한 교사들, 부모님들과 함께, 당사자인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며, 국어나, 수학이나, 과학보다도 훨씬, 훨씬 , 훨씬 도움이 될 책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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