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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책과 미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by 책이랑 2018. 3. 23.
"오이디푸스 그대가 왕이지만 답변할 권리만은 우리 두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져야 할 것이오." 테이레시아스가 말한다. 진실을 말하러 찾아온 예언자를, 성난 군주는 뇌물을 받아먹고 지껄이는 헛소리쯤으로 몰아붙인다. 그러나 테이레시아스는 자기가 오이디푸스의 노예가 아니라면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한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에 나오는 장면이다.

파르헤시아(parrhesia). 희랍어로 '진실을 모두 말하기'라는 뜻이다. 성서에서는 '담대함'으로 옮긴다. 테이레시아스 같은 태도를 말한다. 철학자 미셸 푸코에 따르면 '파르헤시아'는 희랍 민주정치의 작동 원리이자 시민들의 윤리적 의무다. 권력의 그물망이 갈수록 촘촘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파르헤시아를 품은 '비판적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느냐가 말년의 푸코를 사로잡은 고민이었다.

진실을 말하는 데는 당연히 용기가 필요하다.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을 기꺼이 밝히고, 공공연하게 말하기를 통해 진실게임을 시작함으로써 상대의 진실에 맞서 쟁론하고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희랍에서는 이 과정을 토론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토론이 매끄러운 적은 없었다. 상대가 권력자인 경우 역풍이 있기 쉬웠다. '일리아스'에서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불러온 비극도 아킬레우스의 입을 억지로 틀어막은 아가멤논의 힘자랑에서 비롯하지 않았는가.

고금의 권력은 진실을 말하는 이들을 문제를 일으키는 자,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로 규탄하면서 '비정상'으로 만든다. 골칫덩어리, 부적응자, 미친× 등의 표지를 붙임으로써 진실의 폭로자를 절망에 빠뜨린다. 진실을 말하는 이들이 범죄자가 되고, 또 목숨까지 잃어버리는 일은 얼마나 흔한가. 심지어 권력은 사후까지 파고든다. 제자 김일손이 사초에 쓴 '조의제문'을 문제 삼아 무도한 연산군은 스승 김종직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의 목을 베지 않았던가. 이것이 진실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푸코는 진실을 둘러싼 게임이 '분노와 관용, 아첨과 파르헤시아'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강자가 관용을 베풀 때는 파르헤시아가 활발해진다. 반대로 강자가 분노를 쏟아낼 때는 아첨이 넘친다. 만약에 한 조직이 후자를 진실게임의 규칙으로 삼고 있다면 진실이 아니라 거짓과 침묵이,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개인의 이익이 분명히 그 조직을 먹어치운다. '무사유'를 '사유'로 여기는 아첨꾼이 넘쳐나면서 아무리 이상한 일이라도 기어이 이해해버리는 것이다. 서지현 검사의 파르헤시아를 통해 검찰 조직의 비민주적 성격이 확연해졌다. 이 기회에 불관용을 청산하고 환골탈태로 삼았으면 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11일째 필사 포인트


주장을 펼치기 위해 다양한 사례와 발췌를 끌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예들은 독자에게 정보와 지식, 교양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문학이 아닌 칼럼이나 에세이 등을 쓰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입니다. 고종석 저널리스트는 <고종석의 문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글쓰기는 분명히 기술을 요구합니다. 말을 다루는 재주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교양과 지식입니다. 창작적 글쓰기에는 상대적으로 교양과 지식이 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는 데는 박람강기가 필요 없습니다.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결정적 흠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허구가 아닌 산문들, 우리가 흔히 에세이라는 말로 뭉뚱그리는 글들을 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세속적 교양과 지식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 글쓰기 강연을 하며 더러 글쓰기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얘기들을 한 것도 그 점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교양과 지식을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도 독서, 두 번째도 독서, 세 번째도 독서입니다. 그렇지만 아무 책이나 읽는 게 아니라 좋은 책을 읽어야겠지요.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힘은 어떻게 키울까요? 그것도 독서를 통해 키울수밖에 없습니다. 힘 빠지는 답변인가요?(웃음)"


여러분만의 다양한 필사 포인트를 찾아주세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칼럼의 주제, 장점, 아쉬운 점 등 단상도 기대하겠습니다.



[1] 중심생각: 이 컬럼은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검찰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임을 주장하고 있다.

[2] 인상적인 부분

①" 강자가 관용을 베풀 때는 파르헤시아가 활발해진다. 반대로 강자가 분노를 쏟아낼 때는 아첨이 넘친다. 만약에 한 조직이 후자를 진실게임의 규칙으로 삼고 있다면 진실이 아니라 거짓과 침묵이,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개인의 이익이 분명히 그 조직을 먹어치운다. "


[3] 아쉬운 문장 

① ②"'무사유'를 '사유'로 여기는 아첨꾼이 넘쳐나면서 아무리 이상한 일이라도 기어이 이해해버리는 것이다." 


내용이 함축적이어고 댓구를 통해 울림을 만들고 있는 문장이다. 그런데 문장을 이해못해서 순가적으로 독자가 뜻을 이해하려고 애쓰게 만드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3]-1 아래와 같이 고쳐보았다.

(추상)명사로 쓰인 것을 서술어쪽으로 넣어서 이해하기 쉽게 했다.(분노->분노하기만 한다면 등)

명사를 '의'나 '와' 등으로 계속 연결하면 글의 맛은 

있지만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에 한 조직이 진실을 마주할 때 분노하기만 한다면 진실과 도덕적 의무는 사라지고 분명히 거짓과 침묵, 개인의 이익이 그 조직을 먹어치울 것이다. 잘못된 규칙을 애써 받아들인 아첨꾼이 넘쳐날 것이며, 아무리 이상한 일이라도 그들은 기어이 이해해 낼 것이다.“


[4] 단상 

여러 일화와 말뜻풀이를 통해 서지현 검사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부당하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주장했다. 마지막 문단을 쉽게 썼더라면 좋았겠다 싶다. 이해력이 부족해서인지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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