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민음사 |
영국의 한 저명한 저택의 집사로 평생을 보낸 스티븐스가 생애 처음으로 떠난 여행과 지난 시절에 대한 회상이 교차된다. 스티븐스는 여행하는 내내 ‘위대한 집사’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하지만 그가 개인적인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맹목적인 믿음으로 모셨던 주인은 “선량하고 명예를 중시할 뿐 아니라 현실을 보는 눈도 어두웠기 때문에” 나치에게 이용당했음이 밝혀진 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스티븐스는 그럼에도 집사라는 직분에 최선을 다한 자신의 직업관을 끊임없이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의 지난 시절을 정당화하려 든다. 그러나 그는 집사의 품위에 앞서 존중되어야 했던 인간으로서의 품위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었으며 결국 ‘성실하게 일상을 반복함으로써 악을 돕고 악에 이용당해’ 왔다. 이는 대영제국의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미국의 현실주의적인 기반으로 넘어가는 상황, 그 변화의 시대에서 시대착오적인 가치관에 얽매이는 것이 얼마나 부조리한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영화화 되기도 한 '남아 있는 나날'로 1989년 부커상을 수상한 이시구로는 배경과 인물이 서로 다른 세 작품을 두고 "같은 책을 세 번 썼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서 배경과 사건은 본질이 아니다. "직업적인 면에서 소모적인 삶"을 사는 인간을 통해 "한 개인이 불편한 기억과 어떻게 타협하는지" 그린다고 설명한다....
1.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보낸 집사 스티븐스가 인생의 황혼기에 비로소 깨달은 잃어버린 사랑의 허망함과 허전함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 별점
4/4.5/ 4 /4.8/ 4/ 3.8/ 4.5/ 4.5/ 4/ 4
읽은 소감
▶잔잔하게 잘 읽혔다.
- 얼른 보기에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한 인물의 인생사인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 역사적인 사건이 드러나고
+ 인간이 어떤 윤리적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와
+ 인간심리의 내밀한 부분이 드러나며
+ 심리적 고통이 따라오기 마련인 연애 얘기까지 있었다.
▶현대 직장인의 삶과 오버랩 되어 읽었다.
한군데에 갇혀 지내는 사람은 자아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
▶켄튼양이 억지로 "꽃병"을 가져다 주는데도 애정을 못 알아차리는 것이 답답했다.
내가 좋아하는 '귀족이 나오는 분위기'가 있어서 좋았다.
(또 이 작품을 해석하다보면)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대해 언급이 되는데
이것도 처음에는 충격으로 받아들였지만 너무많이 회자되니
일종의 합리화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층적 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 보통 소설화자의 관점에 동화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의 화자는 호감이 가지 않으며 의견에 동의하기 힘든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그게 재미있게 느껴졌다.(영화는 이런 재미를 표현하기가 어렵다.)
- 한편 소설작법 교과서에 나오는 듯이 너무 딱 맞아 떨어지는데 이것이 오히려 흠이라고 한다.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말이기도 하다)
▶ 저녁을 생각하는 시점에서 읽어서 예전과 다른 느낌으로 읽었다.
- 읽어내려가다가 화자에게 동의하지 않은 부분 생겨나는 것, 화자가 숨긴 부분이 차츰 드러나는 것이 재미있었다.
- 무의식중에 내가 재미있게 본 영국드라마인 <다운튼 애비> 와 비교가 되어서 낮은 점수를 준 것 같다.
▶ 작품의 화자는 인간의 “품위”에 대해 계속 얘기한다.
- 작품에는 노예상태라면 품위를 지킬수 없다 라는 의견이 있고 한편
vs 나는 정당하다-품위를 갖춘 내 주인을 내가 가진 전문성으로 그것을 서포트한 것 뿐이기에 라는 의견이 대립된다.
- 전문성 그 하나에만 기댄 품위가 정당한 품위인가??
하는생각으로 품위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 모든 창조는 두 번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집을 짓는다고 하면
지을 때 머리에서 1회의 창조가 이루어지고 실재 지을 때 두번째 창조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 그러나 자기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 누군가의 default value에 맞춰 사는 것이
인생을 가치 있게 사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 전반부가 읽기 어렵다. - 초창기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심리묘사는 섬세하다.
그래도 중단하지 않고 중간까지 읽다가 왔는데
이전에 작가의 <나를 보내지 마>를 감동적으로 읽어서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Never Let Me Go (2005년)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복제인간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한 장면>
▶ 초반에 '위대한 집사'에 대한 서술이 많은데 내가 집사에 대해 왜 알아야 하나 ?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루했다.
- 읽으면서 화자가 살아온 인생 회상할 때 이중적인 부분이 보였다.
- ·하면 좋았을 걸 , 후회 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 그런데 곳곳에 배치된 전쟁에 대한 언급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집사에 대한 환상이 있고-(일본만화에 자주 등장함)
집사는 고소득 전문직이라고 생각하다가 집사의 내면, 정신상태가 나온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아주 답답했다.
(작가는 독자가 답답함을 느끼게 자알~ 썼다. ^^;;)
- 한편 주어진 지배층의 가치관을 당연시하는 나자신의 생각을 발견하면서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영화는 소설과는 다른 각도였으며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처음 이 작가의 책을 읽고 많이 놀랐다.
-만일 내가 주인공이라면 인생의 끝무렵에 일생을 걸쳐 추구해 온 신념과 가치관이 잘못된 것을 알았을 때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 한사람의 인생을 다루면서도 역사를 다룬다. 깊이 있는 소설이라고 느꼈다.
노벨상위원회는 그의 수상을 발표하면서 "그의 작품은 제인 오스틴과 프란츠 카프카를 섞어놓은 듯하다. 여기에 마르셀 프로스트의 성향도 약간 가미돼 있다 - 라고 했다. 작가는 내면의 고통을 잘 표현한다는 점에서 카프카에 비유되곤 한다.
<Sara Danius 교수가 2017년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한 연설>
https://www.nobelprize.org/nobel_prizes/literature/laureates/2017/presentation-speech.html
- 그의 작품은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쓰여져 있는데 다 읽고 나면 그 밑에 감추어 있던 (의미)구조가 있다.
- 이시구로는 결코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작가를 닮았는데
평범한 일상을 그린다는 점에서 제인 오스틴,
현대인의 불안을 그린다는 점에서 프란츠 카프카를 계승했다고 할 수 있다.
- 작품<남아있는 나날>은 놓쳐버린 기회에 대한 비극이다. 확실치는 않지만 희망적 관점이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은 그 사회자체보다는 그러한 사회안에서 살아간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이시구로의 작품세계에는 영웅이 없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가해자도 없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도 없다.
- 다양한 시도로 쓰여진 그의 이야기에는 쉽게 찾기 어려운 공톰점이 있는데 과거와 현재사이의 관계에 대한 탐구라는 것이다.우리는 이것을 관계에 대한 기억 relationship memory이라고 명명한다.
- 그는 기억의 상실에 대해 다루며
* 우리가 개인으로서, 공동체로서, 사회로서 과거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와
*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잊는지를 탐구한다.
2. 인상깊은 부분
생략
http://booksreview.tistory.com/753
3. 스티븐스는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기도 하고
켄턴양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데 이런 화자의 모습을 어떻게 보셨는지?
▶ 책을 읽으면서 현대 직장인의 상황이 오버랩되었다.
- 작품에는 스티븐스가 전문성을 추구한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지만
막스베버는 동양의 군자불기君子不器 정신을 비판한 바 있다.
- 베버는 기器는 전문성이라고 해석하면서 ‘군자불기’君子不器를 추구하는 것은
+ 전문성과 직업적 윤리/분업/관료제/ 이윤 추구를 위한 경제학적 훈련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리고 이것이 동양 사회가 비합리적이며 근대사회 형성에서 낙후될 수 밖에 없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도 집사였으면 이렇게 대처했을 것 같기도 하다.
화자는 집사의 위대함에 대해 말하면서 과거의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고 포장한다.
▶그런데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일을 하느라 자신의 감정을 등한시한 경험이 있지 않나?
- 대통령, 국무총리 등의 인물은 직무에 따른 의무를 앞세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면서
vs 직장인인 우리는 직무를 앞세우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이중적인 잣대가 아닐까?
▶ 한창 일할 때 갈등하다가 가깝게 집안어른의 초상에 조문을 하지 않고 일한 적이 있다.
젊은시절에 일을 자신을 증명하는 것, 나 자신의 가치, 존엄을 증명하는 근거로 삼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나오는 것 같다.
-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직업이 사라졌을 때 그런 가치관으로는
나 자신의 존재가 비참해질 것이 예상되어서 삶의 방향을 수정했다.
▶ 스티븐스는 자기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 보다
자기전문성을 드러내보이는 것이 켄턴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4. “고용인이 옛 주인에 대해 논하는 것은 영국의 관습”(p.159)이 아니라며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는 스티븐스의 행동을 어떻게 보셨는지?
▶ 지난 시간을 부정하는 것이며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부정하는 행동이다.
▶ 달링턴경을 모셨다는 것을 긍정했을 경우 뒤에 따라올 질문들이 뻔한데 (비난) 그것이 귀찮아서 말 안했을 듯하다.
▶ 그의 옛주인이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인간적으로 솔직한 반응이다.
저는 그를 모릅니다. 하고 예수를 부정한 베드로가 떠오른다.
▶말로는 과거의 주인에게 굳건한 믿음이있다고 하지만
스티븐스가 주인의 잘못을 알고 깨달았으며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 자기의 내밀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품위가 없는 행동이라는 생각때문에 한 행동일 수도 있다.
▶책 앞머리에 위대한 집사에 대한 아버지의 일화를 길게 말하는데 주인에 대해 자기가 평가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때문일 수 있다.
▶ 내안의 것을 드러내면 절도 있는 삶이 아닌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의리를 지키는 것을 가치 있게 생각하기에 한 행동이다.(일본, 영국 두 나라의 정서가 연결된 듯하다.)
5.선창에서 만난 노인이 “만날 그렇게 뒤만 돌아보아선 안 됩니다.”(p.299)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즐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는데 “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p.300) 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셨는지?
▶98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황금기는 60세부터 75세까지" 라고 말한 바가 있다. 70대가 행복감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 나는 이 대목이 절망적 시선이라고 해석된다.
예수나 부처 모두 30대 초반에 자신의 사상을 완성했다.
인생의 가치관을 30대에는 정립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저녁은 이미 무엇을 하기에는 늦은 시간이다.
서양 속담에 "Make hay while the sun shines." 라는 말이 있지 않나.
스티븐스는 놓치면 안되는 때를 놓친 것이라 본다.
▶뒤표지에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슬픈 책"이라는 말이 있다.
- 스티븐스는 과거에 놓쳤던 많은 것을 앞으로 또 놓칠 것같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 여전히 기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문득 죽는 날까지 자신이 선택한 일에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
과연 나쁜 일인 걸까 생각이 든다.
▶내가 누구인지 하는 정체성과 인생에 '나'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가와 관련지어
이런 질문을 만났을 때 머리에 떠오르는영화가 있다.
영화의 주인공 토토는 옆집아이인 알프레드와 자기가 신생아실의 화재로 뒤바뀌었졌다고 생각하고 평생을 자신이 옆집 알프레드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시간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토토는 알프레드가 암살당할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토토는 알프레드의 집으로 가서 그의 옷을 빌려입고 그의 집에서 (알프레드가 되어 )일당들에게 총살당한다.
나는 그렇다면 이 영화 주인공 토토는 과연 토토의 삶을 산 것일가, 알프레드의 삶을 산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느낀다.
- 한 인간의 폭은 그가 가진 일/ 전문성보다 훨씬 넓기에
자기의 일부분일 뿐인 것에 자기전체와 일치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천국의 토토>
▶ 또한 앞서서 언급된 군자불기君子不器에 대한 막스베버의 해석은
동양사상을 잘못 이해한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신영복 선생님은 " 『논어』의 이 구절을 신자유주의적 자본 논리의 비인간적 성격을 드러내는 구절로 읽는 것이 바로 오늘의 독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라고 말한 바있다.
그릇이 되지 말아야-
신영복, <강의>
http://www.shinyoungbok.pe.kr/index.php?mid=lecture&document_srl=2298&listStyle=viewer&page=10
▶자기직업과 자신을 일치시키며 직업을 자기 존재가치로 느끼고 살면 어떤 순간 충격을 받게 된다.
- 그렇게 하기 쉬운 대표적인 직업이 과학자라고 한다.
과학자는 '발견하고 싶다'는 열망에 빠져 인간을 위한 연구로 가지 않기도 한다.
▶ 스티븐스가 상실과 견디지 못하는 큰 고통이 왔을 때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잔재를 붙잡고 있는 느낌이다.
▶ 그가 자기 삶에 대해 생각하는게 이전과 비슷해보이기는 하지만
지난 6일간의 여행이 앞으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달라질 것같다.
▶ 나는 유머를 연습한다는 것이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저자가 비관적인 입장에서 쓴 것이라는 말에 또 동의하는 등 생각이 바뀐다.
▶ 나는 31년동안 영업업무을 했다.
하지만 나의 삶이 예를 들면 "설탕 영업의 달인~" 으로 요약되기를 원치 않는다.
▶ 배우 명계남 씨도 광고인으로 살아가다가 그래도 죽을 때 ‘카피라이터 명계남’이 아닌 ‘배우 명계남’으로 기억되고 싶어 무대로 돌아왔다고 했다.
▶ 스티븐스는 세상은 바퀴이고 자신은 중심축에 있다는 자부심을 가졌었으나
여행을 하면서 , 부두에서 노인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생각에 균열이 갔을 것이다.
▶ 그가 몰랐다기 보다 여행을 하면서 이미 알고 있는 바를 확인 한 것이라 여긴다.
품위는 모든 사람은 정치적 발언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 주인이 바뀐 것은 시대가 바뀐 것에 대한 은유이다.
▶ 모든 사람이 정치적 발언을 해야 한다는 스미스의 말에 대해
"제가 이 자리에서 굳이 지적할 필요도 없겠지만, 노예 상태에서는 결코 품위를 갖출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싸운 이유도 그거고, 우리가 마침내 얻은 것도 바로 그겁니다. 우리는 자유 시민으로 살 권리를 쟁취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신분이 무엇이냐, 부자냐 가난뱅이냐를 떠나서, 영국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자체가 일종의 특권입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유인으로서 자신의 견해를 마음껏 표현하고 투표로 의원 나리들을 의사당에 앉혔다 빼냈다 할 수 있으니까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선생님, 그게 바로 진정한 품위입니다. p.230"
“오늘밤 오도된 사고의 결과물” 이라는 멘트를 한다. 그는 앞으로도 이렇게 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 내생각엔 새 주인 페러데이도
스티븐스가 너무 답답해서 여행을 보낸 것 같다.
▊ 선택/찬반 논제
1. 화자는 자신의 직분이 중대한 나랏일에 끼어드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p.249)과
달링턴 경이 나치에 이용되었지만 자신이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항변하는 데
이런 화자의 생각에 공감하는지?
▶공감하기 어렵다. 스티븐스는 달링턴경이 하는 일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했어야 한다
최소한 유대인 처녀 두 명이라도 구하는 정도의 의사표현은 했어야 한다.
▶ 화자의 입장에서 한번 얘기해 보겠다.
스티븐스는 자기가 한 행동은 자기를 위해 한 것이 아니며 품위를 지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준을 가지고 있는 스티븐스 입장에서는 타협할 수 없었을 것이다.
▶ 그는 위대한 집사가 되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구를 우선시 해서
역사앞에서 당연히 발언해야 하는 일에 입을 다물었다.
▶ 나는 비서가 상사에게 , "을"이 "갑"의 말에 무조건 yes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높이 산 것은 나의 전문성인데 그것이 곧바로 내가 NO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 자기는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 스티븐스는 달링턴경의 잘못을 일깨워줄 몇 번의 계기가 인지시킬 수 있었는데 그럴 용기가 없다.
스티븐스가 의사표시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달링턴경이 잘못된 일을 하는데 도움을 준 셈이다.
▶ 최근 재출간된 황석영 작가의 < 죽음을 너머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 보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창비 |
광주민중항쟁때 명령을 이행하면서도 시민에게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얘기를 하는 군인들이 있었다.
이런 군인이 조금이라도 더 있었다면 상황이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권력자의 횡포?는 주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작은 행동이라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는 달라질 것이다.
■ 토론소감
▶ 후회가 남을 만한 선택을 따라가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 소설과 친하지 않은데 잘 읽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토론해서 좋았다.
▶ 책 맨뒤에 실패한 삶을 그리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는 말이 나온다.
저녁이후의 삶을 , 직함이 떨어졌을 시간에 유의미한 삶을 살기 위해 문학이 필요하다.
▶ 큰 기대가 없었는데 단순해보이나 밀도있는 주제를 다룬 작품이었다. "선택의 순간"이 인상깊다.
▶ 토론 중에 들은 "어설픈 저녁은 즐겁지 않다."는 말이 가장 인상깊다.
- 해가 지기 전인 지금, 한 낮에 쓰고 읽고 생각하고 집중해서 저녁이 된지도 모르는 삶을 살고 싶다.
▶<작가란 무엇인가 3> 에서 기자출신의 소설가 줄리언 반스는 "소설을 쓸 때보다 기사를 쓸 때 진실을 더 적게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도 소설을 별로 읽지 않았는데 진실를 담고자 하는 소설을 더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대를 거스르는 선택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그런 선택의 보상이 무엇이길래 그걸 선택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의 생활에서 직업이 50%가 넘어가고 있는데, 직업인으로서 평일을 보다가 주말이 되면 (내가 누구인가) 혼란을 느낀다.
그리고 불안을 느꼈는데 오늘 토론을 하면서 '나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용기가 생겼다.
▶ 쉬는 시간에 책표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지만 영화와 책은 좀 다르다.
영화에는 스티븐스가 창가에 켄튼양과 나란히 서서 창밖에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 독토하면서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 스티븐스의 휴가처럼 독토는 이전과 다르게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오늘 토론을 하면서 혼자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꼈다.
▶스티븐스의 6일간의 여행은 닫힌 공간에서 닫혀 있던 그의 귀를 열어주었다.
이런 여행을 대체하는 것이 책이고, (가려진) 진실에 가장 손쉽게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다.
-아울러 동현샘이 소설에 높은 점수 주신 것이 매우 기쁘다.
- 결말에 스티븐스가 "농담을 배워~"라고 한 것을
비극적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희망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등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이 이책의 미덕이다.
▶똑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는 게 신기했다.
- 책은 두루뭉술한 나의 생각을 명확하게 해주어 좋아하는데
독토에서 내생각을 좀더 명료하게 만들 수 있게 해주어서 좋았다.
▶여러 결로 읽히는 것이 작가의 문체의 매력인것 같다.
- 익숙함을 낯설게 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처음 이책을 읽었을 때의 생각이었는데
열심히 달려가는 인생길에서 '자기를 낯설게 보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영국을 좋아하는데
<남아있는 나날> 토론을 통해 그 맛을 느껴서 좋았다.
열띤 토론에 감사드린다.
영국성 다시 읽기
- 카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과 줄리언 반즈의 『잉글랜드,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 코기토 제84호, 2018.2, 285-312 (28 pages)
"품격으로 나타난 오인된 영국성은 스티븐스의 인생을 망쳐 놓았고 상실해버린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를 환기시킨다. 이시구로는 영국 신사를 구현하는 달링턴경에게 맹목적으로 헌신하며 그의 신사 기준에 맞추어 품격을 달성하려고 했던스티븐스를 통해 자신이 품었던영국성의 인종 주의적이고 배타적이며 자기 파괴적인 면들을 비판하고 그러한 영국성 의 지배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 인지를 보여준다. 박종성은 지적하기를 “이시구로가 영국의 민족주의를 우려했던 점은 제국주의, 귀족주의, 자본주의, 애국주의가 개인을 도구 로 전락시키는 비인간적인 집단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이다. 그는 영국의 보수성과 폐쇄성 및과거에 대한 향수 등이 대영제국의 몰락을 초래했다 고 진단한다”.(박종성, 2006, 57) 이시구로는 지배계층의 영국성이 허구적 이데올로기에 불과함을 드러내면서 진정한 영국성이란 무엇인가를 되 묻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수당의 대처정권이 만들어낸영국성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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