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교수가 생각하는 좋은 죽음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는 2000년 미국 내과학회지 <내과학 실록>(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논문 ‘훌륭한 죽음을 찾아서: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진 간의 합의 도출’에 나오는 훌륭한 죽음에 대한 여섯 가지 조건을 말했다. “통증 완화, 명확한 의사 결정, 가족과 의료진이 같이 죽음을 잘 준비하기, 훌륭한 마무리를 위한 갈등 해소. 이 네 조건은 누구나 다들 다른 곳에서 들어본 것이다. 그런데 나머지 두 가지가 무척 중요하다. 타인에게 기여, 그걸 통해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 이게 바로 훌륭한 죽음이라 할 수 있다.”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45808.html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마주하는 죽음
정 교수는 죽음에 임하는 자세를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2012)의 정기용 건축가에게서 배운다고 한다. <말하는 건축가>는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건축가 정기용의 일생을 담았다. “<말하는 건축가>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죽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세상이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가족은 무엇인지 하는 근원적인 문제를 다시 곱씹어보고 생각해보고 그러면서 좀 성숙한 다음에 죽는 게 좋겠다. 한마디로 위엄이 있어야 되겠다. 밝은 눈빛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죽음과 마주하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다.’ 이 말에서 죽음을 마주하는 정기용 건축가의 위엄이 느껴진다. 나도 그렇게 죽음 앞에 위엄 있는 자세를 갖고 싶다.”
정 교수는 그동안 그래왔듯, 앞으로도 죽음 준비를 단단히 해나갈 것이다. 아름답고 찬란한 삶의 마지막 여정을 향해.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 정현채 지음/비아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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