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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독토

책임에 대하여(2019.11.16)

by 책이랑 2019. 9. 18.



책임에 대하여 - 10점
서경식.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한승동 옮김/돌베개

[1] 현대 일본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1945년 이후 일본에 도입됐으나, 이는 '도금(鍍金)' 수준에 불과
겉에는 민주주의 체제가 안착했으나, 과거의 실패를 직시하고 이를 개선할 노력은 사회적으로 일어나지 못해 겉껍질을 조금만 벗겨내도 이면이 곧바로 드러나는 한계
'역사 수정주의' 1990년대 후반
"1991년 한국의 김학순 씨가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임을 밝히고 나선 것을 계기로, 1990년대 초에 아시아 각지에서 일본의 침략 전쟁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하지만 (...) 1990년대 후반의 일본 사회에서는 역사 수정주의라고 해야 할 반동(backlash)이 보수 세력과 미디어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습니다. (...) 2000년대에 들어 (...)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북조선을 방문(2002년)해 납치 문제의 진상이 드러났지요. (...) 납치 문제를 계기로 일본 사회에는 애국 내셔널리즘적인 논조가 만연했고, 지금도 그것이 지배적입니다." (다카하시)

▶ 신자유주의 조치
고이즈미 정권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된 
- 일본 우경화의 한 축
-  사회를 승자와 패자 집단으로 쪼갬- 미디어를 통해 국수주의적 언설(담론)으로 미봉함
- 극우적 논리를 전면화하려는 움직임(
실제 고이즈미 정권 들어 일본에서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등 )
(이와 더불어 한국에서도 일제 강점기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는 점도 한국 독자는 짚을 수 있겠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우경화가 지속됐지만, 한국에서는 박근혜 정권 탄핵으로 그 흐름이 중단됐다는 점도 짚을 만하다.)

▶ 좌파의 저항 BUT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후  아베의 극우적 정치가 일본을 석권함
- 내부 저항이 점차 무력화한다는 위기의식을 저자들은 공유했다.
일제의 침략 역사를 고스란히 갖고 있는 히노마루(일본 국기)와 기미가요의 역사성을 리버럴이 무시하는 현상 이면에는 국가 권력이 강고화하는 분위기가 있다

"일본 사회에서는 개인의 사상 신조와 국가 권력이 부딪힐 경우에, 항상 국가 권력이 더 거세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 냉전 구조의 붕괴와 함께 일본사회당·총평(總評·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 그룹도 변질되어 '연합(렌고, 현재 일본 최대 노총, 일본 사회의 저항 움직임이 약화함에 따라 렌고도 한국의 민주노총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영향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으로 바뀌고 교원조합도 그 산하에 들어가 운동 방침으로서의 '국가주의에 대한 저항'을 포기해 버렸습니다. (...) 국기라는 것에 경의를 표하는 일이 일상화된 공간 속에서 지금 말한 것 같은 역사성을 끊임없이 문제 삼기는 참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서경식)

■ 일본 사회 양심의 목소리를 비판적으로 봄
(
서경식 교수)
- 일본의 리버럴 역시 과거에 눈을 돌려버린다는 점에서 일본 주류와 별반 다르지 않다
- 아이치 트리엔날레 주최 측의 평화의 소녀상 기획전 중단 사태
← 표현의 자유에 관한 억압이라는 반발= "공허하다"

"우익이 소방용 소화제를 스크린에 뿌려 방해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그에 항의하는 기자 회견이 열린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가 보았지요. 단상에 나란히 앉은 사람들이 "이것은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용납하기 어려운 공격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때 나는 거기서 주제로 삼고 있던 것, 즉 일본 제국의 역사적인 범죄, 식민 지배의 범죄, 여성에 대한 전쟁 범죄 등을 고발하는 움직임을 표적으로 삼은 공격이라는 관점을 명확히 주장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하며 듣고 있었습니다. (...) 이는 모토시마 히토시 나가사키 시장이 쇼와 천황에게 전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가 우익 세력으로부터 저격당했을 때(1990년 1월 18일), 전체 매스컴이 한 목소리로 "언론의 자유에 대한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라고 했던 논조와도 겹칩니다. 천황에게 전쟁 책임이 있다는 모토시마 씨의 주장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제시하지 않았어요." (서경식) 

포스트 후쿠시마
-
한일 역사 문제와는 별개로, 현대 일본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가장 큰 화두
일본에서 오랫동안 가동된 분단과 차별의 논리로 해석
- 민주주의적 가치가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오늘날 일본의 현실을 포스트 후쿠시마에서 바라볼 수 있다

"원전을 만들 때부터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특정 지역에 부담을 강요해 왔다는 의미에서 차별이며, 그렇게 해서 사고가 일어난 뒤에도 피해를 봉쇄하기 위해 (일본 사회는) '분단'과 '차별'을 효과적으로 작동시켜 잘 써먹었습니다. 예컨대 후쿠시마 번호판을 단 차가 주차하려 하면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한다거나, 피난 온 아이들이 피난지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지요. 크게 보면 근대 일본이 그런 분단과 차별 위에 만들어진 식민 제국인데, 그 구조가 지금의 일본 사회에서도 유효하게 기능하고 있습니다." (서경식)


일본이 유럽식 보편주의를 내면화하면서 동아시아를 침략,
그 역사는 반성되지 않으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막부 말에는 요시다 쇼인(에도시대 후기 조슈번의 사상가로, 현대 일본 극우 사상의 뿌리로 꼽힘)의 존재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베 신조 씨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들고 있습니다만, 쇼인은 일본이 군비를 증강해서 류큐(오키나와), 에조의 땅(홋카이도), 그리고 조선, 타이완,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까지 탈취한다는 대외 침략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상이 쇼카손주쿠(요시다 쇼인이 후학을 기른 사숙)를 통해 메이지 유신 지도자들에게 전승되고 제국 일본의 식민주의로 이어졌습니다. (...) 전후 일본까지 이어진 요시다 쇼인에 대한 평가 하나만 보더라도 메이지 이후의 대외 침략에 대한 정당화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 있습니다. (...) 일본류의 '보편주의'가 있음은 분명하며, 그것은 일본의 침략을 늘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카하시) 

일본=유럽식 보편주의를 내면화한 아시아 최초의 근대 사회
=  '서구에 대항할 유일한 독자적 문화권'으로 자인하는 침략주의 시절의 이중적 내면화
일본회의와 아베로 대표되는 극우주의 집단은 물론, 리버럴리스트 사회 일부에서도 발견된다고 지적

- 현대 일본인의 정신 구조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 기실 우리가 일본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근본 이유가 이 같은 모순에 기인한다고도 유추 가능한 대목이며,
- 일본이 '책임을 회피하게 된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음을 추정케도 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앞서 언급된 '현대 일본 민주주의는 도금'이라는 인식과도 상통한다. 그 도금의 밑바탕에는 일본 사회에 내재된 모순이 잠재하며, 그 모순은 이 같은 이중적 자기 인식인 셈이다. 전후 일본 사회는 아시아에서 손꼽을 정도로 강력한 반 자본주의 운동과 민주주의 운동의 중심지였으나, 결국 일본은 내재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늘날 아베 정권 시대에 이르고 만 것이다. 

필연적으로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
'아베 정권은 나쁘다. 그런데 아베 정권은 일본 민주주의 체제에 의해 적법하게 선출된 '민주 권력'이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다카하시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문제를 정리한다.  


"거기에는 '헤이세이'에서 '레이와'로의 연호 변경과 천황 교체에서도 드러난 일본 제국 시대 이래의 본성이 존재하며, 그에 덧붙여 글로벌화 속에서 하락 중인 일본의 지위와 국력에 대한 불안이 작용한다. 헤이트 스피치로 상징되는 노골적인 배외주의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징용공 재판 판결을 둘러싼 언론의 반한·혐한 보도에 이르기까지 아베 정권의 장기화를 허용한 여러 요인들이 모두 일본 사회 안에 내재되어 있다." 

특히 한국과의 역사 문제, 오키나와 문제, 포스트 후쿠시마 문제를 중요하게 언급하며 현대 일본의 오늘과 내일을 우려한다.
일본 리버럴리스트들이 <제국의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비판하는 대목,
오키나와를 일본 '본토' 지식인들이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지적하는 대목

한국 정치의 문제로 중요하게 거론되는 소선거구제의 모순
 일본의 정치 제도 개편 이후 오늘날 일본 정치 구조를 낳았다는 점 등 다른 대목에서 일본 민주주의의 문제를 짚어야 할 부분( 이를 언급하지 않고 오늘날 일본의 모습을 단순화하는 건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 현대 일본의 뿌리가 일제로부터 단절되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는 역사적 인식은 중요하게 짚어야 할 점으로 보인다.  

- 일본의 이 같은 내재적 모순을 일본만의 특수한 사항으로만 이해하고 이를 '혐일'의 논리를 강화하는 도구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중구청의 이른바 '노 재팬' 주도 해프닝에서 한국 시민 사회는 성숙한 반응을 보였다.).

어느 사회나 내재적 모순을 갖고 있다.
한국 역시 분단 역사의 배경 아래에
극우 민족주의 세력+ 좌파 세력과 결합해 반독재 전선을 형성한 모순,
민족 자본과 + 신자유주의 체제가 결합한 이후 일어난 모순

한국인 독자 역시 일본의 모순을 통해 한국의 모순을 되새겨 봄직





전쟁과 전후의 책임에서 도피한 일본은 어디로 가는가?

지금 일본은 완전히 새로운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
그러나 실은 그 일본이야말로 새로운 동시에 낡은, 무책임한 일본이다. 아직도 참화의 상처가 생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 지역들을 외면하고, 본토와 미국의 식민지와도 같은 오키나와, 식민지 시기 위안부나 징용공 강제 동원과 같은 폭력을 행사했던 한반도를 무시한 채 도달하게 될 ‘새로운 일본’은 전후 민주주의 70년의 역사를 거스른 군국주의의 옛 일본 제국에 가까울 것이다. 일본은 패전 이후의 노력에서 도주하여 패전 이전의 망상으로 회귀하려 하고 있다.
....
『책임에 대하여』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우려하며,
과거 일본이 자행한 식민주의와 군국주의의 폭력을 직시하도록 지치지 않고 호소해 온

두 지식인 서경식과 다카하시 데쓰야의 간절한 대담을 담은 책

이다. 현대 일본의 가면과 본성을 드러내는 이 책은 현대 일본이 외면하는 대표적인 주제들인 위안부 문제, 오키나와 미군 기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천황제의 모순을 아우르며 급격히 후퇴하고 있는 현대 일본의 퇴행과 위기를 파헤친다. 일본의 마지막 비판 정신의 광휘를 보여 주는 두 지성은 전쟁 시기 일본 제국이 저지른 범죄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와 우익의 외면과 왜곡은, 패전 후 안보 체제 확립이라는 명분 아래 미국의 군사 기지로 사실상 양도된 오키나와에 대한 일본의 무시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고 논파한다.
이처럼 근현대사를 관통해 식민지 조선과 오키나와와 같은 타자를 이용해 일본 본토의 안정을 지탱한 식민주의라는 본질을 외면한 결과, 원전 사고를 당한 후쿠시마마저 백안시하는 현재의 일본에 이르렀다. 무뢰한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전가, 강제징용공 보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 그리고 그것이 무역 보복이 아니라는 궤변이야말로 일본의 반복되는 무책임의 표상과 같다. 과거 역사의 책임을 외면한 숱한 말바꿈과 적반하장은 미래의 한일 협력과 공존까지 파국으로 몰고 가는 형국이다.
『책임에 대하여』는 한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인 식민주의와 전체주의, 보편주의로 위장한 평화주의 등 일본의 본성을 섬세하고 논쟁적으로 짚는다. 과거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말소하려는 일본의 무단과 강변을 꿰뚫고, 한국과 일본의 바람직한 대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폭력과 착취의 역사를 인식하고 사과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만이 책임의 본디 뜻이라는 사실을 거부하는 일본을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나는 이 책에서 일본 국민 다수에 내재한 ‘식민주의적 심성’과 싸우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향후 다가올 시대는 약육강식의 정글이며 다음의 전쟁일 것이다. 그 위기를 앞에 두고 우리에게는 각별한 각성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한국인들이 ‘일본’을 더 깊이 이해해 주기 바란다.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일본에 대한 더 깊은 이해는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_서경식


한국어판 후기 서경식
한국어판 후기 다카하시 데쓰야

1. 전후민주주의는 ‘도금’이었나
응답 책임에서 도피한 일본의 20년 / 가토 노리히로와의 논쟁(1995년) / 내셔널리즘과 일본 리버럴파 / 「국기 국가법」(1999년) / 여성국제전범법정/NHK 프로그램 수정 사건(2000~2001년) / 「교육 기본법」 개정(2006년) / 야스쿠니 문제: 감정의 연금술

2. 일본의 본성
쇼와 천황의 죽음(1989년) / ‘말의 무늬’ 발언(1975년) / 언론 탄압과 공허한 주체 / 고이즈미 방북/북일 평양 선언/일본인 납치 문제(2002년) / 『젠야』 창간(2004년) / 박유하의 『화해를 위해서』 비판 / ‘공감적 불안정’이라는 레토릭 / 자크 데리다의 용서에 대하여 / 리버럴파의 퇴락 / 권력적 침묵이라는 것 / 『제국의 위안부』와 일본 리버럴파 지식인 / 모럴의 문제 / 포스트콜로니얼 연구를 묻는다

3. 희생의 시스템과 식민주의
이 나라의 희생의 시스템이란 / 후쿠시마, フクシマ와 福島 / 사람이 지닌 선성이란 무엇인가 / 왜 미군 기지 철수론을 말하는가 / ‘악마의 섬’은 본토다 / 기지 인수론은 과잉 윤리주의인가 / 핵을 부정할 수 없는 이중 기준의 나라

4. 보편주의의 폭력
일본적 보편주의란 무엇인가 / 중심부 일본 국민의 멍에 / 상징 천황제라는 본성 / 허구의 평화주의

자료편
한 점의 등불―다카하시 데쓰야 / 돌아보니 수치심 없이는…―다카하시 데쓰야 / 이런 시련 없이는…―다카하시 데쓰야 / 적이 몇만 명 있다 해도…―다카하시 데쓰야 / 고야산의 조문상―다카하시 데쓰야 / 데리다와 희생에 대한 질문―다카하시 데쓰야 / 드문 희망―서경식 / 무라야마 담화 / 아베 담화 / 연표 1989~2017년

일본어판 후기 일독의 제거라는 과제―다카하시 데쓰야
일본어판 후기 일본형 전체주의의 완성―서경식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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