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론은 선형적 인과율의 부정
연기론은 기꺼이 타자의 목소리를 허용한다.
자성과 자아가 없다는 중관사상의 언명은 이성과 논리에 의지하여 언어로 표현된 사물이나 인간의 고유한 정체성이 없다는 뜻이다. 대승불교에서 진리에 접근하는 방법은 오히려 “초이성적, 초합리적 신비주의”이다(싱 83). 그것은 신비주의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1. "나 여기있어"
(불과 네살에 나는) 세상과의 경계선을 느꼈으며
나는 오직 현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2. "당신의 머리 속의 세상"
우리 부모님은 틈나는 대로 여행을 다녔다.
3. "세상 속의 당신의 머리"
나는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인간의 정신은 일관된 게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남을 분석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4. "증후군"
나는 망가지고, 손상되고, 상처나고 부서진 모든 것에 자꾸만 끌리는 증상이 있다.
5. "호기심의 방" -르네상스부터 바로크까지 지적욕구를 동반한 수집열을 반영한다.
박물관의 조상은 분더카머와 판놉티콘인데, 교도소도 파놉티콘으로 지어진다.
나는 색다른 존재들, 자연의 변종들에게 (마음이 끌린다.)
지적 욕구를 동반한 이런 종류의 수집열이 유럽 역사에서 열정적으로 나타났던 최초의 시기는 성기 르네상스 무렵부터 바로크 시기까지다. 당시 제후들은 이상하고 특별한 사물들, 그러니까 원래의 형태보다 아주 크거나 작은 것, 이국적인 것, 생소한 것, 기괴한 것, 드문 것, 그리고 아름답거나 우수한 것 등을 적극적으로 수집했다. 이런 진귀한 사물들을 모아놓은 곳을 독일어로 쿤스트카머(Kunstkammer) 혹은 분더카머(Wunderkammer)라고 불렀는데, 우리말로 하면 각각 ‘예술의 방’, ‘경이의 방’ 정도가 되겠다.
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34130.html#cb
6. "보는 것은 아는 것"- 상페쩨스부르크 인류학 박물관
뼈 전시장, 배아, 기독교의 부활과 뇌, 내장들
죽은 것을 보며 생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http://blog.naver.com/dlwodus92/221411780615
7. "7 년의 여행"
내가 본 것은 과연 내것이라 할수 있을까?
8. "Cioran의 안내"
우리는 (인생에서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9. "쿠니츠키 : 물 (i)"
크로와티아 비스섬으로 여행을 간 부부, 애내가 아이를 데리고 길가에 내렸다가 실종되었다.
www.mk.co.kr/news/culture/view/2019/06/376123/
10."Benedictus, Qui Venit"
벨기에 경계선을 넘을 때- 레퀴엠이 들렸다.
레퀴엠(Requiem)은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죽은 이를 위한 미사(위령미사)’때에 하느님께 죽은 이의 영혼에게 영원한 안식 주시기를 청하며 연주하는 전례 음악이다.
Benedictus qui venit in nomine Domini.Hosanna in excelsis.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높은 데서 호산나.
11."원형 감옥"
파놉티콘과 분더카머
원형감옥은 죄수들을 감시하기 위해 생겼다.
blog.daum.net/johnkchung/6825592
12."쿠니츠키 : 물 (ii)"
아내의 가방속에 있던 박물관 입장권에 카이로스 라는 글자가 써 있었다.
아내와 아이의 흔적을 수색한다.
( 섬의 어떤 곳에서 두개의 비석을 본다.)
jmagazine.joins.com/monthly/view/310729
13.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정착민들은 순환적 시간관, 유목민들은 직선적인 시간관을 가지고 있다.
모든 여행자의 시간은 수없이 많은 시간이 하나로 모인 결합체 이다. (p.83)
나는 세상이 뇌 속에, 그 주름 속에, 솔방울 샘안에 있고, 목구멍 안에 걸려있다고 생각 한다. 세상이라는 이름의 구체, 그래서 그것은 기침으로 쏟아내거나 침으로 뱉어 낼 수 있다.
14. "공항"
"자신의 뿌리로 돌아 가기"
"여행 크기"
"Mano di Giovanni Battista" 세례자 요한 파놉티콘에 세상을 넣었으면
"원본과 사본"
"겁쟁이를 위한 훈련"
"버려진 아파트"
"악명 높은 책"
"가이드 북"
"뉴 아테네" - 가이드북 두권 중 한권, 나머지 한권은 모비딕
"위키 백과" - 지식이 도달하지 못하는 곳
"세계의 시민이 펜을 집어!"
"여행 심리학 : Lectio Brevis I" - 별자리 같은 원심형 배열 (p.121)
"적절한 시간과 장소"
지침서 대양
"재의 수요일"-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 대양, 참회 , 새로운 탄생 의미의 실타래 기이한 논리의 그물망
"북극 탐험"
"섬의 심리학"
"지도 지우기"
"밤을 추구하다"
"위생 패드"
"유물 : Peregrinatio ad Loca Sancta" 십자가의 길
성 비투스 대성당
성 비투스 성당의 옆면의 모습으로 옥색 지붕의 시계가 있는 남쪽 탑이 보인다. (2006년 1월 22일)
성 비투스 대성당(체코어: Katedrála svatého Víta)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대주교좌로 프라하 성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딕 양식의 뛰어난 전범으로 꼽히는, 체코에서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성당이다. 1989년에 성 비투스, 성 바츨라프, 성 아달베르트 대성당(체코어: Katedrála svatého Víta, Václava a Vojtěcha)으로 개명하였다. 이 대성당에는 여러 명의 체코 왕과 여러 성자들, 영주, 귀족, 대주교들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기도 하다.
"배꼽 춤"
"자오선" - 머리속의 선
"우 누스 문두스" 통일된 세계, 구스타프 융 정신+물질 혼합된 세계
"하렘 (Menchu 's Tale)" - 이슬람,
"멘추의 또 다른 이야기"
"클레오 파트라"
"매우 긴 1/4 시간"
"당나귀 아풀레이우스" - 기독교
"방송사 취재팀"
"아타튀르크의 개혁" - 개를 때려잡은 터키의
결국, 아타튀르크도 공포정치....
"칼리 유가"- 말세, 비키니섬
"왁스 모델 컬렉션"
blog.daum.net/johnkchung/6827212
"블라우 박사의 여행 (i)"
1. 베를린 의학사 박물관 여러가지 질병에 걸린 장기와 신체의 모습이 전시 되어 있다.
"호세 피나 솔리 만의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1 세에게 보내는 첫 편지"
en.wikipedia.org/wiki/Angelo_Soliman
"마오리족 중" - 머리 미라
"블라우 박사의 여행 (ii)"
"Profligates의 비행기"
"순례자의 성향" - 혼자 여행하기
"호세 피나 솔리 만의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1 세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사리"- 깨달음의 과정에서 생긴 모래알갱이...나는 산산히 부서질텐데.
"보리수" - 질병과 노쇠와 죽음을 매일같이 목격하고 있다는 깨달음 158
"집은 내 호텔"- 우리는 이세상에 일시적으로 머무른다.
"여행 심리학 : Lectio Brevis II" 우리는 우리가 바라보는 것의 일부가 된다.
"동포"
"여행 심리학 : 결론" -그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끈질기게 질문...
"혀는 가장 작은 근육"- 모국어가 영어인 사람들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
"말하라! 말하라!"
"개구리와 새" - 개구리의 관점과 새의 관점:
"선, 평면 및 구체"-네델란드, 가정집 안을 들여다 봄
"아킬레스 건"- 6. "보는 것은 아는 것"- 상페쩨스부르크 인류학 박물관
필립 페르헤이언(Philip Verheyen: 1648~1710)
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16956
"그의 학생이자 신뢰하는 William van Horssen이 쓴 Filip Verheyen의 역사" -네덜란드
www.vingle.net/posts/2661779
"절단 된 다리에 보내는 편지"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 올리버 색스 지음, 김승욱 옮김/알마 |
"여행 이야기"
"300km"
"30,000 길더"
"차르의 컬렉션"
"이르쿠츠크-모스크바"
"암흑 물질"
"도덕은 현실"
"항공편"
"가려진 가출의 말"
"Josefina Soliman의 Franz I에게 보내는 세 번째 편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
"피의 순결"
"쿤스트 카머"
"마노 디 콘스탄티노"
"공허 매핑"
"또 다른 요리사"
"고래, 또는 익사"
"Godzone"
"두려워하지 마라"
"죽음의 날"
"룻"
"대형 팬시 호텔에서의 리셉션"
"포인트"
"학습 방법으로서의 횡단면"
"초핀의 심장"
"내 표본"
"네트워크 상태"
"Swastikas"
"이름 공급 업체"
"죽음과 행동"
"증거"
"아홉"
"여행 입체 측정 시도"
"조차"
"Świebodzin"
"쿠니 키 : 지구"
"섬 대칭"
"공기 병 가방"
"지구의 젖꼭지"
"포고"
"벽"
"수면의 원형 극장"
"그리스지도"
"카이로스"
"여기 있어요"
"종의 기원"
"최종 시간표"
"고분자 보존 공정, 단계별"
"탑승"
몸이라는 미시세계를 들여다볼 때 우리 자아는 겉 드러난 자아와 심층자아, 근원자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아를 효율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의식은 각기 여기에 대응하는 표상의식, 심층(매개)의식, 근원의식이 되겠다. 절집에서 이야기 하는 供養의 의미와 見性에 이르는 단계를 묘사한 十牛圖를 떠올리면 쉬 이해되리라 여겨진다.
- 인간의 몸을 바라보는 경이로운 관점
- 해부학자들은 ‘인체에 대한 총체적 시각’을 강조한다. 총체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완벽한 이해가 불가능하다. 해부학에 대한 이해의 상당 부분은 여러 신체 부위들을 동시에 다룸으로써 형성되고, 한꺼번에 다루는 신체 부위의 수가 줄어들면 이해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에 그렇다.
인체가 작동하는 과정에 눈을 뜨면, 인체가 오작동하는 과정-즉 당신의 몸이 당신을 배반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삼 말하지만 시신을 이용한 맨눈 해부학에서 배우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삶과 인생이다. 삶의 본질은 운동에 있다. 그렇다면 운동이란 무엇일까?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는 마지막 해부학 시간에 무릎, 어깨, 팔꿈치 관절을 해부하며 인간의 운동 메커니즘을 빠삭하게 알게 되었다. 눈을 깜박이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든, 팔과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며 폐를 들썩이든 운동이란 뭔가를 향해 질주하는 것이다. pp.359-360
- 알라딘 리뷰에서
저자는 지도 덕후~~
목차 |
여기 내가 있다 머릿속의 세상 세상속의 머리 신드롬 호기심의 방 보는 만큼 안다 7년간이 여행 시오랑의 예언 쿠니츠키 : 물 I 베네딕투스, 퀴 베니트 파놉티콘 쿠니츠키 : 물 II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는 공항들 자신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여행용 화장품 키트 라 마노 디 조반니 바티스타 원본과 복사본 겁쟁이들의 기차 버려진 아파트 악행을 기록한 책 여행 안내서 새로운 아테네 위키피디아 세계 시민들이여, 펜을 들어라! 여행 심리학: 짧은 강연Ⅰ 적절한 시간과 장소 지침서 재의 수요일 축일 북극 원정 섬의 심리학 지도 지우기 밤을 좇아서 생리대 유적: 십자가의 길 벨리 댄스 자오선 우누스 문두스 하렘: 멘추가 들려준 이야기 멘추의 또 다른 이야기 클레오파트라들 매우 긴 15분 당나귀 아풀레이우스 방송사 취재 팀 아타튀르크의 개혁 칼리 유가 밀랍 인형 컬렉션 블라우 박사의 여행Ⅰ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1세에게 요제피나 졸리만이 보낸 첫 번째 서신 마오리족의 미라 블라우 박사의 여행Ⅱ 방탕한 승객들을 태운 비행기 순례자의 성향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1세에게 요제피네 졸리만이 보낸 두 번째 서신 사리 보리수 집은 나의 호텔 여행 심리학: 짧은 강연Ⅱ 동포들 여행 심리학 : 결론 인간의 가장 강한 근육은 혓바닥이다 말하라! 말하라! 개구리와 새 선, 면, 구체 아킬레스건 제자이면서 벗이었던 빌럼 판 호르선이 쓴 필립 페르헤이언의 이야기 절단된 다리에게 보내는 편지 여행에 대한 이야기 300킬러미터 3만 길더 차르의 컬렉션 이르쿠츠크-모스크바 암흑 물질 이동성은 현실이다 방랑자들 날뛰는 여인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1세에게 요제피네 졸리만이 보낸 세 번째 서신 인간의 손이 아닌 것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 피의 순도 쿤스트카머 라 마노 디 콘스탄티노 빈 공간에 지도 그리기 또 다른 쿡 고래들 또는 허공에서 허우적대기 신의 구역 두려워하지 말라 위령의 날 루스 고급 호텔들의 화려한 로비 지점 인지 수단으로서의 단면 쇼팽의 심장 건조된 표본들 네트워크 공화국 만자 문양들 이름을 파는 상인들 드라마와 액션 증거들 9호실 여행의 체적 측정에 대한 시도 심지어 시비에보진 쿠니츠키: 대지 섬들의 대칭 비행기 멀미용 봉투 대지의 젖꼭지 포고 벽 꿈속의 원형 극장 그리스 지도 카이로스 여기 내가 있다 종의 탄생에 관해 마지막 일정 폴리머 보존법 : 단계적인 과정 탑승 이티네라리움 인용문헌 지도목록 옮긴이의 말 |
그렇기에 토카르추크는 인류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다정함”을 촉구하면서 문학의 뿌리가 바로 타자에 대한 “다정함”에서 비롯된다고 역설한다.
“다정함이란 다른 존재, 그들의 연약함과 고유한 특성, 그리고 고통이나 시간의 흐름에 대한 그 존재들의 나약한 속성에 대해 정서적으로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것입니다. 다정함은 우리를 서로 연결하는 유대의 끈을 인식하고, 상대와의 유사성 및 동질성을 깨닫게 합니다. 이 세상이 살아 움직이고 있고,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고, 더불어 협력하고, 상호 의존하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문학이란 우리와 다른, 모든 개별적 존재에 대한 다정한 마음에 기반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소설의 기본적인 심리학적 메커니즘입니다. 인류의 가장 정교한 소통방식이자 놀라운 도구인 소설 덕분에 우리가 겪은 다양한 체험들이 시간을 넘어 유랑하다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젠가 우리가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의 세상에 대해서 기록하고 이야기한 것들을 찾아보게 될 것입니다.
blog.naver.com/minumworld/221738971579
“이 짤막한 대화 덕분에 나의 존재는 세상의 평범한 물질적 속성이나 인과관계, 확률의 법칙을 초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내 존재를 시간의 저편, 영원의 달콤한 영역 가까이에 배치한 거지요. 그때 나는 막연하게나마 지금까지 내가 상상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 결코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었던 한 젊은 여인 – 내 어머니는 한때 사람들이 ‘영혼’이라 부르던 뭔가를 그렇게 내 안에 심어 주었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서술자를 내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토카르추크에 따르면, “다정함이란 가장 겸손한 사랑의 유형”이다. 그것은 “사물을 의인화해서 바라보고, 느낌과 감정을 서로 나누고, 상대로부터 끊임없이 닮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기술”이며, “우리가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를 면밀하고 주의 깊게 바라볼 때” 구현된다.
“우리에게 닥친 기후 비상사태나 정치적 위기는 아무런 이유 없이 벌어진 게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이 정해진 숙명이나 운명의 장난에 인해 야기된 것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이유, 즉 경제, 사회, 그리고 세계관(특히 종교관)에 따른 우리 자신의 결단이 빚어낸 결과임을 우리는 자주 잊곤 합니다. 욕심, 자연을 존중할 줄 모르는 태도, 이기주의, 상상력의 결핍, 끝없는 분쟁, 책임의식의 부재가 세상을 분열시켰고, 함부로 남용했고, 파괴했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믿습니다. 이야기를 서술할 때, 나는 이 세상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단일체이고, 우리의 눈앞에서 끊임없이 형성되는 중인 것처럼 말할 수밖에 없고, 동시에 우리에 관해서는 작지만 강력한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요.”
인간은 생이 시작된 순간부터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의 한계에 쫓기며, 소멸을 향해 하루하루 달려가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표제인 ‘방랑자들’이란 궁극적으로 21세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토카르추크는 ‘소설’이라는 형식 속에서 ‘유동하는 서사’, 즉 ‘움직이는 텍스트’를 추구함으로써 여행의 혼란스러움과 두서없음, 광기를 재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저자는 ‘여행’ 혹은 ‘유랑’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새로운 형식을 치열하게 고민했고,『방랑자들』의 낯설고도 독특한 구성은 바로 이러한 고민의 산물인 것이다.
세상을 고전적인 방식으로, 다시 말해 연속적이고, 연대기적이며, 기나긴 만연체의 문장으로 묘사하는 게 오늘날에도 가능할까요? 네, 아마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여행은 어떨까요? 아마도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고전적인 접근법에서는 움직이는 대상을 고정시켜 놓고, 부동(不動)의 상태에서 대상을 묘사합니다.
하지만 여행은 넘나들고, 뛰어넘고, 분절되는 속성을 갖고 있으며, 연상하기, 각주달기, 연관짓기, 그리고 동질성과 이질성 등이 결합된 총체입니다. TV를 켜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거나 아니면 윈도우 화면의 창을 끊임없이 열고 닫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하나의 세상을 계속해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거죠.
─ 올가 토카르추크 (2018년)
이 책에서 나는 우리가 세상에서 경험하는 카코포니와 불협화음, 단일화의 불가능성, 혼돈과 분열, 그러다 다시 새로운 형태로 재배치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충실히 그려내고자 했다. 나는 경계의 주변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흐릿하고 모호한 영역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올가 토카르추크(2010)
저자의 설명을 통해 엿볼 수 있듯이 토카르추크는 『방랑자들』에서 의도적으로 경계를 해체함으로써 장벽이나 경계가 없는 세상, 획일화된 기준이나 엄숙주의가 사라진 세상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자 했다. 이러한 관점은 ‘바깥’의 사유, ‘경계’의 사유를 주장한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모리스 블랑쇼(Maurice Blanchot)의 사상과 결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일찍이 블랑쇼는 의미화 ‧ 개념화에 주력했던 근현대철학의 경향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언어와 비(非)언어, 세계와 비(非)세계,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그의 용어를 빌리자면) ‘중성성(neutralité)’을 지향했다.
어떤 인물을 창조하려면, ‘나’라는 인물에서 빠져나와 그 인물의 감정을 온전히 느껴야 하고, 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글을 쓰는 덕분에 나는 다양한 방식으로 생을 경험할 수 있고, 끊임없이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생의 범주를 넓히려는 시도입니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 보는 가능성에 대한 타진이며, 타인과의 경계, 거리, 혹은 단절에 대한 성찰이기도 합니다.
“여행 심리학의 핵심적인 개념은 바로 욕망입니다. 바로 이 욕망이 인간에게 이동성과 방향성을 부여하고 어딘가로 향하려는 성향을 일깨웁니다. 욕망 그 자체는 무의미합니다. 그저 방향만을 가리킬 뿐, 목적지를 드러내진 않으니까요. 목적지는 신기루 같은 것이고 불확실한 것입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애매해지고 수수께끼 같아집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목적지에 다다르거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이러한 고군분투의 과정을 요약하는 딱 한 마디는 바로 ‘~로 향하는’을 뜻하는 전치사, 그러니까 영어로 바꾸면 ‘towards’와 같은 전치사입니다.
(『방랑자들』118~120쪽, 「여행 심리학 – 짧은 강연 I」 중에서)
이것은 여행에 관한 책이 아니다. 여기에는 명소나 기념물에 대한 내용이 없으니까. 여행기나 르포르타주도 아니다. 나는 그저 우리의 삶에서 ‘여행을 한다는 것’, ‘움직인다는 것’, ‘이동한다는 것’이 무엇이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 고찰해 보고 싶었다.
토카르추크에게 있어 여행은 ‘어떤 장소로의 이동’이 아니라 ‘타자와의 만남’을 의미한다. 낯선 장소를 유랑하는 낯선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국경을 넘고 경계를 허물며 살아 있는 형상으로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다가오는 건, 작가의 시선이 ‘여행지’가 아닌 ‘여행자’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토카르추크는 “어떤 순간에 다른 누군가가 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것”을 글쓰기의 출발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방랑자들』의 ‘나’ 또한 마치 유령처럼 눈에 띄지 않게 낯선 공간 속을 돌아다니면서 타인의 삶으로 투명하게 흘러들어가는 일종의 빙의된 글쓰기를 시도한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서인지.
그리고 그곳에 가면 원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지,
제대로 된 방향을 선택했는지."
(『방랑자들』602쪽, 「탑승」 중에서)
말로 표현되는 언어뿐 아니라 보디랭귀지 같은 것, 혹은 환자나 고객의 진술에서 전후 맥락이나 정황 같은 것을 살피는 방법에 대해서 말입니
. 그런 의미에서 보면, 공항은 21세기 여행자들의 지도에서 핵심적인 표식, 혹은 거점
올가 토카르추크의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방랑자들』에 이어 또다시 만나게 되는 ‘별자리 소설’ 『낮의 집 밤의 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연대기적 흐름을 거부하고, 단문이나 짤막한 에피소드들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빚어내는 특유의 내러티브 방식. 단편의 이야기들은 사실이 아닌 모티브를 결합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의미를 드러내며 마치 성좌와 같이 눈앞에 펼쳐진다. 토카르추크는 『방랑자들』에서 ‘별자리 소설(Constellation novel)’이라는 새로운 모형을 통해 문학과 철학 사이를 유랑하듯 넘나들며 관계 지향적인 사유를 강조한 바 있다. 『낮의 집 밤의 집』은 토카르추크가 『방랑자들』을 쓰기 이십 년 전에 쓴 작품인 만큼 작가의 서사적 기법 실험과 풍요로운 상상력의 모태가 되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책은 1998년 출간 즉시 폴란드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으며, 2002년에 권위 있는 문학상인 브뤼케 베를린 문학상을 수상했다.
여행은 이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몸이든 마음이든 멈추지 않는 그 모든 순간이 된다.몸이든 마음이든 멈추지 않는 그 모든 순간이 된다.
방랑자들’은 인생에서 전혀 무관해 보이는 타인의 생이 때론 가느다란 실처럼 연결돼 서로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어딘가를 헤매는 낯선 타인의 얘기는 낯익은 얘기처럼 불현듯 우리의 심장을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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