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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수/2017 서문수 토론

홀 에 대해 토론을 하고 나서

by 책이랑 2017. 1. 12.

홀을 처음  읽었을 때는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주인공 오기가 말해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내용을 이해앴어요.
 1. 오기는 좀 나쁜거 같지만 그래도 불쌍하다
2.아내는 못난이이고.
3. 장모는 독한데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두번째 읽을 때는 오기를  "일찌감치 속물이 된 남자"로서  "성공을 위해 우연과 술수를 활용"하고  "도덕적 해이마저도 심각한 수준"인 사람(p.182)이라 생각하며 읽으니 모든 서울이 오기의 변명으로 읽히면서 
1. 오기에게는 에라이, 나쁜 놈아,
2. 아내는 불쌍해.,
3. 장모는 에휴, 그럴만 하다로 바뀌었죠.

논제위원은 세번 이상 읽어야 한다고 해서 세번째 읽을 때는, 오기의 어린시절, 장모의 어린시절, 아내의 어린시절을 염두에 두고 읽었어요.
1. 오기는 어머니의 자살을 겪고 그전부터 일방적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면서 자신이 혐오해 마지 않던 아버지와 똑같은 사람이 되어 버렸고,
2. 장모는 고향을 떠나 새어머니 밑에서 구박받으면 살았던 데다가 남편의 불륜으로 괴롭다가 노년에 경제적인 어려움까지도 겪어 오로지 딸에게만 집착하는 불행한 여인이었고,
 3.아내는 부모처럼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결혼했지만,  위로와 격려보다는 질책과 판단을 하는 남편곁에서 참 힘들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남편이 세속적인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동안 둘은  위태로운 관계에 놓인 상태였던 것으로 읽혔어요. 제이와의 불륜은 아직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와 같은 일에 대한 가능성이 점점 짙어져 갔겠죠.


오기의 시각이 객관성이 전혀 없다라고 생각하고 읽을 때는 아내 입장에 대한 많은 변명
1. 아니 그럼, 아내도 오기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독하게 해서 성공하는게 맞다는 거야?
출판사 사장을 고발하는 대신 성공을 위해 묵인했어야 한다는 거야? etc 등등이 생각났고 

오기의 시각에  어느 정도의 객관성이 있다고 가정하는 경우에는,
2. 아니, 남편이 그렇게 마음에 안들고, 그토록이나 대화가 안되면 이혼을 하던지 해서 새로운 장을 열었어야지. 출판사 사장을 고발할 때의 패기는 어디간거야? 하는 그런 말들이 생각났어요.

이렇게  생각하고 읽으면 이렇게 생각되고, 저렇게 생각하고 읽으면 저렇게 생각되는 오묘함이 또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편혜영 작가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제가 작가의 의도대로 잘 읽은 것 같네요.
작가는 인튜뷰에서  
“ 화자와 정서적으로 밀착돼 감정적으로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등장인물과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려 하죠. 이런 관찰자적인 시점을 견지"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사는 세계는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 해서 "그 불확실한 세계를 표현하려다 보니 소설도 불분명하고 선명하지 않게 "쓴다고 하고요, " 오히려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의식으로 수렴되면 세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 작품 속 인물들이 안타깝지만 섣부른  위로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 고  자신의 "작품이 주변을 환기되는 느낌만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라고  생각한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TV 프로그램인 비밀독서단에 출연한 윤태호 작가는 이 책을 추천했는데 "조언을 구할 때 제일 많이 물어보는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고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라는 것이 추천하는 이유였다고 해요. 40대. 자신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고, 또 자신의 잣대로 남을 판단하고 단정지어 버리는 태도가 강화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자기에 대해 의심할 기회를 줍니다. 허연의 시에 죄와 어울리는 나이가 40대라는 말이 없는데도 40대에 대한 이야기라고 단정 짓는 오기같은 모습이 나에게는 없는가, 나의 윤리의식은 어떤가, 지금의 내가 원숙함이라고 여기는 것이 사실은 속물스러운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지요.

뭐하나 잘난구석이 없고, 평범한 사람보다 못한 사람이  주인공인 (현대의) ‘소설은 실패의 기록이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소설의 작가가 최선을 다해서 우리보다 더 이상하고. 우리보다 더 못나고, 우리보다 더 한계가 많은 사람들에 대해 서술해주면  독자는 거기서 다른 어떤 가능성들을 발견하게 된다고 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세속적인 실패를 한다고 하더라도 인생이 가치 있을수 있구나 라고 생각할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독자는 소설의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자기 자기 인생의 내러티브를 새롭게 쓰게 된다고 하네요.


좋은 소설을 깊이 읽으면 굳어져 가는 생각을 좀더 말랑말랑 하게 할수 있지 않을까요?  다양한 내러티브를 갖게 되면서 말입니다. 그럼. 다음 토론에서 만나뵈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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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양대학교 - 편혜영 동문이 들려주는 소설가의 삶

http://www.hanyang.ac.kr/surl/O5Y


[이젊은작가]④편혜영 "잔혹한 영화 좋아하냐구요?" - 화이트페이퍼

www.white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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